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보울러의 작품과는 두번째 만남이다. <리버보이>로 <해리포터시리즈>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메달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주목받았다는 팀 보울러. 그에게는 청소년소설가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데, 언제나 그의 소설은 어른이 아닌 청소년&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지만 아직 나와 인연이 닿지 못한 <러버보이>도, 내가 처음으로 접해 본 팀 보울러의 작품인 <프로즌 파이어>도, 그리고 <블러드 차일드>도 역시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개인적으로 <프로즌 파이어>를 보며 그 치밀한 구성과 표현력에 꽤나 마음에 들었다. 의문의 존재를 쫓아가는 아이의 조심스러우면서도 호기심 강한 모습을 글로써 표현하고, 하얀 눈이 쌓여있는 광경도 역시 글로써 표현하지만 내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것 같았다. 책을 보며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했고 작가의 매력에도 빠지고 말았다. 그의 또다른 작품인 <블러드 차일드> 또한 그렇지않을까하는 기대감과 표지 속의 묘한 눈빛의 소년의 모습에 이끌려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블러드 차일드>에는 기억을 잃은 소년이 나온다. 외딴 도로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정신을 잃어가는 장면을 시작으로 주인공 윌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윌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겠고 살아있는 것인지도 확신이 안 서는 혼란 속에서 신비한 소녀의 환영과 또다른 소녀를 느끼게 된다. 점차 자신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알아가지만 정작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자신이 누구였는지도 내 부모님 조차도 잊고만다. 자신의 이름도 떠오르지않지만 사고 당시에 봤던 소녀의 환영만 기억해내는 윌은 점차 자신을 둘러싼 마을에 이상한 일이 있음을 느끼고, 자신을 쫓는 소녀의 환영과 괴한의 위협에 윌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신비로운 그 소녀는 누구인지, 소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윌에게 자꾸 나타나는지, 헤이븐스마우스 마을에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지 처음부터 궁금증 투성이었다.

그중 제일 궁금했던 점은 기억을 잃은 사람을 어떻게 표현해낼지였다. 전작을 통해 팀 보울러의 표현력이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는데, 그래도 어떤 감정이 들지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기억을 잃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표현해낼지 기대도 되었다. 그런데 역시 팀 보울러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기억이 없는 백지상태로 퍼즐마냥 기억의 조각조각을 조금씩 맞춰가는 윌 모습을 보면서 그의 탁월한 묘사력과 표현력에 감탄했다. 혼란 속에 갇혀 방황하는 윌의 심리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 하얀 눈을 통해 시각적으로 상상하게끔 만든 전작처럼 <블러드 차일드>에서는 핏빛바다를 통해 붉은 색을 상상하게 만든다. 글을 읽고 있는데 그의 책은 마치 영상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가끔씩 들게 해준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