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훈의 <침묵의 다음 Next to Silence>은 한마디로 ’품격’ 있다. 그의 바리톤은 중후하며, 도시적인 세련과 풍부한 울림을 가졌다. 수록된 곡들은 이미 숱한 찬사와 사랑을 받는 곡들이다. 자켓도 3단 종이 디지팩에 북클릿의 지질도 좋다. 선물로 이런 음반을 하나 받는다면 누구나 만족해할 듯 싶다.

 음반의 가치를 한층 높여주는 요소는 크로스 오버에 걸맞게 팝과 재즈, 클래식을 제 맛 살려 연주하는 소화력 높은 연주자들이다.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뮤지션이 참여한다는 소개도 소개지만, 음반을 들으면서 좋은 오디오를 골라서 듣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자칫 손실되는 소리가 있을까 싶어서 컴퓨터에 넣어 듣던 음반을 얼른 오디오로 옮겨서 들었다. 좋은 스피커에서 다시 듣고 싶을 만큼 좋은 연주다.

 

연주자와 스튜디오 소개를 잘 할 자신이 없어서, 위드블로그의 소개를 살짝 옮긴다.

토니 베넷, 허비 행콕, 조슈아 레드맨 등 수 많은 재즈 뮤지션들과 폴 메카트니, U2의 보노 등 세계적인 팝 뮤지션들이 작업했던 곳으로 유명한 베넷 스튜디오(토니 배넷의 아들 대 배냇이 운영)와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들이 모두 거쳐간 최고 수준의 아베탈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재즈 곡들은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녹음. 조지 벤슨의 뒤를 잇는 신동으로 널리 알려진 기타리스트 비니 발렌티노, 마이크 스턴·데이브 웨클 등과 활동했던 베이시스트 토마스 케네디, 빌 에반스 트리오의 드러머로 활동했던 엘리엇 지그문드, 그리고 데이빗 샌본·조지 벤슨·알 디 메올라 밴드 등에서 연주했던 이스라엘 출신의 퍼커셔니스트 길라드도 우정훈의 데뷔작을 위해 참여. 또한 클래식하게 편곡된 ‘When She Loved Me’에서는 뉴욕 필 하모닉의 첼리스트로 각광받는 웨이 유와 줄리어드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에 재학중인 한국인 피아니스트 이근아가 연주하고 있다. 한편 팝, 클래식 등을 녹음한 내쉬빌의 선셋 스튜디오는 이은미, 이승환 등 국내 정상 뮤지션들이 녹음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1. 데뷔 음반에 담기에 너무 큰, 원 보컬의 아우라

 

우정훈의 데뷔 음반이라는 것을 가리고 이 음반을 듣는다면 참 좋을 듯 싶다. 가볍게 여행하듯 명곡을 산책하는 느낌으로 듣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우정훈이라는 크로스 오버 가수에게도 좋은 선곡이었을까? 하는 곧이어 따라 붙는다. 목록에 오른 곡들은 대체로 ’누구의 그 노래’로 인상이 새겨져 있다. 명곡이기도 하지만, 해당 가수가 너무도 선명하게 자신의 해석과 자신만의 아우라로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를 심어놓았다. 게다가 미국, 아일랜드 등의 포크에 기반한 노래들은 특유의 민족정서까지 품고 있어 여간 독특한 해석이 아니고는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우정훈의 보컬을 들으면서 해명하기가 어려웠다.

 

2. 보컬의 실루엣에 담긴 넉넉한 양감, 그러나 아쉬운 개성

 

어린시절부터 노래수업을 오래 해 온 가수답게 그의 발성은 좋다. 울림 좋은 바개성에 맞서 무개성을 선택한 것일까? 01 Broken Vow, 08 This is the moment 같은 곡들을 부르는 우정훈은 애써 경량감을 앞세운다. 가볍고 얇게 부르리라 마음 먹은 듯한 그의 발성은 원곡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하지만 이 때문에 감정이 전혀 일지 않는다. 부잣집 도련님의 노래 같다는 느낌, 찬 비바람 맞은 적 없는 듯한 감성으로 참으로 매끈하고 곱게 뽑아낸다. 해서, ’내 영혼을 내 놓고라도 당신을 잠깐 잡고 싶다’는 그 애절한 노래가 세속을 벗어난 성자의 기도로 들린다. 영혼을 팔아서 자기 아버지를 구할 실험에 자신을 내 던지는 08 This is the moment 는 고음부에서 비강을 너무 많이 쓰고 있어 부담스럽고, 전체적으로는 너무 매끈하다.

바리톤을 최대한 살린 04 You raise me up, 05 When she loved me 같은 노래들은 그의 매력을 돋우기는 하지만 너무 경건하다. 성가를 부르는 듯한 정갈한 자태가 전혀 풀리지 않는다. 스트링의 선율에 금방 눈물이 돋을 듯 하다가도 그의 둥글게 떠있는 목소리를 듣노라면, 이내 푸근한 느낌에 위로라도 받은 양 감정 줄이 절로 당겨진다.  

 

3. 우정훈의 보컬이 매력을 발휘하는 노래들 

 

데뷔하자마자 그의 오마쥬를 내보이는 것 같은 선곡은 음반을 들을수록 아쉽다. 우정훈이 불러 새로운 느낌을 주는 노래를 꼽자면 02 What a wonderful world,  07 Love me tender, 11 My funny valentine 을 들 수 있겠다. ’What a wonderful world’는 아주 가볍게 부르는 것으로 루이 암스트롱과 확연한 대비를 이룬다. 마치 별천지를 눈 바로 앞에 두고 부르는 듯 한껏 가볍고 고운 소리로 노래한다.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가 역설이라면, 우정훈의 노래는 정공이다. 걸러내는 것 하나 없이 찬미하는 그의 소리는 색다른 ’What a wonderful world’를 느끼게 한다. 재즈풍으로 편곡한 ’Love me tender’와 ’My funny valentine’을 아주 가볍게 부른다. 바리톤을 살리면서도 담백하게 부르니 색다른 맛이 난다.

 

 

 

 

★ 별점

별점을 주자니 참 어렵다.

- 음반 자체의 완성도, 수록곡의 수려함과 수준 높은 연주, 고급한 손질이 느껴지는 프로듀싱, 재킷들을 생각하면 별 넷도 좀 인색한 듯 하다.

- 하지만 ’우정훈’을 앞세운 우정훈의 음반이라고 할 때는 별 세개 반도 좀 많지 싶다.

음반, 침묵의다음, 우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