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린다는 곳, 훗카이도. 그곳을 한껏 담은 책을 만났다. 서른도 안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故 이석주씨의 유고 사진에세이집 <너 혼자 올 수 있니>. 간암 말기 투병중에도 사진으로 세상과 이별을 준비한 그는 쓸쓸히 배낭과 사진기를 들고 훗카이도로 혼자 여행을 떠난 뒤 1만여장이 되는 사진들을 찍어왔다고한다. 그 사진들이 책 한권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눈이란 녀석은 아름답고 신비하고 순수하다. 동시에 차갑고 슬프고 쓸쓸하다. 그래서일까 이석주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눈을 보고싶었던가보다. 죽음의 순간까지 눈을 주제로한 책 출간과 사진전을 준비했던 그의 열정이 사진에 많이 담겨있는 듯 했다. 그의 훗카이도 사진에는 쓸쓸함이 가득해보였고,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아름다우면서도 슬퍼졌다. 죽음을 알고 있고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그의 사진을 한장한장 보고있으면 괜히 마음이 이상해졌다. 사진이나 그림, 음악을 보고 들으면 감명을 받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의 사진이 그랬던 것 같다. 그때의 그의 마음을 모두 느낄 수 없지만 세상과 이별하는 그의 마음이 조금 느껴졌나보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차분해지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또 그의 사진과 짧은 글들에서 세상을 살아갈 힘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이 겨울에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와주었던 것 같다.   

그의 사진에 빛과 소금이 되어줄 시인 강성은의 글이 오히려 난 독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강성은 시인은 故 이석주씨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고 그의 인생 여정을 알고나서 이 작업에 참여했다고하니.. 책에 담긴 글이 조금은 사진과 이질되게 느껴졌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것과 글에서 오는 느낌이 하나가 아니어서 한권의 책이었지만 마치 두권의 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이자, 사진과 글의 대화’라는 문구가 조금은 이해되었지만 완전한 하나의 책이라고 느껴지지않으니 안타깝다. 사진을 찍는 그 순간에 故 이석주씨의 생각이 담긴 책이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았을텐데... 그가 남기고 간 사진들만이 그의 감성을 말해주니 그 느낌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너무나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