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안개 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진실을 결코 개들에게 던져줄 수 없습니다."

공지영씨의 장편소설 '도가니'에 나오는 한 구절 입니다.

사실 이 도가니 라는 작품은 인터넷 소설로 먼저 연재가 되고 있던 소설 입니다. 아마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듯..

저 역시 알고 있었지만, 책으로 출간되면 공지영씨가 손으로 직접 쓴 일기장을 넘기듯, 직접 장을 넘기면서 읽고 싶었습니다.

고맙게도 정기적으로 신간 서적에 관한 정보를 받아보느라 신청해 놓은 교보문고 인테넷 메일에서 '도가니'를 미리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망설임 없이 예약 주문을 했습니다..

공지영씨의 책을... 아니 그녀의 글을 좋아하지만, 어떠한 무게있는 글이나 - 그렇다고 항상 가벼운 글을 쓴 것은 아니지만 -

마구 심각하게 읽을만한 작품은 크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헌데 이번 도가니 라는 소설은 정말 달랐습니다..

한창 바빠서 책을 택배로 받아놓고 이틀정도 후에 첫 장을 펼쳤습니다....... 음.... 읽는 내내 정말.. 충격의 도.가.니...였습니다.

제 멋데로 + 나름대로 지껄여 본다면... 공지영씨 조차도 너무 충격적인 일들을 접하고 이 책을 썼기 때문에

말 그래도 충격의 도가니다... 뭐 이런 뜻이 아닐까 싶더라구요...(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쌩뚱맞은..ㅠㅠ;;)

이번 포스팅에서는, 책의 내용을 이야기 하지는 않겠습니다..

어쩌면 이미 많은 분들이 인터넷 소설로 읽으셨을 테고, 혹은 제가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기억하시나요??

이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광주에 인화 학교에서 여중생이 몇몇 교사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일이 만천하에 들어납니다.

헌데 광주 인화학교는 단순한 학교가 아닙니다. 청각장애아들을 위해 설립된 특수 학교 입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성폭행이 2006년에서야 들어나게 되었습니다. 이 기나긴 시간도 피해자에게는 지옥같은 시간이었을텐데

약자여서 어쩔 수 없고, 강자여서 이길 수 밖에 없는 이 썩은 사회에서 어이 없는 판결에 분풀이라도 해야겠다며,

가해자 임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럽게 고개 쳐들고 다니는 교사들에게 인화학교 학생몇몇이 계란세례를 퍼부운 것에 대해

오히려 메스컴에서는 "학생들이 폭력을 행사 한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라고 " 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어이 없게도 가해교사는 복직하고, 양심교사는 파면당했습니다.. 피해학생들 역시 학교를 떠났습니다.

"도가니"는 실제 광주 인화학교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한 소설입니다.

맨 마지막 [작가의 말] 에서 공지영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어떤 신문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지막 선고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 기자의 스케치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였던 것 같다.

그 순간 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준비해오던 다른 소설을 더 써나갈 수가 없었다.

그 한줄의 글이 내 생의 1년, 혹은 그 이상을 그때 이미 점령했던 것이다.

실제로 피해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기록들을 수집하고, 작성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 공지영씨가 참여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내용은 굉장히 구체적입니다. 너무 구체적이어서 믿을수 없었고, 믿을 수 없어서 또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사실이라는 그 사실에 울고 또 울었습니다.. 마치 내 앞에서 아이들이 고통스런 기억들을 몸부림치며 수화로 얘기하며

토해내는 것 같았습니다.

헌데 문득 '도가니'를 통해 공지영씨가 얘기하고 싶었던 진짜는 이 사회에 대한 비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단순히 광주 인화학교의 사건을 고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이 밝혀지고 메스컴에 알려리기까지 이들이 싸워나가는 과정이

썩어빠질 데로 썩어서 문드러져 버린 오늘날의 우리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느낌을 책 후반부에서 강하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교장 이강석과, 행정부장 이강복은 자애학원 설립자의 아들이며 생활지도교사라는 유자애는 자애학원 설립자의 수양딸 입니다.

