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인간? 책소개글을 보지 않았다면 꽤나 낭만적인 인어공주와 같은 스토리일 것이라고 추측했을 것이다. '물고기 인간'이라는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생각이 든 것은 반인반수, 인어공주와 같이 인간의 몸+물고기의 몸의 구조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저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로 인간아가씨와의 로맨스가 전개되리라 기대했었는데, 읽을수록 알렉산드르 벨랴예프의 <물고기 인간>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어린시절 자기도 모르게 행해진 수술로 인해 물에서도 살아 숨쉴 수 있는 물고기 인간이 되어버린 이흐티안드르와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신비롭고도 가슴찡하게 펼쳐진다.

 

주 무대가 되는 곳은 아르헨티나, 남미이다. 작가가 러시아 사람임에도 남미를 주 무대로 그린 것이 놀랍다. 왜 작가는 남미를 택했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차가운 러시아연해보다 따뜻함, 정열이 살아있는 남미의 바다가 이흐티안드르의 비극적인 삶을 더 비극적으로 분명히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일까? 러시아와 지구정반대인 남미의 신비스러움에 매료되었기 때문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면서 보게 되었다. 알렉산드르 벨랴예프가 쥘베른의 작품을 보고 자랐기 때문인지몰라도 남미가 등장하는 점이 새로웠다. 왠지 책을 읽고 있는 나도 남미에 가면 진짜로 이흐티안드르와 같은 물고기 인간이 있을지도 모를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된다. ^^

 

이야기는 '바다의 악마'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출현하면서 시작한다. 범선 '메두사'의 선장 주리타는 인간의 형체와 닮았으면서도 바다 속에서 자유로운 '바다의 악마'를 잡아 일을 시키려고 한다. 주리타는 탐욕스런 거짓말과 위선으로 결국에는 '바다의 악마' 이흐티안드르를 생포하고 강제로 진주를 캐오게 한다. 주리타를 도와 이흐티안드르를 잡게 도와준 인디오 발타자르는 이흐티안드르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고, 오래전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아들임을 깨닫게 된다. 외과의사 살바토르에 의해 비밀생체실험 대상이 되었던 아들, 상어 아가미 이식 수술을 받아 새생명을 얻게 되었지만, 사람이 아닌 괴물이 되어버린 아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만나게 되었지만 자신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는 아들을 찾기 위해 고소장을 제출하지만, 이기적인 사람들로 인해 이흐티안드르는 사형에 처해질 위험에 다다른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에 의해 상처를 받는 이흐티안드르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어디까지나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소설일뿐이지만, 머지않아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 끔찍했다고 할까? 한 인간의 욕심이 잘못된 생명을 주고, 또 다른 인간들의 욕심이 고통을 주고, 또 다른 인간들의 욕심이 목숨을 위협하는 악순환이 되어버리는 모습이 앞으로 우리가 겪을 이기적인 모습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렉산드르 벨랴예프가 <물고기 인간>을 쓴 시기가 1920년대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천재적인 상상력이 그를 지배했는지 그의 이야기가 지금봐도 완전히 헛되보이지 않는다. 동물도 복제가 되는 시대이니 물고기 인간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으니까 말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