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덤에서 발견된 부치지 못한 편지들. 먼저 세상을 등진 남편에게의 사랑의 펀지.

 

이야기는 무덤에서 실제로 발견된 편지와 임진왜란때 반출된 편지들을 토대로 재구성된 이야기이다. 사실 책을 산 것은 꽤나 전의 일이지만 당시 조금 읽다가 덮어버린 기억이 난다. 시간이 없어서 였을까, 흥미를 끌지 못해서 였을까?

아무튼 오늘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집어든 책이다.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고 약간 묘한 기분이 되었다.

 

사실 이야기는 판타지 소설에 나올법한 전개로 이어졌다. 만석꾼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이응태. 하지만 태어남과 동시에 스님에게 붉은 꽃, 소화로 인해 단명할 수 있는 운명이란 예언을 받게 된다. 아버지 이요신은 모진 운명에서 아들을 구해내고자 갖은 노력을 한다. ( 사실 이 부분이 이 책의 1/2 분량을 차지할 정도이다. ) 이응태의 아내 여늬는 전생에 하늘에서 '소화'를 훔쳐 지상에 꽃피웠고 그런 여늬를 벌하고자 찾아온 '팔목수라'에게서 아내를 지키려다 이응태는 결국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실제 편지에 기록된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당시 유행하던 역병을 빗대어 말한 것일까? 실제로 여늬는 팔목수라가 꿈에도 등장하였고 그의 존재에 관해 여러번 언급한다.

 

이 외에도 그 일대의 다른 무덤은 썩어 그 형태를 잃었지만 이응태의 무덤은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견되었고, 그 무덤 안에서도 다른 가족의 편지는 으스러져 그 내용을 알기 어렵지만 얇은 한지에 쓰여진 아내의 편지만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양호한 상태로 발견된다. 세상에는 가끔 과학적 원리나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법이다. 물론 팔목수라의 존재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으나 이 둘의 사랑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 하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 이요신의 사랑, 이응태를 가족처럼 대하던 장인어른, 둘도 없는 사랑인 아내 여늬.

실제로 책에 실린 여늬의 편지를 보면 편지를 쓰다 공간이 모자라 옆 자투리 공간에 까지 글을 썼다.

여늬의 여러장의 부치지 못한 편지에는 자신의 상황을 짤막하게 쓰고 거진 모두가 남편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남편을 앗아간 하늘의 운명에도 이기고자 스스로 소화에 붙인 이름인 『능소화』

 

죽어서도 잊지 못한 그 사랑. 마지막은 곡기를 끊었다는 말로 자살을 암시하는 늬앙스를 풍기는 편지가 마지막으로 남았을 뿐이다. 자신보다도 남편을 지극히 사랑했던 여늬. 여늬가 편지를 어떤 심정으로 썼을까하는 생각을 하니 제3자인 나도 가슴이 저며온다. 사람간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요즘 여러가지를 말해주는 책이다. 지금도 이응태와 여늬의 무덤에는 능소화가 피어있을까?

능소화, 이응태, 홍여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