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한국경제/김상조/오마이북

한국 경제의 거대 담론인 신자유주의부터 미시 정책인 양극화를 비롯하여 횡단을 구성하는 재벌 지배구조에서 금융과 노동, 복지에 이르는 문제점과 해법을 짚어보고 있다.

영원할 것 같던 신자유주의 정책이 미국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수명을 다하고 정부의 개입이 확대되겠지만 그것이 케인즈주의로의 회기를 뜻함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모델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은 통찰력이 돋보인다.

이 책은 한국경제에 관한 대중서를 지향하고 있다.

친절하면서도 장황하지 않아야 하고, 깔끔하면서도 비약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글쓰기가 큰 장점이다.

경제학 서적들은 장황한 이론으로 지식을 뽐내고 있어 쉽게 펼치기 힘들다.

통계를 기반으로 경제를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 더욱 머뭇거리게 만든다.

거짓말보다 나쁜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요 가장 나쁜 것은 통계라는 디즈레일리의 말처럼 통계는 진실을 밝히기보다 왜곡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적절히 이용하면 경제를 이해하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통계의 장점을 살려 경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십 년 이상의 통계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전체적인 흐름을 분석하는 기법을 쓰고 있다.

그 통계 흐름이 갑자기 변화거나 추이가 달라지는 시점을 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 분석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글과 통계를 찬찬히 대조하면서 따라가다 보면 어떤 이론보다 재미있고 이해가 쉽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통계 속에는 소위 ‘삼성공화국’으로 대표되는 재벌 중심 정책의 성과가 중소기업과 일반 시민에게까지 이어진다는 ‘낙수효과’가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까지 알려준다.

저자는 장하성 교수의 소액주주활동을 이어받은 개혁적 경제학자이다.

그러한 현장 활동은 저자를 경제계의 ‘박쥐’처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보수 경제학자들은 진보적 경제학자라고 멀리하고 진보 진영에서는 그들과는 다른 시각을 가졌다고 배척하는 어이없는 현실이 생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결코 신념을 꺾고 주류에 휩쓸리길 거부한다.

정권의 친소에도 치우치지 않고 무수한 비판을 감수하면서 힘겨운 길을 걸어왔다.

한국 경제의 다이나믹에 대한 기대와 희망 하나로 오늘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것이 지금까지 그가 폭넓은 이해와 지지를 받는 유일한 근거일 것이다.

‘모피아’로 대변되는 경제 관료들의 뿌리 깊은 관치 인식이 우리 경제를 멍들게 만드는 주범이며 개혁의 대상이라는 불신은 생각보다 깊었다.

영미식 자본주의와 유럽식 자본주의, 스웨덴과 덴마크 복지 모델을 함께 비교하고 있다.

이러한 교차 분석을 통해 우리 경제에 적용 가능한 여러 해법을 제시한다.

‘종횡무진’ 내달린 분석이 자칫 ‘좌충우돌’이 될 수 있었지만 냉정하고 엄격한 통계 분석으로 간결하고도 명쾌하게 돌파하였다.

학교에서 강의한 내용 외에도 상당 부분은 다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일반인들에게 경제에 대한 이해와 재미를 모두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경제서적으로 적극 추천한다.

재벌, 모피아, 삼성공화국, 통계의함정, 신자유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