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본 TBS-TV에서 방영되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던 나가시메 치에의 이야기이다. 일본인이 주인공이어서 그런지, 소재 때문인지 '단 하나의 보물'이라는 책을 연상시켰다. 그 책은 다운증후군에 걸린 아이를 키우다가,하늘로 떠나보낸 한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는데 무리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지 않으면서 깊은 감동을 주는 책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선고받은 아이가 한 해, 두 해를 넘겨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 또한 나에게 '살아 있음'에 대한 기쁨을 주고, 삶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게 해 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이 책의 주인공인 치에씨에게 미안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의 '죽음'을 그저 감동을 주는 이야깃거리로 대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서이다.  그래서 그녀가 살았던 하루 하루에 대한 기록을 읽는 마음으로, 그녀의 삶을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대하였다.
    
나가지마 치에는 스물 세 살이 되던 해, 유방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컬러 코디네이터로 독립할 꿈을 꾸며, 이벤트 도우미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그녀는 암 선고를 받을 즈음 운명적인 한 남자, 타로를 만났고, 타로는 치에의 병을 알면서도 그녀와 함께 할 것을 결심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구토와 통증을 느끼면서도, 머리가 빠지는 충격에서도 그녀는 그녀가 가지고 있던 발랄함과 명랑함을 잃지 않았다. 병이 진행되어 유방을 적출한 후, 그녀는 자신의 3년 후, 5년 후를 꿈꾸었지만 결국 반년 만에 병이 재발되어 입원을 하게 되었다.  여명, 즉 앞으로 남아 있는 생명이 월 단위에서 주 단위로 줄어들면서 그녀의 아버지와 타로, 친구들은 그녀가 마지막으로 꿈꾸는 일을 이뤄주었다. 바로 웨딩드레스를 입는 일이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치로는 무척 건강해 보였다. 턱시도를 입은 타로에게 반지를 받은 결혼식은 그녀의 일생 최고의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1개월 후, 그녀는 24살의 짧으 생을 마감했다.

그녀가 죽은 후,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사람이 병마와 열심히 싸우는 걸 젊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자신의 모습을 보는 환자들이 자기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방송을 타고 나갔다. 그녀가 그 방송을 보지 못한 것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그녀의 메시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진 것에 아마 그녀는 기뻐하리라.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담담하게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은 일에도 펑펑 눈물을 흘리는 나이지만 커다란 울음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죽음을 생각지도 못한 한 사람이 갑작스러운 병을 대하며 어떤 삶을 살아갔는지, 죽음 앞에서 어떠한 생각들을 했는지 마음으로 아파하며 읽어나갔을 뿐이다.

사실 우리 모두 죽음을 염두해 두지 않고 살아가지만, 여명을 선고받지 못했을 뿐이지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유한한 생명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 나에게 주어진 하루 하루가 감사하고, 나의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실로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이라는 존재를 기억하며 두려워하기보다는 생명 있음에 기뻐해야겠다.  
 
'병원에서 날마다 뭐하고 있어?'라는 타로의 질문에 '살아 있어'라고 이야기했던 치에의 대답이 생각난다.
살아 있다. 살아 있다. 나는 살아 있다.

그래, 나는 이 세상에 살아 있다. 또 다시 나의 인생에 다짐해 본다.
살아 있는 나의 삶에 충실해야지. 살아 있는 날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보람되는 일들을 다 해봐야지.

삶 속에서 바동거리며 괴로워하지 말고, 넓은 인생을 바라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