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를 닮은 멜랑콜리 Bellman Mainly mute 

 

피아노 건반이 눌린다.

그리고 all in time....으로 시작되는 첫번 째 트랙 This is life를 시작으로 Bellman의 음반 mainly mute가 시작되었다.

Bellman 앨범의 특징을 몇가지 고르자면 일단 가사가 들린다는 점. 멜랑콜리한 분위기의 음악에 있어 가사가 들린다는 점은 내게 있어 단점으로 작용한다. 밑으로 끌려들어가는 우울을 맛보아야 하는데 가사가 들린다는건 그 가사에 집중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BGM으로서의 음악이 아니라 보컬의 우울로서 공감하는 측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헌데 Bellman의 음반은 이런 통속적인 나의 편견을 깨버렸다. 가사가 들리고 의미파악이 그대로 노출되어도 나의 멜랑콜리의 깊이나 파장을 절대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BGM이면서 주체가 되는 멜랑콜리 음악을 연주했다고 보면 맞을것 같다.

두번째 트랙 Spaceship, Move Slow! 모던락의 기운이 느껴진다. 라디오헤드로 익숙해진 세대라면 앨범 수록곡 중에 이곡이 가장 맘에 들지 않았을까 싶다. 먼지가 내려앉은 트렁크를 꺼내고 뭐든 담아 열쇠까지 착실하게 잠근후 따라불러야 한다. 'Follow me Into my dream.' 첫번째 트랙이 홀로 멜랑콜리의 심연으로 가라앉았다면 이 곡은 내게 상처를 주었거나 혹은 받았을 대상을 이끌고 가려는 보이스로 siren이 될지 오르페우스가 될지는 전적으로 음악을 듣는 청자인 나에게 결정권이 있지만 막상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이미 결정권은 Bellman에게 넘어가 버렸다는 착각이 들정도다. 여기까지 듣고 겁이난다면 세번째 트랙은 더 진득거린다. 이 곡은 듣고 있는 상황에 따라 평이 좀 달라질 것 같다. 내가 연인과 결별을 했다면 분명 이노래는 그 어떤 이별노래보다 더 애절하게 가슴을 때리고 갔을것이다. 혹은 내가 직장을 잃었을 때 듣는다면 일 자체에 대한 바람과 원망이 극대화 될 것이고 이도저도 아닌 그저 평탄한 삶을 산다면 어린 시절 잃어버렸던 꿈에대해 자문하게 될 것이다. '나 지금 제대로 살고 있나. 잃어버린 것은 없나.'

Bellman의 음악은 활화산인지 어쩐지는 잘모르겠지만 롤러코스터 같다는 생각은 든다. 지금은 활동하지 않지만 오래전 롤러코스터라는 밴드가 한국에서 앨범활동을 했었는데 그들의 1집 앨범과 분위기가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던하면서도 멜랑콜리하고 그러면서도 유치할 만큼 직설적인 가사. 여린듯 뿜어내는 보이스와는 다르게 밴드의 연주는 청자로 하여금 제 결정권을 쉽게 넘기게 만드는 마성의 연주. 노르웨이 밴드 음악을 들으면서 한때 빠져살았던 우리나라 밴드를 추억도 하고 무엇보다 그렇게 단조롭지 않은 나의 삶을 자꾸 뒤흔드는 롤러코스터 같은 음반이 바로 Bellman의 Mainly mut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