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부르디외, 많이 들었지만 친해지지 않는 이름이다. <대중문화와 문화연구>라는 책을 보면서, "그래서 아비투스가 뭐라는 거야? 장은 또 뭐구" 속으로 성질을 내면서 해당 대목을 몇 번이나 읽었던 기억, 보충할 자료를 찾아 봐도 명쾌하게 해설해 주는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 
찾아보면, ’그의 글은 무지 어렵다.’, ’전공자도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는 데’, ’제대로 이해하고 인용한 건 지 의심간다.’ 겁주는 얘기 투성이다. 이런게 유혹이다. ’그러니까 대체 얼마나 어렵길래 그러는데?’하는 호기심이 정말 읽고 싶다는 생각으로 번졌다.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덥썩 <구별짓기>를 주문했다.(언제 끝날 지 모르는) 그리고 <구별짓기>를 읽기 전에 입문서로 선택한 것이 <피에르 부르디외와 한국사회>다. (리뷰는 안 쓰고 말이 참 길다.)  

<피에르 부르디외와 한국사회>도 읽으면서 저자인 홍성민 님께 고마움을 느끼며 읽었다. 
첫 번째  장에서 ’부르디외의 생애와 주요 저작’을 연결시켜서 정돈을 해준다. 예를들면 ’아비투스’는 알제리에 머물던 기간에 그 사회에 자본주의 문화가 이미 이식됐는데도 왜 알제리 사람들은 잘 적응하지 못할까?에 의문을 품으면서 시작된 연구라는 친절한 설명이다. 알제리 사람 전체가 하나의 계급이나 계층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데, 그렇다면 뭔가 다른 요인이 있을 거라는 질문을 하면서 인간 행동은 합리성이나 논리적 계산에 따르기 보다는 사회의 전통이나 습관, 기억들에 더 강한 영향을 받는 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냥 어떤 계급적 처지나 조건에 따르는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만들어진 사회적 가치가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아비투스’의 개념을 정리한다. 

두 번째 장과 세 번째 장은 개념과 예시만 보는 데도 자연스레 한국사회의 여러 장면들이 연동되어 떠오르게 한다.  
아비투스를 구성하는 하위 개념들로는 '시간', '육체', '표상(도식)' 들이 있고, 이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사회 안에서 제2의 '아비투스'를 만든다. 부르디외는 '교육'을 제2의 아비투스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사회적 교육의 영향과 파급력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우려하는 부르디외의 분석 방법은 우리 사회를 이해 하는데 아주 유요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의 기회가 부나 명성, 권력의 기회가 되는 것, 특정 대학이나, 미국유학 파 출신의 권력의 핵심을 형성하는 것, 그들이 제시하는 표상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부추기는 '상징적 폭력'이 되는 현상은 그의 분석방법이 가진 정합성을 입증한다. 

부르디외의 '장이론(사회적 공간으로 이해하면 비슷하다)'은  마르크스가 말하는 지배의 근간이 되는 '자본'을 크게 경제자본, 정보자본, 사회자본 으로 확장시킨다. 아울러 이들 자본의 상호연관도 유념한다.  '장이론'에  따른 계급 분석은 단순히 지배, 피지배 계급으로 구분하지 않고, 일반화된 '객관적 계급' 개념에 '주관적 계급' 개념을 더한다. 이를테면 같은 부자 상류층이라도,  고급 문화 교육을 받은 층과 그렇지 않은 층, 명예를 추구하는 층과 돈을 구별 짓기의 기준으로 놓는 층이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들의 행동방식은 통일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논점이 되곤 하는 '분명히 노동자인데 노동자와 다른 행동방식을 취하는 노동자'가 보여주는 현상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피에르 부르디외와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 시대라 부르는 현재를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문화, 미디어의 독점적 지배가 제도와 유통구조로 표현되는 시장 안에서 거의 완료되어가는 지금, 이런 변화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를 이해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저자인 홍성민 씨는 부르디외의 연구가 갖는 제한점을 뚜렷이 말한다.  사회를 요모조모 잘 분석했으나 이 사회를 바꿔나가고 변화시키기 위한 동력을 어떻게 모을지, 부르디외는 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역시 학자의 몫과 현실에 부딪히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은 다른가 보다.  목 마른 사람이 샘을 파는 것처럼, 우리를 제한하는 다양한 아비투스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숙제로 남기고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