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마게 푸딩? 제목만 들으면 어떤 이야기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표지에 큼직막한 노란 푸딩이 그려져있어 왠지 이야기가 맛깔나지않을까하는.. 책에 대한 첫느낌은 꽤 좋은 편이었다.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라는 소제목처럼 <촌마게 푸딩>은 과거에서 온 남자와 그 남자를 우연히 받아들인 여자와 아들의 좌충우돌 생활기를 그리고 있다. 

도쿄에 사는 히로코는 집안일과 육아, 회사일을 병행해야하는 싱글맘이다. 어린 아들 도모야를 아침마다 어린이 집에 데려다주고 회사에 출근해서 상사에게 치이면서도 도모야를 데리러가야하기에 칼퇴근을 해야만하는 히로코의 삶은 다람쥐 챗바퀴처럼 무미건조하다. 심하게 꼬이던 어느날에 촌마게 머리(에도 시대 남자의 머리모양으로 정수리까지 밀고 남은 머리를 뒤통수에서 틀어올린 형태)를 한 이상한 남자 기지마 야스베를 만나면서 히로코의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야스베는 사무라이라 가부장적인 면이 있어 일하는 싱글맘 히로코를 이해할 수 없지만 차츰 히로코와 도모야를 위해 가정적인 남자로 변신한다. 집안일을 대신 해주고 도모야를 돌봐주고 요리에 눈을 뜨는 야스베. 그의 출현에 당황하던 히로코도 점점 그로 인해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의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야스베가 요리대회를 나가면서 그들의 행복한 삶이 달라지게 되면서 이야기는 조금 꼬이게 된다.

처음에는 어느날 갑자기 칼을 차고 있는 머리도 요상한 남자를 만나게 되면 과연 저렇게 친절을 베풀 수 있을지 살짝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무라이 이미지는 일단은 무뚝뚝하고 무섭고 섬뜩하고 잔인한 남자로 생각되는데, 아무래도 책 속에 나오는 기지마 야스베는 뭔가 어리숙해보이는 사무라이였지않나 싶다. 그렇게해야 다음 이야기가 진행이 되기도 하겠지만.. 18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은 야스베의 행동과 말투는 지금 보기에 딱 미친사람처럼 보이는데, "~이외까?~이외다." 등 고전적인 그의 말투와 행동들이 은근히 웃음짓게 만든다. 사무라이가 푸딩을 만들고 청소를 하고 아이와 카드놀이에 빠지는 모습이라니.. 책을 읽으면서 내용들이 머릿속으로 그려져서 눈으로 본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영화로는 이미 제작이 되서 개봉도 했다는데, 영화를 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골든 슬럼버>,<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 로커>의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영화로 제작하고 싶어 욕심을 냈다는데, 책을 읽고보니 나역시 탐이 났다. 글이 아닌 영상으로 보고 싶은 장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조만간 영화 <촌마게 푸딩>도 봐야할 듯 싶다.

과거에서 온 야스베로 인해 단조롭게 살아가던 히로코와 도모야가 행복을 찾으면서 야스베가 끝까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더라도 셋이 단란한 가족을 이루면 어떨까하는 기대감이 들었는데, 아쉽게도 야스베가 새로운 일에 즐거움을 찾으면서 그들 사이가 소원해지는 스토리로 전개되서 아쉬웠다. 아마 과거로 돌아갈 수 밖에 없을 야스베와 헤어짐을 준비하는 전초적인 단계이지않았을까 싶다. 디저트의 세계에 눈은 뜬 사무라이가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되고 그것을 직접 확인하는 히로코와 도모야를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맺는데, 아쉬우면서도 저절로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