이강석 형제와, 또 다른 생활지도사인 박보현 교사는 수 년째 자신들이 운영하고 가르치는 아이들을 성폭행 합니다.

하지만 학교내부에 어떤 그 누구도 이를 아는척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묵살하고 없었던 일인듯 취급합니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이유없이 당해야 했던 아이들을 도왔다는 죄로 송하섭 선생은 부당해고를 당합니다.

무진시의 경찰이라는 장경사는 아이가 죽었는데도 '귀가 안들리기 때문에 기차가 오는 소리를 못들어서 죽었을거다'라고 말하며

오히려 자애학원측의 혐의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합니다. 아무리 증거를 들이밀고 자애 학원을 고소해도 경찰측은 꿈쩍도 안합니다.

교육청 장학관 최수희의 남편은 이강복 형제와 무진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아이들의 성폭행여부를 검사했던 산부인과 여의사는

장학관 최수희와 무진여고 동창 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같은 교회의 신자입니다..

이 거대한 무진이라는 도시의 조직 속에서 약한자는 자애원 아이들이며, 인권운동을 하는 서유진이고, 뒷거래로 들어온 주인공 강인호 입니다.

대충 감이 잡히시나요??

후반부에 힘겹게 아이들을 위해 싸우는 인권운동센터 상근간사 서유진에게 장경사는 이런 말을 합니다.

"전부터 말해주고 싶은게 있었어요. 적당히 하고 손을 떼라구요. 지금 서간사가 무슨 일을 벌이는지 알아요?

당신이 지금 누구에게 싸움을 걸었는지 말예요. 듣자니까 아버님이 유신치하에서 그리 유명하던 서갑동 목사님이시라던데

.....( 중략).....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결국 바위가 깨진다....던가? 뭐 그런거. 어쨌든 그래서 다쉿과 골리앗의 싸움에 대해

너무 이상한 믿음을 가진 거 아니예요? ....(중략....)"

이때 서유진이 말합니다.

"이보세요, 나는 거짓말하는 사람들과 싸우고 있어요, 아이들이 다쳤고, 아이들을 다치게 한 사람을 고발했고, 그게 다예요."

이 말에 장경사가 피식 웃으며 말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진시민 모두와 싸워야 할거요, 사방에서 거짓말을 하며 서로서로를 눈감아 주고 있어요.

시의원과 건설업자의 처남이. 운전면허시험장 직원과 병원장 사모님이. 룸쌀롱 마담과 결찰서장이. 밤무대 무명 가수와 외로운 사모님이.

유부녀와 목사가, 교수와 교재 출판업자가. 시교육청과 입시학원 원장이 서로를 봐준다며 눈을 감고 거짓말을 해대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직도 정의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쩌면 그들은 더 많은 재물은 가끔 포기할 수 있어요.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거예요. 한번만 눈감아 주면 다들 행복한데. 한두 명만 양보하면 - 그들은 이걸 양보라고 부르죠 - 세상이 다 조용한데, 그런데 당신은 지금

그들을 흔들고 있어요,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변화를 하자고 덤빈단 말이지요.

.....(중략).......

그 사람들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점수, 점수, 점수, 경쟁, 경쟁, 경쟁 속에서 남을 떨어뜨리고 여기까지 왔어요.

일점 때문에 친구는 낭인이 되고 자신은 판검사가 되었단 말이죠. 그런데 그들이 정신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아들 몇명 때문에 처삼촌과

대학동창 사돈과 사위의 은사와 장인의 후배와 얼굴을 붉혀가며 그 정의라는거, 진style="FONT-FAMILY: 1003773_10; FONT-SIZE: 10pt" class="view"> 그 사람들에게 진정 학원 이사장과 장애아의 인권이 같을 줄 알아요?"

