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들을 괴롭히는 자들은 공자가 다시 살아돌아와도 내가 용서치 않는다.

 

한국 근현대사의 입구 쯤에 자리했던 이하응.

근현대사의 제일 첫 인물이라 그럴까, 그의 정책 때문일까, 살아있을 때 유일하게 대원군의 칭호를 가진자라 그럴까,

그것도 아니면 몇 년전 명성황후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어서 였을까.

어찌됐든 흥선대원군은 역사의 인물 중에서도 꽤나 유명한 편에 속한다.

 

이 『석파란』은 흥선대원군보다는 인간 이하응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하응을 비롯한 고종의 어린시절, 김옥균, 안동김씨 가문 등 등장인물의 존재와 그 시대적 배경은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그 사이의 디테일한 관계는 작가의 상상과 추측에 의존한 면이 많은 소설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하응은 화가로 그림에 대한 재능이 있었고 가야금에 능했다. 이 소설은 흔히 정치적으로만 비추어지는 이하응을 예술적인 면에서 인간적인 면에서 즉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조선 말, 세도가 안동김씨가 조선을 장악하고 나무꾼이었던 철종을 이름뿐인 왕으로 옹립한다. 허수아비 왕의 뒤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던 안동김씨, 김병학. 왕족의 이름은 땅에 떨어지고 그 수마저 줄었다. 그 상황에서 흥선군은 40년에 가까운 세월을 그늘에서 보낸다. 그런 그의 굴욕적인 삶을 지탱해준 것이 묵란을 치는 것. 실제로 책에 이하응의 작품이 컬러로 실려있다. 글 중간중간 배치된 이하응의 작품은 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왕족으로 있지만, 왕족의 위치에는 오르지 못하고 그렇다고 서민들의 속에서도 살아가지 않는 잉여적 존재로 살아가는 그의 고뇌. 그 당시 퍼지기 시작하던 천주교와 동학. 왕손이었지만 궁궐에서 멀게 살았기에 서민들의 생활과 가까이 살았던 그. 그랬기에 그는 흥선대원군으로서 백성을 괴롭히는 서원을 철폐하고, 당파와 관계없이 인재를 등요하는 가히 개혁적인 정치를 펼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랬기에 흥선대원군은 쇄국 정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쇄국이다.

 

프랑스 선교사의 천주교 전도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당시 지배적이었던 성리학에 반하는 천주교를 믿게되고,

일본상인과 청나라 상인은 자신의 잇속을 위해 수시로 조선에 들어오고,

 

갑작스레 왕이 된 그의 어린 아들 고종은 너무나 여렸다.

 

사람들은 흥선대원군의 척화비건립을 비롯한 쇄국정책에 대해 만약 그가 쇄국정책을 펼치지 않았다면 조선은 좀 더 빨리 근대화 했을 것이라 입모아 말한다. 소수는 흥선대원군을 무능한 인물로 몰아가기도 한다.

 

하지만『석파란』을 읽어보면 당시의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고, 또 이하응이 흥선대원군이 되기 까지의 과정을 상상해볼 수 있다. 그의 고뇌. 그 격동의 시기에 꿈구었던 이상향, 석파란.

 

조선과 근대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인물 이하응. 우리 역사에 더할 나위없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삶'을 가늠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해서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을 정도로 관심이 많았지만 흥선대원군의 개혁정치만 줄줄 외울줄 알았지 그의 삶을 가늠해볼수는 없었다. 지금은 석파란을 치는 이하응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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