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면 길을 걷다가 꼭 만나게 되는 친구들이 있었다. 유난히 노란 은행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려 떨어졌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길에 무수히 만나던 그 친구들을 나는 자주 데리고 와서 책 사이에 껴놓고는 했는데, 몇 개월이 지나 우연히 책을 펴볼 때마다 그 친구들 다시 만나게 되었다. 너무 반갑고 바싹 말라버렸는데도 그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채로 있는 것이 신기했었다. 그 중에 몇몇은 코팅이 되어 책갈피가 되었고, 몇몇은 지금도 책장 어디에선가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압화와 콜라주>는 나에게 아련한 옛 추억을 다시 떠올려주었다.

나뭇잎이나 꽃을 단순히 책 사이에 껴놓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했던 단순한 압화 과정이 책을 통해 확인해보니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느껴졌다. 신문지를 다리미로 다려 수분을 날려주고 그 사이에 정성스레 꽃잎 한 장 한 장 잎 한 장 한 장 가지런히 정렬, 책으로 눌러준 후 수분과 빛을 피하여 잘 보관하는 방법까지 상세히 알려준다. 압화를 이용한 인테리어 소품부터 생활용품을 만드는 과정과 이쁜 샘플 사진까지 더해지니 책이 더 맛깔나게 보인다. 단조롭고 심플하기만 하던 물건들이 압화란 화려한 옷을 입으니 특색있고 너무 이쁜 소품이 되었다. 리폼이 유행하는 요즘에 압화를 이용한다면 이보다 고급스러운 리폼이 있을까 싶다. 그림이나 페인트칠만으로도 표현이 안되는 자연적인 느낌이 고스란히 담긴 나만의 작품 상상만으로도 벌써 기대가 된다.

편지, 액자, 장식품, 양초 등 압화의 다양한 쓰임새를 소개해주었으나 그 양이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 점이 제일 아쉽게 느껴진다. 조금 더 많은 작품들을 책에서 만나길 바랬는데 예상보다 작은 사이즈만큼이나 풍성한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콜라주 도안을 본문에 실거나 압화와 콜라주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답변도 달아주기도 했지만 압화와 콜라주에 대한 많은 내 욕심들을 다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압화와 콜라주> 2편이 제작되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때는 꼭 백과사전만큼의 양과 두께이길 바란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