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면 라디오에서 나오는 광고를 늘 듣게 됐다. "창가의 토토".  지금은 덜 그러지만, 그 때는 광고 많이 하는 책은 묘한 반감이 생겨 일부러 읽지 않으려 했다. 까탈스런 성질머리다. 그렇게 읽지 않던 책을 아이 글쓰기 수업 교재로 구해주고, 아이가 읽는 걸 봤다. 물으니 자기가 지금껏 읽은 소설 책 중에 최고라고 한다. 그래? 하고, 오랜만에 별 일 없는 토요일 그동안 밀려 못 잤던 잠을 늘어지게 자고나서 <창가의 토토>를 집어들었다. 

저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어린시절 이야기다. 테츠코란 이름이 어린 테츠코가 발음하기 어려워 ’토토’라고 소개한 게 아명이 되었다. 토토는 아주 특별한 아이 - 우리 아이에게 "넌 참 특별해."라고 말하면, "모든 사람은 다 특별해."라고 말한다. - 였다. 하지만 그런 특별함은 모두가 알아주기 어렵다. 특별함은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에 예측하지 못한 모습으로 불쑥불쑥 자기 정체를 드러내는 법이니까. 

토토가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가 퇴학을 당한 것은 담임선생님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마음의 준비를 못한 상태에서 토토의 각별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당황했고,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감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엄마라는 사람들은 아이의 특별함을 이해하려는 끈기가 아이의 특별함만큼 생겨난다. 토토의 엄마는 토토를 ’별나게 구는 아이’로 여기지 않고, 토토가 자기와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찾는다.

도모에 학원의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을 만난 것은 토토에게 큰 축복이었다. 도모에 학교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달려가고 싶은 학교, 학교를 마치는 종소리를 ’추방의 종’이라 부를 만큼 학교 문을 나서는 게 참 싫은 학교였다. 
처음 만난 여덟 살 아이의 이야기를 지루해하지 않고, 네 시간 동안이나 들어주는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 아이들이 미래의 주인이라는 것을 깊이 이해하는 선생님이었다. 토토가 도모에 학원에서 고바야시 선생님의 배려로 배우고 경험한 다양한 경험이 <창가의 토토>에 그득하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읽을 때마다 어린 토토의 행복감과 눈물에 공감한다. 동시에 토토의 경험에 바탕을 만들어 준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의 교육관을 보면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은 장애인지, 성인지, 예술, 환경, 직업, 농업, 공부 등등, 초등학교 때 경험하고 배우는 그 모든 것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한다. 분명 가르침의 방향이 있지만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게 하고, 아이들을 무한히 믿고 기다릴 줄 알고, 좋은 방향을 찾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무엇보다 학교가 폭격으로 불에 탔을 때, 불 타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에는 어떤 학교를 지을까?" 말할 수 있는 낙천을 가진 사람이다. 스스로 정한 사명을 즐기는 그의 모습을 책을 읽으며 내내 감탄과 존경으로 바라본다.

책을 읽고 나서 우리 아이를 새삼스레 본다. 강습을 나가서 공부방 아이들의 얼굴도 하나하나 떠오른다. 사람이 관계 맺고 사는 사회가  ’스승과 제자의 원융(신영복)’이니,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 후배들이 생각난다. 나의 어린시절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셨던 아버지, 그리고 추억 속의 어른들이 떠올려진다.
행복하게 읽고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다. 나처럼 묘한 선입견으로 미뤄둔 분들이 있다면 주저없이 읽기를 권한다.

창가의토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