이 대목에서 어쩌면 공지영씨가 소설 도가니를 통해서 정말 말하고 싶었던 것은 되물림 되는 부와 권력

그 사이에서 학연, 지연으로 똘똘뭉쳐 나만 잘먹고 잘살면 된다라는 강한 의식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는

남의 상처따위는 안중에도 없으며 더불어 죄의식 마저도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이 썩어가는 사회의 현실을 얘기하고자

했던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한 소설이나 영화가 사실과는 다르게 극적 반전을 거치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아쉽게도 이 소설은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그냥 표면적으로 보면 해피엔딩이 아닌 것이 아쉽지만, 글쎄요 미천한 제 생각으로는

이 소설이 극적 반전을 거쳐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이 소설이 주는 여운은 조금 줄어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공지영씨가 인터넷에서 소설을 연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해주세요"라는 독자들의 요구였다

고 합니다. 하지만 공지영씨는 해피엔딩이 아닌 결말에서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댐을 부술때, 폭탄으로는 쉽게 잘 안부서진다, 하지만 댐에 생긴 정말 작은 구멍 하나를 시작으로 큰 균열이 생겨서

어느순간 댐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처럼... 비록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이들의 이 작은 노력이 마치 댐에 생긴 작은 바늘 구멍이되서

점차적으로 큰 균열을 만들어 언젠가는 진실을 밝혀낼 것 이라는 희망적인 여운을 남기고 싶었다고 합니다.

              제가 불면증이 심하기도 하지만, 모두 잠들어 숨소리도 안들리는 새벽에 커다란 곰인형에 반쯤 기대서 침대 옆의
              사이드 조명만을 켜두고 시개의 째깍 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함 속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집중이 잘 되는 이유도 있지만, 이런 시간에는 책속의 글을 읽고있는 것이 아니라, 책속의 내용들을 마치 제 눈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하기 때문입니다... (좀 우습지만, 이런 느낌으로 읽은 책의 감동은 쉽게 잊을 수 없답니다..)
              이것이 저의 책읽는 습관일 뿐인데..... 이 책을 이 시간에 읽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며 후회했습니다..
              정말 믿어지또 읽었습니다. 이불속에서 얼마나 꺼이꺼이 울었는지...
              아직도 가슴이 저리고, 머리가 띵~~한 느낌 입니다.. 그 여운에 너무 가슴이 뛰고 분노가 치밀어 차마 오늘이 되기 전까지는
              이 책에 대해서 단순히 "읽었노라"라는 말 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4년 쯤 전에 익산의 남학생 8명이 여학생 한명을 집단으로 성폭행 했었던 사건이 생각나더라구요.
정말 세상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는데.. 젠장 젠장... 아이들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라는 곳이 발벗고 나서서

              이 사실을 은폐했습니다.
              이 썩을 놈의 사회는 서로에게 책임전가하기 급급했고, 언제나 그랬듯이 약한자는 약해서 당했고, 약해서 억울해야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가해자가 아직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집행 유예를 받고 풀려났던 것으로 기억하구요..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진리를 악용하듯 흐지부지 학교측에 어떠한 징계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억합니다.

모든 사람을 경악케 했던 이 사건은 어처구니 없게도 판결 마저도 상식 이하로 온 국민을 두번 경악케 만들었지요..

왜 항상 피해를 입는 사람은 약자이고, 약자라는 것도 억울한데 왜 약자이기 때문에 또 다른 피해를 감수해야 할까요..

네... 어쩌면 방금 전에 끄적인 바로 이 윗줄의 한 문장은 분노로 똘똘뭉친 편협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인정합니다..

하지만,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더욱이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도망가지 그랬니"라고 뻔뻔스럽게 되묻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니들이 도망가지 않아서 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것 처럼들려 분노가 치밉니다..

그들을 맹수가 드글거리는 우리안에 가둬놓고 "잘 도망다니지 그랬어" 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떤 노력을 해도 그 아이들의 고통을 100만분의 1 조차도 함께 나눠 가질 수 없다는거... 알고 있습니다.

제가 뭔가를 해줄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막연히 그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가 차츰차츰 아물기를 간절히 바라는 제 기도가

가끔은 그들에게 미안합니다.. 하지만 작은 바늘구멍 하나가 큰 균열을 일으켜 결국엔 댐을 무너뜨린다면...

나 하나만이라도 옳은것을 옳다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일을 수치스러워 하지 않겠다고0; FONT-SIZE: 10pt" class="view">

공지영, 도가니, 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