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간 좋지 않은 소식을 들은 나는 감정기복이 심해 크나큰 상심에 빠져서 지내고 있었다. 괜찮을 거라고 아니 괜찮아지리라고 다짐했지만 사람 마음이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아서 빨리 진정되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좋은건 사라지지 않아요>는 진정제 역할을 해준 책이었다.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 왜그리 가슴을 울리는지... 감성적인 제목에 새삼 더 좋아졌다.

사실 난 월간 PAPER를 들어본 적도 접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상한 끌림이 있었다. 반드시 봐줘야할 것 같은 느낌, 책을 펼쳐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선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월간 PAPER의 백발두령 김원의 첫 작품집이라는 문구에 기대가 많이 되었고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내 마음이 좋지않으니 ‘당신의 영혼을 위로하는 79통의 편지’라는 작은 문구에 더 눈길이 갔다. 내 영혼을 위로받고 싶은 심정이었기 때문일까? 나의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안아줄 그런 글들이 너무나 필요로 했다.

책에는 작가의 사진과 글, 그림들이 담겨있었다. 작가의 작품사진이 기대가 되었지만 차츰 작가의 글에 더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작가가 살면서 느낀 점이나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들이 담긴 글들을 읽다보니 내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는 것 같았다. 물론 공감이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내 마음을 울리는 좋은 글들이었다. 또 여러 가지 옷을 입은 하늘의 모습부터 한적한 바다와 길, 빗물, 색감이 고운 꽃들 등을 찍은 작가의 멋진 풍경 사진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져서 너무나 좋았다. 물에 비친 풍경이나 여러 가지 물건들로 어질러진 책상을 찍은 사진조차도 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나를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아서인지 아니면 그렇게 느끼고 싶었던 마음이 커서 그렇게 느끼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좋은건 사라지지 않아요>는 때가 잘 맞게 나에게 와주었다. 오랜만에 날 찾아온 귀한 손님같은 책이었다. 책에서 아쉬운 건 사진과 글이 어우러져있지 않고 파트가 나눠져 있다보니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점이다. 사진과 글, 그림이 번갈아가며 구성되었다면 지금보다 보는 면에서 더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