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의 문제>를 보고 있으면, 한국식 ‘명탐정 코난’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명탐정 코난’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실제나이는 고등학생이지만 약을 먹고 초등학생의 몸이 되어버린 꼬마탐정이 사건의 중심에 서서 미궁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만화로 종종 보던 것이다. 여타 추리소설이 많은 복선을 두고 꼬아서 복잡하고 길게 전개시키는 스타일은 너무 지루해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명탐정 코난’은 내용이 길지않아 단시간안에 집중해서 즐겁게 볼 수 있어 좋아한다. 그런데 도진기의 <순서의 문제>가 코난처럼 너무 재미가 있었다. 우선 길지않은 분량이라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진구'라는 캐릭터는 갈수록 호감스러워지고, 사건이 의외의 구석에서 해결되는 상황들이 재미가 있었다.

 

총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순서의 문제>는 제목 그대로 순서의 문제들이다. 시간 순서에 따라 누군가는 웃고 울고 하는 일곱가지의 문제들에 대한 ‘진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처음에 단 한명의 주인공이 탐정마냥 여러사건을 풀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않아서 ‘진구’라는 사람이 행여나 목숨이 위험해질까봐, 저러다 죽는거 아닐까하는 걱정이 앞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어갔는데, 알고보니 주인공이라서 나름 배신감이 들기도 했다. 앞으로도 계속 나올 사람이라고 알았으면 괜시리 마음 졸이며 보지 않았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어 작가가 괘씸했다. 뭔가 껄렁한 구석이 있으면서도 말하는거나 행동하는게 예사인물이 아닌 진구가 이상한 알바를 하면서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나 여자친구의 이야기에 살인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일 등은 신기하면서도 집중하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진구가 돈을 밝히는 속물 같으면서도 여자친구를 위하거나 어린 아이를 위하는 등의 에피소드가 담긴 이야기들을 보면 또 꼭 속물 같은 인물만은 아닌 것 같아, 애정이 샘솟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진구의 과거사가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수학에 뛰어난 진구와 아버지의 사고, 그리고 고아가 된 진구의 고교생활 등 밝히지 못한 진구의 과거에 얽힌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는데, 아마 언젠가 또다른 이야기로 진구의 이야기를 작가가 그려내지 않을까 싶다. 그때를 기다려봐야할 것 같다.

 

도진기 작가는 추리소설가 겸 현직 판사여서인지 사건을 전개해가는 흐름이나 법정에서의 흐름들이 매끄러워 진짜로 재판이나 수사과정을 본 그대로 재현해내는 것 같아 그점이 마음에 들었다. 실제 사건들을 다루는 사람이다보니 거기서 모티브들을 따와서인지 사건들이 실제 사건들 같이 탄탄한 것 같기도 하고 더 풍성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단편이다보니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열쇠가 쉽게 더 빨리 독자 눈에 띄기도 했는데, 노래 한 곡으로 깨닫게 되는 진실들은 나도 눈치가 채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워 이정도의 트릭을 눈치채더라도 즐겁게 봐줄 수 있었다. 도진기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조만간 만나야할 것 같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