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세상을 꿈꾸세요? 내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떤 상상과 어떤 비전도, 탐욕이나 권력이 만든 잣대에 검열받지 않으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풍부한 모색과 토론이 합리적이며 과학적이며 이성적인 토대 위에서 자유롭게 검토될 수 있고,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서 더 나은 내일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달라지지 않으며, 전쟁과 폭력의 그늘이 거둬지며, 몸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으며, 땀 흘려 일한 사람들의 노동과 그 성과가 가치를 인정 받으며, 나이나 지위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근거가 되지 않고, 아름다운 것을 권하고 즐기는 일에 누구도 소외 받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고. 그런 세상을 만난다면 나는 자유롭게 춤출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는 자유롭게 춤출 수 있는 세상을 위한 꿈을 꾸고 실천해 왔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 이상이 현실에 벽에 어떻게 부딪혔으며, 그 벽을 어떻게 넘어서고 어떻게 부수어왔는지, 그들이 살았던 사회와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 가능성을 열고 있는지 봉쇄하고 있는지, 혹은 그 지평을 열기 위해서 어떤 지혜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게임에 담긴 이데올로기 분석
컴퓨터 게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아, 내가 좋아하는 것도 있다. 퍼즐 게임류). 흔히 열풍을 일으키는 온라인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야 정확하겠다. 아이가 열중하는 게임을 들여다 보더라도 그 안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다만, 그 게임 속 세상에서 펼쳐지는 폭력성이 걱정스러울 뿐이고, 아무 생각없이 게임에 매달려 있는 우리 아이를 비롯한 주변의 아이들을 보면서 걱정할 뿐이었다. 그 게임을 뜯어보고 분석할 생각을 못했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에서 저자는 게임이 갖고 있는 선명한 이데올로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짚어낸다. 대중문화(mass culture), 대중미디어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게임이 복합적으로 품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지적은 이것이다. 

"게이머가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에는 단지 게임의 규칙을 익힐 뿐이지만, 점차 컴퓨터의 요구에 '즉각 반응'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지면 이제 그 게임의 규칙이 게이머의 생각을 지배하게 됩니다. 즉 게이머들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게임의 규칙처럼 움직인다는 이야기입니다." /21쪽 생각이 행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성이 행위와 생각을 결정한다니 소름이 오싹 돋는다. 몇 차례 듣고 이야기하다가 지나쳐 버린 게임에 대한 내 생각에 경보등을 켜 둔다. 

추억의 만화 아톰, 코난, 좋아하는 만화 토토로, 반딧불의 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난 너무 좋다. 맑고 깨끗한 상상력 위로 날아오르는 건강한 꿈이 아주 마음에 쏙 든다. 일본영화가 개방되기 전에도 열심히 구해서 봤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은 흐릿한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아톰'과 '미야자키'의 관계이다. 아톰을 만들었던 데즈카 오사무 감독 아래서 애니메이터로 일하던 미야자키가 노동자들을 혹사시키는 데즈카에 맞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했다는 사실. 흐릿한 기억 속 귀엽고 깜찍한 로봇 아톰이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꿈을 담고 있다는 사실들이다. 미야자키가 품은 이상들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그의 작품들 속에서 여전히 행복한 꿈으로 피어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확인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예술가들

조지 오웰은 <누가 전쟁 범죄자인가?>란 책에서
"좌파 선전가들이 우파를 공격하고 좌파에 아첨하지 않을 때만이 사람들은 진실을 알 수 있었다."라고 밝힌다. 소위 진보를 꿈꾸면서, 어느 순간 권력을 갖게 되었을 때, 스스로를 담금질 하지 않고, 권력의 힘으로 새로운 사고를 통제하려든다면 그것은 더 이상 진보가 아닐 것이다. 세상이 좌와 우라는 장대를 들고 갈라 놓고, 꼬리표를 달아준다해도 그 꼬리표는 그저 편의상의 구분일 뿐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변화를 표현할 수는 없다. 조지 오웰은 그 지점을 천착했다. 비평가로부터 '교리에 얽매이지 않는 사회주의자'라는 평을 들었던 오웰. 그가 스스로를 무엇이라 선언하든지 난 그에게서 '작가 정신'의 정수를 본다. 

피카소, 존레논, 피트시거,첨바왐바, ... 뛰어난 예술성과 굳센 정신세계를 가졌으면서도, 자유로운 상상력을 구가했던 예술가들을 <내가 춤출 수 없다면..>은 이야기 한다. 내가 사랑하는 예술가들이다.

199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양철북>의 작가 귄터 그라스 역시 <문학과 정치>라는 글에서 "나는 아직 정치와 문학 사이에 상호 연관이 없다는 사실을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문학과 정치의 깊은 연관성을 이야기 한다./ 125쪽

정치와 연관 없는 예술가와 예술은 없다. 허나 그 정치에 발목 잡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으로 그 시대와 그 시대 사람들이 관계 맺는 정치와 사람들의 삶과, 감성을 긴장된 손끝으로 형상화 해나가는 예술가들은 아름답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을 통해 자신은 빈 허공을 외줄을 타고 걷듯 세상과 만나면서, 아름다운 예술 세계를 세상에 안겨준 그들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

그 외, 웹 2.0시대에 돌아보는 정보통신운동의 역사와 성과, 한계 그리고 우려점을 돌아보는 마지막 꼭지도 좋다. 책이 나온지 3년이 되었다. 그 사이에 우린 또, 성큼성큼 시간을 앞질러 왔다. 확신에 찬 걸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많은 고민과 모색이 우리를 추동했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은 기꺼이 춤출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꿈꾸고, 고민하고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