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을 쓸 때 글의 제목이 책의 서명과 같을 수 없다고 배웠다. 물론 내가 쓰는 글들이 서평보다는 감상문에 가까운 줄 알면서도 가급적 타이틀 만큼은 서명과 다르게 적으려고 애썼던 것 같다. 나의 감상을 한 줄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도저히 한 줄로, 하나의 감정이나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읽고나서 며칠 뒤에 리뷰를 적을까 싶기도 했고 머리를 얻어맞은 강한 충격으로 인해 아에 리뷰를 적지 못했던 몇몇권의 책들 중 하나로 당분간 아니 수년간 묻고 지낼까도 싶었다. 그러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베스트셀러니까, 워낙 화제의 작품이니까 라는 이유로 책을 읽으려 들지는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대략의 줄거리는 세령호라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사건을 일으킨 살인범이 사형집행을 당하는 날까지 7년이란 시간동안 벌어지는 최초의 피해자의 아버지가 살인범 부자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초반에 이미 알게 되는 거지만 복수하려는 '영제'는 따지고 들자면 오히려 복수하려는 자의 입장이 아니라 '당하는 자'의 위치에 놓여야 맞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사형수 '현수'가 그녀의 딸을 우발적으로 살해했음을 알게 되는 순간 그 위치는 아주 간단하게 뒤바뀌게 된다. 딸의 복수를 위해서라고는 해도 결국 그가 복수하려고 했던 것은 '되돌아 갈 수 없는 현실'과 그를 떠난 아내와 딸의 존재에 대한 억지스러운 보상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우발적 살인이 만들어낸 비극과 일어날 비극까지 계산할 수 없었던 현수는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독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존재가 되고 만다. 살인을 했으나 오히려 위로받는 위치가 되고 말았으니 소설 7년의 밤에는 '위치'가 뒤바뀌는 인물이 여기저기 등장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는 요시다슈이치의 '악인'이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다 읽고나서 거친 욕을 내뱉게 만들었던 그작품. 미친듯 읽어놓고 결국 살인범이 아니길 바랬던 자가 살인범일 수 밖에 없던 스토리에 화가 났던 그때처럼 7년의 밤 역시 그랬다. 그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실과 진실사이의 '그러나'가 되는 것이다.

픽션이냐 논픽션이냐를 떠나서 '그러나'가 존재한다는 것은 참 쓸쓸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행복했다라고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다라고 한다. 때문에 그러나가 존재한다는 것은 행복하지 못하거나 그럴 수 없었다는 의미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딸의 살인범에게 복수하는 영제가 오히려 더 원망스러운 것도, 악마로 변해버린 아버지를 피해 도망친 세령이 느닷없이 현수에 손에 죽는 것도 그러나 결국 가장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존재는 '서원'이었다. 글쓰는 자의 욕망으로 인해 이 모든 해결의 실마리를 밝혀야 했던 승훈 또한 서원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 모두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그들을 감싸안아줄 만한 존재가 되어주지 못했다는 묘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묘하게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케 했다. 나의 아버지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트라우마의 대상인가. 복수의 대상인가. 혹은 원망의 대상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소설은 자꾸 내게 많은 질문만을 던진다. 그 질문의 답을 승훈이 소설로 사건을 정리하듯 답할 수 있다면, 영제나 아영이 상대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현수가 판을 그리듯 그려낼 수 있다면 아마 그즘이 이 작품의 서평을 제대로 쓸 수 있는 '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작가의 바람처럼 그러나 삶의 모든 것에 '예스'라고 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