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남짓 되었을까? 이 책이 첫 번째 판인 <무탄트>를 읽었다. 그 때 이 책을 읽으면서, 참사람부족의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소스’를 끼얹은 듯 본래의 모습을 치장하기 위해서, 피상적이고 인위적인 것들을 고집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곤 했다. 제법 진지하게 성찰했다고 생각을 하지만 10년이 지나 다시 <무탄트 메시지>를 읽으면서, 그 사이에 덧쌓인 것들이 무척 많아졌음을 다시 확인한다. 달라진 것은 처음 <무탄트>를 읽을 때는 참사람 부족의 삶과 정신세계를 기꺼이 존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던 것과 달리, <무탄트 메시지>를 읽으면서는 내 마음 속에서 일렁이는 반감의 그림자를 대면하게 되는 일이다. 내 머리속 굳은살이 늘었나보다. 
 
<무탄트 메시지>는 예방 의학과 의사인 말로 모간이 호주에 머무는 기간 호주의 원주민 부족 가운데 하나인 참사람 부족을 만나 호주의 사막지대를 여행하며 경험한 참사람 부족의 삶과 철학에 대한 기록이다. ’무탄트’는 참사람부족의 말로 돌연변이를 뜻한다. 참사람 부족은 지구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모두가 같은 모습이었으나,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자연과 영혼의 소리에 귀기울이기 보다 개인의 편리함과 개인의 승부에 몰두하면서 ’무탄트’와 같은 돌연변이가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소위 문명인의 눈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인간의 정체성을 지녔는지 조차 의심스럽게 언어도 문자도 없이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미개인 부족이 전문직업을 가진 문명세계의 엘리트에게 ’돌연변이’라고 말하니 말이다. 권위 있는 예방의학 의사가 호주 원주민들과 사막을 넉 달이나 걸려 횡단하는 일도 상식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허나, 무탄트인 말로 모간은 문명의 눈이나 기준이 작용하지 않는, 좌뇌가 아니라 우뇌로 사고하며, 5만 년을 넘게 호주대륙에 살면서도 자연을 조금도 훼손하거나 오염시키지 않으며 살아온 참사람부족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을 기록했다. 그의 증언을 믿느냐 마느냐는 자유이겠으나, 무탄트 말로 모간이 참사람 부족과 함께 보낸 넉 달의 기록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검토해 볼 의미심장한 문제들을 품고 있다.

