<만남>
가우디의 건축물이 표지 한쪽에 멋지게 자리잡고 있는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는 그림 하나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다. 울퉁불퉁 자유로운 곡선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내용과 작가도 모르는 이 책을 나는 '읽고 싶은 책' 상위권에 올려놓았고,  그렇게 1년이 지난 오늘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마음에 담고 있던 책을 나의 의지가 아닌 우연으로 손에 넣었다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하리. 설레임과 기대로 나는 이 책을 펼쳤다.

<첫 느낌... 가볍다>
나는 표지를 보고 책의 스타일을 결정지어 꿈꾸었다가 실망하는 고질병을 가지고 있는데, 늘 그렇듯 이 책 역시 내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일러스트가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카툰 형식의 글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어?'라는 당황감과 '이런'이라는 실망감이 교차하려 했지만 몇 장 넘어가지 않아 일상이 묻어 있는 그의 그림이 익숙하게 다가왔고, 그림이야말로 그의 생각과 감정을 가장 자유롭고,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느낌 ... 그가 부럽다>
오기사는 건축회사에서 일하다가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난 오기사는 과연 행복할까? 스페인에서 생활하고,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을 통하여 내가 느낀 것을 감히 이야기해보자면 그는 행복할 것 같다.

서울에서의 돈벌이를 버리고 떠날 정도의 용기와, 풍족하게는 아니어도 어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생활할 수 있을만큼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서른살이 넘었음에도 한 템포 느긋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꿈이 있다는 것. 그러한 것들이 그를 행복하게 할 것 같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그가 바르셀로나로 떠났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이라기보다는 그 사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에서 유발된 행복일 것이다. 그런 그의 모습이 부러웠다.

그리고 하루 하루 꿈 없는 일상으로 삶을 대하고,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살아가는 듯 즐길 줄 모르는 나 자신에게 미안했다. 툴툴 털어버리고 혼자서 떠날 용기가 없는 나 자신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곧, 어쩌면 나도 누군가의 눈에는 행복한 사람으로 비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은 자신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

<세번째 느낌 ... 그의 그림이 편안하다>
매 페이지를 장식하는 그의 모습은 커다랗고 답답해보이는 모자를 쓰고 있어도 심플하면서 유쾌하다. 그의 그림으로 만나는 그의 친구들은 개성있고, 친근감을 준다. 사진과 그림이 어우러진 바르셀로나는 묘한 아름다움을 주고, 그의 삐뚤빼뚤 복잡한 선은 늘 직선만 고집하는 나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그의 그림이 눈에 익어서였을까... 더듬더듬 나오는 바르셀로나의 사진과 인물에 어색함이 느껴진다. 그의 그림은 사실보다 편안하다.

<기대>
이번 가을 여행은 바르셀로나로 정하였다.
고등학교 때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언젠가 가보겠다고 결심했던 스페인의 하늘이 보고 싶어졌고, 스페인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졌으며, 오기사가 소개하고 싶었으나 실패했던 바르셀로나의 좋은 곳들을 찾아가보고 싶어졌다. 그가 커피를 마시던 전망 좋은 까페와 맛있는 음식점에서 이방인의 기분과 환경의 낯설음도 느껴보고 싶고, 한국에서는 상황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천재 건축가의 건물도 내 눈으로 보고 싶다. 그리고 나만의 그림을 그려봐야지, 그의 손으로 재탄생한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내 손으로 다시 만들어봐야지 라는 생각도 든다.

기대가 된다. 9월의 어느 날, 스페인에 발을 디디고 있을 나의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