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무렵에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을 보았고,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박찬욱 감독이 만든 영화 <아름다운 청년>을 극장에서 보았다.  그리고, 마흔 어귀에서 아이가 읽던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된 <태일이>를 처음 만났다.
아이는 '고래가그랬어'에 <태일이> 만화가 연재되기 시작할 때무터 관심을 쏟았다. 그림 풍이 아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은데도 월간지 안의 <태일이>를 꼬박꼬박 골라서 보았다.  나도 들여다 보았다. 

최호철 씨의 그림은 대단하다. 동양적인 회화풍의 만화에 아이들이 공감할 표정이 풍부하게 담겨 있었다. 박태옥 씨의 글은 아이들이 쓰는 말을 잘 골라서 담고 있었고, 태일이의 성장을 따라 세상을 만나고 부딪히며 생각하는 과정을 살아있는 모습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아이가 빠져들만 했다.
그 매력에 빠져 단행본으로 나온 <태일이>를 모두 구입했다. 다섯권의 책은 모두 연결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각 권은 모두 각각의 성장기를 독립적으로 느낄 만큼 완결되게 그리고 있다.
<태일이>는 그동안 만났던 어떤 전태일 보다 아름답고 인간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전태일을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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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이 1>은 어린시절의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예전 눈물샘을 자극하던 가난한 가정의 암팡지고 자깝스런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던 몽실이 같은 안방 드라마와도 닮아있다. 허나 다른 것은 어른의 눈으로 보는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매 편의 이야기가 딱 태일이 나이만큼의 눈으로 엮어간다는 점이다. <태일이>에 등장하는 사회도, 환경도, 사람도 관계도 그맘때의 태일이의 눈에 비춰진 모습이다. 

때문에, <태일이 1>을 보면서 그맘때의 나를 떠올릴 수 있었고, 나의 고모나 삼촌들이 뛰어다니며 놀던 모습이나,  배고픔을 달래던 모습, 할어버지 할머니들에게 혼나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가난과 어린 나이로는 감당하기 힘든 노동도 <태일이1>에서는 무채색이 아니다. 빛도 바래지 않고 곱고 아름다운 색으로 빛나고 있다. 연민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마구 자라는 민들레의 생명력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에게 곰질긴 생명력의 고갱이를 같이 맛보도록 만든다. 

아직 아이와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누지는 못했다. 
그러나, 몇 번이나 다시 읽는 나와 아이의 모습을 서로 보여주는 것으로 따뜻한 공감이 흐르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