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을 다시 보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삶이란 단순하게 정말 ‘책만 보는 바보’같은 삶일지 모르겠다. 먹고 사는 것의 문제만 해결 된다- 라고만 하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그런 것일 게다. 꼭 책이 목표가 되고 과정이 되어 어디에선가 풍성한 과실을 맺는 것이라거나 꼭꼭 눌러 담아 저장해 두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저 단순히 내 앞에 책으로 연결 되는 그 작은 길 하나 밟으며 끝까지 산책하듯 즐겁게 걸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쓴 -이 권우-씨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좋아하는 책을 죽도록 읽을 수 있으며 또한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인터넷으로 어떤 책이든 검색하다보면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의 서평이 주르륵 나오는 세상이다. 사실 나도 그런 서평에 의지해서 책을 사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어떤 사람들의 글은 재미있고 어떤 사람의 글은 딱딱하지만 사실적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서평에서 책이 100이라고 했을 때 책 외의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10프로 정도 비어져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리뷰도 혹은 서평도 이렇게 책을 제외한 내용들이 50프로 이상이어도 괜찮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읽고 있는 ‘그 책’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는 아니다. 책을 소개하면서 그 글을 쓴 사람의 일상이, 생각이, 느낌이 또 다른 책이 마구 비어져 나와 있다는 소리다. 조그마한 문을 열었더니 예상치 못한 곡식들이 와르르 쏟아졌다고나 할까, 아! 이런 독특한 맛으로 ‘책에 관한 책’을 보게 되는 거구나 싶었다. 같은 책을 나와 다른 상황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통해, 또한 전혀 다른 방향에서 소화해 내는 거, 그래서 우리 서로 같은 책을 읽은 게 맞나? 싶은 것, 아, 이런, 허투루 서툰 북리뷰를 올리는 것도 자제해야겠구나, 싶었다. 왜냐, 아무 생각 없이 그 책 내용만 달랑 가지고 쓰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임을 금방 알아차리게 되니까, 잘 쓴 북리뷰에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과 경험의 세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뿐이랴, 철학도, 감수성도 깊숙이 배인 양념처럼 잘 섞여 우러나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이 흔들리면 읽는 책에 따라 시선이 흔들리고, 감정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하긴 글쓰기가 그렇듯,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자기세계’를 모르는 사람은 글쓰기도, 인생도 흔들리지 않을 리가 없다,

 

그나저나, 이 저자가 읽어 온 책들이 책이 만만치 않다. 저자의 네 번째 서평집이라는 이 책 속에 실린 책도 수가 많거니와 서평을 읽다 보면 곳곳에서 문학, 인문과학, 사회과학, 철학등 그가 앞서 읽어 왔을 독서의 역사가 줄줄이 꿰어져 보이는 듯하다. 진짜 죽도록 책만 읽은 그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며 또한 부러운 일일 것이다.

 

책 중간에 그가 강신주의 [철학, 삶을 만나다]의 서평에 이런 글을 남겨놓았다.

 

아무리 개론서지만 지은이만의 독창적인 해석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 파격적이지만 설득력도 높으니, 이만한 개론서라면 남에게 권할 만하지 않는가.

 

여기 개론서라는 단어를, 서평집이라고 바꾼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될 것이다. 그의 서평집 역시 내가 읽어온 서평보다 독특하다, 설득력이 높다.

 

그리고 나는 그가 인용한 것처럼 이런 달콤한 꿈을 꾸며 책을 덮는다.

 

상상해보라, 이런 카페를, 마실거리로는 먹물 포도주에 삼류소설 커피가 있고, 뮤즈 키스 코코아와 착상의 물이 있다. 먹을거리로는 문자꼴의 국수나 버섯으로 만든 음절샐러드가 준비되어 있다. 즐거운 눈길로 차림표를 훑어보다 주문했다. 영감이라는 이름이 붙은 바닐라 밀크 커피 한잔과, 시인과 유혹이라는 단과자를 말이다. 아무렴, 현실에 이 카페가 있으리라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옮긴 글.p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