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다. 오늘 내가 가진 이 편안함이 침해될까 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일이 오늘과 같을까봐도 불안하다. 오늘의 내가 처한 이 애매모호한 감정이 하루빨리 달라져야 한다고 여기고 벗어나고 싶은 여건과 환경마저도 내일도 그대로일까 봐 나는 불안하다. 그렇게 내일은 오늘과 달라야한다고 치열하고 바쁘게 스스로 채찍질하며 달리는데 그러다가 문득 지난 시간을 바라보니 내 소중한 시간과 젊음을 허비하면서 바꾼 것이 크게 중요하지가 않다는데 분노한다. 마치 인어공주가 목소리를 주고 바꾼 다리가 왕자를 얻는데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고 느꼈을 때의 기분이 이것이지 싶은 그런 것.

그런데 불안하고 외롭다. 부정할 수 없는 기분이다. 나만 뒤처질 것 같아서 이것 저것 다 들쑤시고 다녔는데 적어도 혼자만 잘못된 길로 가고 있지는 않다는 안도감을 위해 최대한 발맞춰가보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또 공허한 감정이 불쑥 이야기한다.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는건지. 내 인생을 살고 있는건지. 세상 흐름에 휘말려 가다가 그 끝엔 무엇이 있을지. 죽음을 맞이 하는 순간, 이루었다 말하는 예수의 복된 얼굴일 수 있을지에 대해 나는 바로 볼 수가 없다. 이미 하고도 남았을 그 방황을, 중년이 된 지금 하고 있으니 그동안 나를 둘러싼 거짓된 체제와 틀에 대한 분노로 잠을 이룰 수 없는 요즘 그래도 다독여본다. 그래, 좋다고. 내 속에 든 여러 얼굴, 부모자아와 성인자아, 아동 자아는 여러 상황에서 얼굴을 내밀고 나를 이야기한다. 그 얼굴은 내 삶의 뿌리깊은 기억이자 인생이 되었다.

이런 내 인생은 또 다른 인생과 만나게 된다. 바로 이주아씨인데 그녀의 얼룩진 상처 속에서 마주보기를 한 그 이력이 힘이 되었다. 불안감은 생각과 감정을 통해서 느끼는데 그 기저에 있는 의심과 두려움이라는 방어기제를 지적한다. 미래에 불신을 품도록 만다는 의심은 위험한 상황을 마주치지 않도록도 하지만 현재 그리고 여기에 편안히 머물지 못하게도 한다. 도전 앞에서 용기 내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그 감정이 두려움인데, 위험신호를 감지하는 능력도 있지만 의심과 마찬가지로 불안감을 조성한다. 그 의심과 두려움이라는 방어기제를 풀 열쇠를 알고 잘만 사용하면 주체로서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 열쇠는 다름아닌 '앎과 기쁨'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현재에 집중하고 온전히 기뻐하는 경험들을 저축하면 파산상태는 막을 수 있다. 아니 더욱 행복한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그 게슈탈트의'Here and Now'의 기술은 어떻게 익힐 수 있는지에 궁금증이 생긴다. 현재 아우토겐트레이닝,  명상, 코칭법, NLP, 최면, 명리 등의 마음교육이 나와 있는데 그 원리는 단 한가지이다. 호흡을 가지런히 하고 긴장과 이완을 적재적소에서 함으로써 분노상황에 즉각 대응하지 않으며 현실과 자신에 대한 자각체계를 바로 잡고 자신을 수용함과 동시에 옳게 통제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그것을 통해 타인을 수용하고 관계를 잘 형성함으로써 유연하고 균형있는 삶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다만 이 책에서도 언급하듯 습관이 되도록 6단계에 걸쳐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제1단계 릭렉스(Relax)-이완
제2단계 리플렉트(Reflect)-돌아보고,느끼고,치유하기
제3단계 리셋(Reset)-재설정
제4단계 리플로우(Re-flow)-깨어있기
제5단계 리트레이닝(Retraining)-훈련과 습관
제6단계 리크리에이트(Recreate)- 재창조

검색하면 모든 지식이 나오는 오늘날 단순히 아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체험을 통해 그 앎이 내 삶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애매모호하고 불안감에 휩싸이도록 하는 상황에 멈춰있지 않고 그 시선을 내 안으로 돌리기 위해 일단 멈추고 휴식을 취하고 이완하도록 하는 일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그러고나서야 비로서 내 마음을 어떻게 쓰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그와 같은 사이클을 통해 마음에 찌꺼기로 남은 것에 대한 감정을 바라보고 털어내는 일이 가능하다고 한다. 제2단계의 돌아봄과 치유는 이때 자신을 지각하고 인식함으로써 앞으로 그 사이클대로 감정이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제3단계에 이르러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쓰기위해 기존의 '나'로 정의한 것에 의문을 갖고 그동안 삶을 통제했던 모든 관점을 재설정한다. 제4단계는 무의식적인 마음의 자동 반응을 지켜보도록 현재에 깨어있는 훈련을 하는 과정으로 습관적으로 나오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매 순간 새로운 정체성으로 머무는 감각을 키울 수 있다.
제5단계에는 삶 속에서 설정한 관점을 적용하며 살아가는 훈련이며 습관화 과정이다. 몸과 마음에 각인되는 과정이기에 나 같은 경우에 사소한 일상을 하나하나 조각내어서 기록해보았다. 기록을 해보니 일상을 바라보는 눈이 예민해졌고 자동적으로 왜곡된 인식에 점철되는 걸 막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모습을 자유롭게 연출하는 자기창조의 과정으로 현실목표에 집중하는 연습이다.사실5단계까지의 과정까지 내가 쓰지 않던 마음근육을 씀으로써 피곤했었다면 이 단계는 다소 간단해보였다. 하지만, 외면과 방어로서 회피하며 현재에 머무르는 것과 현재 목표에 몰입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바쁜 일상에서도 짬짬이 보았다. 읽는데는 얼마 안걸렸지만 매일 트레이닝을 해야했기에 주방에서 요리를 하면서도 꺼내보는 통에 음식얼룩도 묻기도 하였을만큼 가까이 두었던 책이다. 이론을 나열하는 심리학자의 과시용 책이 아닌 공감과 격려를 하는 친절한 훈련서였기에 가능했겠다. 덧붙여 아우토겐 트레이닝의 심화반에서는 제1단계와 제2단계 자기인식 정비 이후에 가능한 수업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