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유성의 인연. 용의자x의 헌신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 흡입력은 변함 없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한없이 가볍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 무엇보다 무겁기도 한 것 같다. 말 한마디에 평생의 친구가 또 그 말 한마디에 철천지 원수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부모의 재혼으로 이루어진 인연인 고이치, 다이스케, 스즈나 삼남매. 갑작스런 사건으로 부모를 잃고 어른이 된 지금 그 범인을 찾아나간다. 시작은 언젠가 읽어봤을 법한 복수극같은 분위기이다. 하지만 결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님을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유성을 보러간 그 날 부터 조금은 더 특별해진 삼남매의 인연. 어떤 울타리도 없이 자라온 그들에게 세상은 너무 솔직하지 못했다. 결국 그들이 사기를 쳐서 생계를 이어가게 됐을땐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독자로서 힘든 일을 겪어낸 그들이 행복한 삶을 이어나가길 빌었지만 반면엔 그들이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범인을 잡기를 바라기도 했다. 스즈나의 미모를 이용해 남자들에게 접근해 여러 방법으로 돈을 뜯어내는 사기. 상대방과의 인연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스즈나는 마치 사무적인 일을 하는 것처럼 그들에게 접근하고 돈을 뜯어낸다. 오빠인 고이치와 다이스케도 마찬가지. 이런 사기행각을 마지막으로 하기로 결심한 그들 앞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사건의 실마리가 나타난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일까? 복수를 위한 과정에서 사랑을 깨달아 그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사건의 '진실'을 찾아내야만 하는데...결국 그들은 범인을 찾아내고, 사기행위로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줬던 그들은 자신들의 죄값을 치룬다.

 

어쩌면 평생 관계 없을 것만 같은 사소한 인연으로 인해 사건은 발생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평생을 함께할 인연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얄궃은 것이다. 언제 어떻게 자신에게 돌아올지 모른다. 진실되지 못한 인연은 언젠가 어떤 형식으로든 그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번 소설은 자칫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때로는 긴박하게 때로는 재밌게 풀어나가는 강약 조절이 뛰어났다. 앉은 자리에서 두권이나 되는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덕분이다. 너무 무거운 분위기에 진지한 소설은 오래 읽으면 약간 지치고, 너무 가벼운 소설은 오래 읽기엔 무게감이 없기마련이다. 그뿐아니라 치밀한 복선이 자연스러운 흐름에 녹아들어 더욱 흥미진진했다. 뒷끝이 아주 깔끔한 책이었다.

유성의인연, 히가시노게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