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테파니' 그 자체인 음반

Stepanie. 제대로 노래를 즐기고, 노래로 놀 줄 아는 가수다. 음반 녹음은 내로라 가수라 해도 긴장하기 마련이다. 톱 가수의 경우는 긴장 없는 가장 자연 스러운 그 가수의 소리를 담기 위해 최고의 환경을 만든다. 녹음 스튜디오를 온통 꽃으로 가득 채우기, 반신욕 시설, 가장 즐기는 게임, 만화책을 비롯한 여러 소품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모르긴 해도, Stephanie의 'Colors of my voice' 녹음 과정에는 이런 이벤트들이 필요치 않았을 것 같다. 이미 14살에 이미 데모 음반을 들고 기획사를 찾았다고 하니, 그의 재능은 어린 시절부터 동네를 떠들썩 하게 했을 게다. 음반을 듣고 있자니, 아마도 어린 스테파니는 장르를 불문하고, 들으면 그냥 자기 노래처럼 따라 부르는 신기한 아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가진 소리는 옹달샘처럼 맑고 깨끗하다. 

음반 안에서 Stephanie는 각기 다른 장르의 노래들을 모두 주도한다. 그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줄곧 노래를 달고 사는 그의 몇 장면을 옮겨 놓은 것 처럼 음반 속 그의 노래들은  자연스럽다. 해서 여느 음반을 들으면, 연주자나 가수가 무얼 말 하는지를 듣게 되는데, 이 음반은 Stephanie의 눈, 손이나 발을 보는 것처럼 Stephanie가 전면에 보인다.

자켓 속에서 Stephanie는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때로는 살짝 도도하게, 청순하게, 때로는 새초롬하게, 노래마다 변신하듯 다른 색깔이 되는 그를 보는 듯 하다.

2. 음반에 담긴 Stephanie의 빛깔

보통 음반에서는 음반이 전하는 메시지에 집중하면서 듣는다. 이야기로 말하자면 단순히다. Stephanie가 직??정이 일고, 설레고, 갈등하고, 보내고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 음반에서 메시지는 중요치 않다. 온통 J-pop, 팝, 발라드, 락, 모던 락 등 각기 다른 장르로 말하는 사랑을 Stephanie가 어떻게 노래하는 지에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Colors of voice'라는 제목에서 엿보이듯 음반에 'Stephanie' 목소리의 총체를 보여주려 한 것이라면, 단순한 메시지를 선택한 것은 오히려 적중한 듯 싶다.

■ 가장 듣기 좋은 스테파니Stephanie _ 발라드

02. Changin' 은 듀엣곡이다. 양감이 풍부한 남자 가수와 만나니 Stephanie의 청아한 음성이 더욱 돋보인다. 07. Pride～A Part of Me～ feat.SRM, 10. a song for you 에서도 마찬가지다. 발라드한 노래 속에서 Stephanie는 변성기 전 소년을 생각나게 한다. 동그랗게 만들어진 소리가 윤기를 간직한 채 곱게 뽑아진다. 뮤지컬에서 솔로를 노래하듯 야무진 발성이 듣는 사람을 녹아들게 한다. 어쩌면 현재 그가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장르는 발라드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발라드를 Stephanie의 젊은 에너지가 만족해 할 것인가? 도드라진 개성을 요구하는 가요계가 그 무대를 만들어 줄 것인가? 하는 것들이다. 또,  아직은 소리가 영글어 가는 '그의 나이'라서 가능한 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점점 성숙해지는 목소리가 계속 지금과 같은 소년의 청아함을 끌고 갈 수 있을 지가 과제겠다.   

■ 소화력과 가능성이 뚜렷한 스테파니 Stephanie _ 팝, 모던 락

04. 금단의 Knockout 과 05.Together 를 부르는 Stephanie는 발라드나 락을 부를 때와는 또 다르다. 팝, 모던 락을 제대로 소화하면서 자신이 가진 소리의 장점을 매력적으로 표현한다. Together는 스테파니의 높은 음역대와 고음 발성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곡이다.

2% 아쉬운 것은 아직 그의 소리가 어리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 노래는 충분히 소화하고 있지만,  마치 꼬마 숙녀가 성인의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랄까? 노래 자체는 잘 부르지만, 아직 Stephanie 고유의 개성이 실리지는 않았다.

■ 젊은 에너지를 뿜는 스테파니 _ 락, J-pop

 나머지 트랙은 댄스, J-pop, 락이다. 노래 속에서 그의 신명이 읽힌다. 어떤 부분은 과하게 내지른다 싶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좀 급하게 달린다는 생각도 든다. 고음을 질러낼 때는 발성이 거친 느낌도 받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다소 들떠있고, 오버 되어 있는 그의 노래에서 젊은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덜 다듬어진 야생성에 유려한 가수들이 흉내낼 수 없는 젊은 힘이 불꽃을 일으킨다. 

자켓이나, 장르만 따지면 분명 내 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음반을 들으면서, 뭘 해도 예쁜 발랄한 아가씨를 만나고 있다는 기분에 취했다. 그 동안 취향 따위는 아무런 간섭도 못했다.

3. 2집이 기다려지는 까닭

Colors of my voice 는 꼭 지금의 스테파니만 낼 수 있는 음반이다. 갓 스물 다양한 가능성을 향해 팔을 뻗는 무한한 에너지와 가능성을 Stephanie는 마음껏 뽐낸다. 더 성장했을 때에는 훨씬 세련되어 있겠지만, 지금 음반에서 느끼는 풋풋한 에너지는 없을 것이다. 물론 재능도 있지만 노래의 기교가 읽히기 보다 절은 Stephanie가 먼저 보이는 이 첫 음반이 그에게도 듣는 이에게도 소중할 거라 여긴다.

그래서 2집이 기대된다. 2집은 여유있게 나왔으면 좋겠다. 재능을 바탕으로 개성있는 자기 색채를 찾기 위한 시간을 그에게 주고 싶다. 재능이 많기 때문에 올 수 있는 유혹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빼어난 뮤??다.

★ 별 하나를 뺄까 하다가 반 개만 뺐다.

별 하나를 뺀 이유 - 낱 곡으로 들을 때는 그의 개성이 조금 모자란다. 소화력은 있지만, 발라드와 모던락을 제외하고 조금씩 무리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별 반 개를 다시 더한 이유 - 젊은 가수 Stephanie를 전면에 내세운 기획에 별 반 개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