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나폴레옹은 역사란 합의화된 우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승자만이 후대에 읽히게 될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한 나라의 왕조를 전복시킨 반역의 무리가 자신들의 행위를 반역이 아니라 혁명이라 이름 붙인다면 그것은 혁명이 되는 것이다. 온전히 역사서를 통해서만 그 시대에 대한 정보를 얻는 후대에서는 반역의 무리를 혁명의 무리로 부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에 대한 정보가 단순히 왜곡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규정짓기가 힘들다. 얼마 전 MBC 드라마 <기황후>의 원작 소설인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기황후』를 읽었다. 약 650년 전에 고려는 원나라의 끊임없는 공격을 약 40년 동안 막아왔다. 그러나 결국 원나라에 조공과 공녀를 바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기황후, 즉 당시 기승냥은 원에 공녀로 가서 순제의 제1황후가 되어 약 40년을 몽골을 뒤흔든다. 기황후는 비범한 능력을 머리에 새기고, 독기어린 복수심을 가슴에 품으며 원을 좌지우지한다. 기황후가 권력을 잡았을 때는 고려의 조공과 공녀를 폐지하고 고려가 강력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금에 와서 무슨 이유로 기황후라는 역사의 일부분이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지고, 그것이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시도 때도 없이 역사를 왜곡하는 중국에게, 과거에 고려의 가녀린 여자 한 명이 거대한 원을 뒤흔들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물론 공녀로 가서 한 나라의 황후가 된 기승냥의 능력이 대단하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과 드라마가 단순히 그러한 능력만을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졌을지는, 몽골의 입장에서 기황후라는 인물에 대해 소설을 써보라고 하면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차이점을 드러내는지 말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행위를 단순히 왜곡이라는 단어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소설과 드라마는 역사를 온전히, 사실(역사서가 완전한 사실이라고 가정할 때)적으로 그려내야 할 의무는 없다. 매체를 통해, 매체가 가지는 상상력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국가에 대한 단결력을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헬레네 납치라고 말하고 있지만 헬레네가 자진해서 트로이로 갔다는 설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또한 타의든 자의든 헬레네가 이유가 아니라 사실 트로이의 지중해 무역에서의 주도권, 즉 경제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발발한 전쟁을 호메로스나 일리아스가 신화적 상상력을 더했다는 설도 분명 존재한다.

어느 것이 진정한 역사인지는 그 시대에 타임머신을 타고 가보지 않는 이상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진정한 역사이건 상상력을 더한 신화를 통해, 소설과 드라마를 통해 자국민의 민족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면 그것을 왜곡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우리는 그것이 온전한 역사가 아니라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