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정치적이고 인문학적인 미술사 여행

<지식의 미술관>을 끝내고 바로 읽은 책이다. 둘 다 미술이란 걸 폭넓게 설명하고, 미술이 있던 시대를 입체적으로 이야기 한다. 출간 시기도 비슷하다. <지식의 미술관>의 이주헌 씨가 추천사도 썼다. 자연스레 두 책을 비교하게 된다. 헌데 두 책은 상당히 겹쳐진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다르다.
<지식의 미술관>은 미술작품을 입체적으로 풍부하게 설명한 교양서 쪽이라면, <미술의 불복종>은 미술 자체를 역사적으로 다루면서 예시로 작품들을 설명한다.
두 책 모두 다룬, ’권력과 미술’. 두 책 모두 이해하기 쉽게 풍부한 예로 이야기를 한다. 좀 다른 점은 <지식의 미술관>이 작품을 중심으로 시대의 단면 단면을 이야기 한다면, <미술의 불복종>은 보다 역사 자체의 통시성에 주목한다. 때문에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일련의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돈해서 서술한다.

때문에 미술사를 다룬 여느 책보다 더 인문학적인 냄새가 짙게 배어난다.. 이를테면, 미술과 자연과의 교류 / 미술과 권력 / 사회부조리와 모순, 기만적인 현실 고발로서 미술 / 미술과 사실의 모순적 관계 / 미술 파괴 / 소비문화와 팝아트 / 산업화와 미술 / 여성 미술가 등으로 오랜 담론이 될 만한 주제들이다.

그 중 미술의 불복종 부분을 보면, 많은 미술사 책에서 다루는 미술과 정치 권력 외에도 민중이 주체가 되는 미술 / 풍자적인 그림 / 목판화 운동 등 담론의 중심부에 있는 것들이라면 잘 알려지지 않은 미술도 다룬다. 특히 민중에 의한 민중에 의한 민중의 미술 부분은 다른 미술사 책에서 쉽제 보지 못한 내용들이 담겨 있어 신선했다.

<미술의 불복종>이 다루는 각각의 담론 속에서 각각의 작품과 에피소드들은 분절적이지 않다. 하나의 주제는 서로 연결고리를 갖고 전개된다. 때문에 영향과 계승, 변화 발전의 괘선들 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성이다. 미술사이지만 예술개론이나, 예술이론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저자는 "미술을 인간이 만들어 낸 최고의 생산물로 규정하고자 한다.... 미술이 지니고 있는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법의 탁월함이 그 이유다. ... 미술이 말하는 아름다운 거짓 속에 일말의 진리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며, 그 작은 증거들을 모아 아름다운 가면 뒤에 숨겨진 참기 어려운 진리를 추론하고자 했다" 고 말한다.
각기 작품들에 대한 도상학적 해석에도 의미를 두지만, ’미술이 말하는 것’, ’작품이 말하려는 역사’에 보다 더 깊이 집중해낸 작가의 의도가 책에는 잘 드러나 있다.
’예술은 그냥 예술’이란 견해가 일반에 퍼져있지만, 실제로는 예술이든 예술가든 늘 정치적인 상황에 구속되고, 규제된다. 고고함을 벗어 던졌지만, ’고고함’ 대신 ’고가’의 세계에 억눌리는 미술(예술)이 태반인 오늘이다. 그래서 다소 고집스러워 보이는 이 책이 더욱 끌리는가 보다.

세상과 예술, 권력과 미술 사이 늘 있어 온 모순과 충돌의 이유를 미술(예술)이 갖고 있는 본성에서 찾으려 꼼꼼하게 사유한 김정락 씨의 수고가 고맙다.

미술, 김정락, 미술의불복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