* 중용의 태도
’중용’이란 말에 나는 확실한 반감을 갖고 있다. ’이거면 이거고 저거면 저거지 대체 이것도 저것도란 대체 뭐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다. 양극화된 사회 현상이나, 일방이 대부분을 쥐고, 많은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현상들을 보면서 가져온 생각이다. 그런데, 이 신기한 참사람 부족은 자신들을 먹거리가 풍부한 해안가와 물과 식물이 번성하던 땅에서 밀어내 사막의 내륙을 떠돌게 만든 백인들을 향해서도 ’중용’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이 사막을 떠돌며 나름대로 평화로운 삶을 사는 중에도 백인들 사회에 사는 자기 부족들은 멸시와 모멸감 속에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직업도 갖지 못한 채 부랑아로 살아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당신들의 방식에 동의하지도 않고 또 받아들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들을 판단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입장을 존중합니다. ... 우리는 당신들 종족을 축복하고 당신들 종족이 한 일을 용서합니다. 그래서 이 길을 지나감으로써 우리는 보다 나은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런데, 책을 계속해서 읽어나가다 보면 참사람 부족이 보는 세상과과 내가 보는 세상은 시야부터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내가 보는 세상은 나를 둘러싼 우리 사회, 더 나아간다면 우리 사회가 관계 맺는 다른 사회나 다른 나라에 그치는데 반해서 참사람부족이 보는 세상은 지구와 우주, 그 안에 생명을 얻어 살아가는 모든 자연으로 확장된다.
"무탄트들은 고작해야 백 년을 생각하고 남들과 분리된 자기 자신만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참사람 부족은 영원을 생각합니다. 우리 선조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 그리고 지금 지구별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은 하나입니다."
다소 종교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그들의 생각을 나는 모두 동의할 수 없으나, 존중하게 되는 이유이다. ’구동존이’의 마음으로 인류가 자연과 함께 살아갈 긴 시간을 참사람 부족은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 자연과의 완전한 조화
환경문제는 이제 전 사회의 문제가 되었다. 지구 환경의 멸망을 예고하는 지구 환경 시계가 9시를 넘어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숱한 동식물이 멸종되었고, 기후는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환경에 대한 진단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지만, 이미 일상이 된 지 오래이다. 그러나, 환경을 살리기 위한 논의나 방안은 인간이 가진 높은 지식과 과학기술 수준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느린 속도로 이야기 되고 있다.
참사람 부족은 5만 년을 같은 대륙에 살아오면서도, 숲을 훼손하지도 물을 오염시키지도 않고, 동물을 멸종에 이르게 하지도 않으면서, 자연과 완전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다. <무탄트 메시지>에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그들의 삶이 곳곳에 담겨있다. 사막 한 가운데에서 어렵게 물을 만나도, 다른 동물들이 마실 물을 생각해서 남겨 두는 것을 잊지 않고, 식물과 열매를 발견하면 그들이 번성할 종자와 뿌리를 남기는 일을 잊지 않는다. 
"악사들은 막대기와 나뭇가지, 돌멩이를 자연으로 돌려 보냈다. 하지만 창조적인 작업을 하면서 맛본 즐거움과 자신의 재능을 보여줌으로써 느낀 자부심은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음악가는 자기 안에 음악을 간직하고 있었다. 특별한 악기는 필요없었다. 음악가 자신이 바로 음악이었다. .... 그들은 우주 만물을 이용하지만 어느 것 하나 어지럽히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날 줄 알았다"


* 인간의 영원한 본질을 알기 위해 쓰는 시간
참사람 부족은 무탄트들이 우리의 영원한 본질을 위해 쓰는 시간이 너무도 적다고 이야기 한다. 자기 삶에 ’소스’를 뿌리는데 몰두하느라, 진정한 가치와 본질적인 성찰을 위한 시간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생일 파티를 하는 것을 지적한다. 태어난 날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시간은 지구 이쪽과 반대편이 다르다. 태어난 날을 축하한다지만 그 날은 지구 반대편에서는 태어나기 전 날이거나, 태어난 다음날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사람이 무언가 더 훌륭해지고, 나아진 것은 기념하고 축하한다. 그 날은 오로지 축하받을 사람 스스로 제안하고, 주위의 사람들은 기꺼이 그에 동의하여 이루어지며 큰 기쁨과 축하 속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훌륭한 과학 기술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편안한 안식처와 그 이상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지식을 갖고 있다.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영원한 본질을 알기 위해 우리 모두가 시간을 쓴다면 가능한 일이다. 
말로 모간이 참부족 사람들에게 얻은 새로운 이름은 ’두 가슴’이다. 문명세계에 살며, 그 사회 안에서 자신?켜나가되, 참사람 부족이 우주와 지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연과 완전한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도 깊이 존중하며 이해하길 바라는 뜻이다. <무탄트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는 의미는 현재의 내 삶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슴으로 호주의 원주민들의 삶을 품어 안는 겸손함을 배우는 일이라 생각된다.

말로 모간이 호주의 사막지대를 떠날 때, 참사람 부족의 당당한 검은 백조가 한 말이 오랜 여운을 남긴다.
" 이제 당신의 두 가슴은 우리 세계와 당신 세계에 대한 이해와 애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도 두번째 가슴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나는 이제 새로운 지식을 얻고, 당신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나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나는 우리의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호주의 오지 사막지대에 사는, 지금은 그 종족이 남아있는지 알 수 없는 참사람 부족이 무탄트 말로 모간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허나 현실의 우리가 잊거나 잃고 있는 것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