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동네에는 변덕이 참 많습니다. 변화가 살아 있다는 증거고, 움직이는 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긴 하지만 남과 북의 관계 만큼 민감하고 민감하고 변덕스러운 것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는 변화 무쌍했던 남북 사이 관계를 떠나서 북 사회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책입니다. 총부리를 겨누고 잠시 전쟁을 쉬고 있는 남과 북의 관계를 생각하면, 북이 남을 남이 북을 오해와 편견 드글드글한 시선으로 보는 게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같은 역사를 이고 살아왔고, 언젠가는 또 같은 역사를 이어갈 동반자라는 점이 서로를 제대로 잘 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몰아갑니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는 편견과 오해를 상당 부분 제거하며 북한의 현대 역사를 조명하는 책입니다. 논란이 되는 부분도 드러내되 한 방향의 근거만을 내놓지 않고 양 측의 주장을 모두 소개하고 있어 믿음이 갑니다.
무엇보다 풍부한 사례가 좋습니다. 하나의 사례를 설명하고 해설할 때도 입체적 시각을 유지합니다.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드는 것이나, 세계와 주변 나라들의 변화 양상을 배경 지식으로 제공하는 것도 책에 대한 신뢰를 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내재적인 관점과 외재적인 관점이 있다고 송두율 교수가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재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속에 사람들이 살며, 만들고, 가꾼 것들은 그 세계 안에 놓인 환경과 사람들, 그리고 밖에서 안으로 작용하는 것들과 부딪히고 충돌하며 변화해나가겠지요. 변화의 한 가운데 온갖가지가 서로 작용하며 움직이는 밀도 높은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사회 밖의 시각이 읽어내는 것은 무척 한계가 많다는 얘기일 겁니다. 실제로 오리엔탈리즘이 범한 역사적 왜곡을 우리도 피해의 당사자로 느끼며 살기도 합니다.

헌데,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는 외재적 시각에서 북의 역사를 바라봅니다. 그럼에도 북한의 현대사를 사진과 그림, 통계, 기사 등으로 담아내기에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북 사회 안의 자료들과 밖의 자료를 두루 활용하여 입체적인 시각으로 북의 현대사를 소개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황석영 씨가 쓴 <사람이 살고있었네>를 볼 때, 나도 천상 반공교육을 받으면서 자란 세대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데올로기에 갇혀서 서로를 바라보고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모습과 만들어진 객관적 성과를 받아들이고, 큰 시각에서 서로의 장단점을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적극적으로 발휘해 나가는 것은 우리의 과제이겠지요. 아마도 그 곳에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도 담겨있을 겁니다. 
짧게는 각축을 벌이는 세계 안에서 남과 북의 실질적인 협력으로 서로를 상승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겁니다.

남북간의 관계가 교착에 빠진 오늘, 북 사회가 가진 객관적인 긍정성을 이야기 하는 것도 반목이 날아와 꽂히는 시대에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는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입니다. 

특히 보기 좋은 편집과 이해 하기 쉬운 문체는 통일된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편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