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소득공제 서류를 준비하면서 느꼈지만 떼어가는 세금은 늘어나는데 비해 내 지갑으로 들어오는 급여는 제자리에서 머물거나 조금 상승할 뿐이다. 그때마다 동료들과 직장인의 비애를 노래해가며 내 사업을 해야 진짜 내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치만 내 사업한다는게 어디 그리쉬운가. 일단 자본이 없다가 우선적으로 드는 생각이다. 두려워하지 마, 닥치면 다 해! 저자 안세연씨가 우리 곁에 있었다면 책에 적은 것처럼 '해보기는 했어?!"라며 불호령을 칠 것만 같다. 그래 맞다. 자본금도 중요하지만 보통의 직장인들은 결코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사업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속된말로 회사에서 짤리지 않고서는 결코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저자의 말에 좀 더 신뢰가 간다.

뭐야, 닥치면 다 해?!

쥐뿔도 없는 우리도 닥치면 할 수 있다고 하니 이 책은 그야말로 직장인추천도서 중에 추천도서라고 볼 수 있다.

*저자 안세연씨는 해외기업이 주로 담당했던 '오피스 서비스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주)이든비즈의 창업자로 여러번의 큰 시련속에서도 굳건히 지금의 자리에 '닥치면 다해!'정신과 배우는 자세를 통해 지금의 자리에 올라 세계시장을 넘보는 멋진 50대 라이프 디자이너다.

책의 내용과 구성을 보면 여타의 자기계발서에 비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형식이라 쉽게 읽히고 재미있다. 마치 TV에서 보는 성공다큐를 보는 기분이 든다. 저자 약력에 소개된 작은 사진만봐도 그녀의 이력이 느껴진다. 디자이너. 그리고 기쎈 언니 같은 모습말이다. 이야기의 첫 시작은 실패담으로 시작된다. 지금까지의 시련 중 최대 고비라고 볼 수 있는 원룸텔 화재사건을 시작으로 저자의 어린시절 부터 성공가도를 달리던 때가 교차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스님의 말씀으로 '디자이너' or' 교육자'가 될거라 하셨다던데 그 스님을 나도 뵙고 싶을 정도로 그녀의 운명은 그 두 직업사이를 계속 오고가고 있다. 자신의 삶을 디자인 하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녀가 디자인 한 것은 옷이나 고시원 설계와 임대사업과 관련된 부분이 아니라 '삶 그자체를 디자인'했다고 보는게 정확하다. 어쩜 이렇게 행불행이 드라마틱하게 벌어지는지 읽으면서 저자가 콕콕 찝어주는 조언이 팍팍 들어올 정도로 재미있는 내용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일단 부딪혀보는 것과 더불어 구체적인 조언을 정리하면 세가지다.

우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사업 or 정식으로 맡아 할 사업이 아니라면 손대지 말라는 말이 눈에 띈다. 물론 잘 알지못한다고 해서 무작정 피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저자가 반복적으로 언급한 내용중에는 '변화'를 즐기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되 제대로 덤벼들면 승산이 있지만 동업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적자를 보고 정리했던 사업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내 사업이다 하고 뛰어들게 아니면 아는 사업일지라도 손대지 않는게 맞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끊임없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배우는 자세다.

"단지 뒤처지지 않고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교류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오늘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렇게 남보다 한 발 앞서 배우고 공부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p.87

또한 사람을 너무 믿어서도 또 믿지 않아서도 안된다는 것. 책을 읽다보면 참 아이러니하게 이중적인 조언이 계속된다. 하라고 했다가, 말랬다가, 사람을 믿으랬다가, 사람이 재산이랬다가 등 제대로 읽지 않으면 우유부단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하지만 저자의 사례를 자세히 들어다보면 정확한 기준이 서있다. 살림이 어려운 친구를 소개해주거나 친하게 지냈던 지인에게 서운한 일을 참 많이도 당했다. 특히 원룸텔 화재사건과 관련해서 안그래도 힘든데 믿었던 사람들마저 돈달라고 아우성일 때는 그동안 그녀가 베풀었던 -물론 꼭 되돌려 받겠다는 것은 아니었다해도- 정은 온데간데 없이 '돈'앞에 지나치게 솔직한 사람들을 보면서 내읽는 내가 다 너무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었다.

"나는 이렇게 행복한 사람이다. 이렇게 두말없이 돈을 내어 주며 위기의 순간 함께해주는 분이 있고, 노심초사 자식 걱정해주는 어머니도 계시니 말이다." p.135

 

참 대단한 사람이 많은 세상이다. 낯선 이국땅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승승장구 하는 전문가들도 그렇고 정말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경제적으로 성공을 이룬사람들도 많다. 저자 만큼이나 기복이 심한 사람들도 물론 많겠지만 왠지 저자만큼은 '운이 좋아서'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람한테 배신 당했을 때는 상대를 이해하려 했고, 업체나 인간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시련에는 '액 땜'한 것으로 여기며 오히려 힘을 내는 모습에서 정말 이 분앞에서는 핑계가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50대에도 늘 자신을 가꾸고, 사소한 것도 신경쓰며 늘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는 저자 안세연. 급여날을 빼고는 늘 투덜거리는 직장인들이 저자의 눈에는 어쩌면 한심하고 안타까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저자는 닥치면 다 할 수 있다고, 해보기는 했냐며 오히려 우리의 의지를 북돋아줄 수 있을거라 자신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하니, 직장인들이여, 다소 헷갈리고 반복되는 조언일지라도 한번 쯤은 꼭 이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낼 모모레 우리 설이 다가온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더이상 핑계를 만들며 시간을 허비하진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