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이라고 하면 아프리카의 사막이랑 중국의 사막이 떠올라서 척박한 땅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저에게 이 책은 사막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시원한 생명수를 만난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중국 깐수 성 둔황 시 근처에 사는 첸은 아픈 할아버지와 함께 삽니다. 비단길의 길목이라서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데 그들을 상대로 구걸을 해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죠. 첸은 역사보다 지금의 배고픔을 채워줄 현실이 급했기에 꽁안(경찰)들을 피해 시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한국에서 온 방송국 사람들을 만나고, 감독에게 구걸을 합니다. 감독 아저씨는 자기 아들이 생각나서 10위안을 건네주고, 통역하는 청년은 구걸하는 아이들이 더 몰려올 거라며 그냥 가라고 합니다. 감독 아저씨는 촬영장 심부름꾼으로 첸을 고용하기로 하고, 첸도 열심히 심부름을 합니다. 첸은 자기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며 감독 아저씨와 방송국 아저씨들과 친해집니다. 감독 아저씨가 꿈이 뭐냐는 질문에 낙타가 있으면 구걸을 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면서 낙타 주인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지게 된단다. 포기하지 않으면 네 꿈은 계속 네 것인 거야. 그러니까 첸,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라는 감독 아저씨의 말을 끝으로 촬영 일정을 마친 방송국 사람들은 짐을 꾸립니다. 첸은 뭔가 보답을 하고 싶은 마음에 얼른 가게로 달려가서 맥주 5병을 사들고 방송국 사람들에게 내밀지요. 맥주는 한 병에 1달러이고, 그날 받은 돈 5달러를 다 쓴 첸의 행동에 모두들 감동 받습니다. 승합차에서 감독 아저씨가 던진 손수건 안에는 첸에게 주는 아저씨들의 정표가 들어 있었어요. 첸은 아저씨들의 마음에 다시 한번 감동을 받습니다.

사막 바람보다 더 큰 사랑을 전해준 <사막소년 첸>.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가 말합니다. "너무 아쉽다. 뒤에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라고요. "어떤 내용?"라고 묻자, "첸이 어떻게 낙타주인이 되었는지 나왔으면 했는데..."라고 말합니다. 아이 마음속에선 첸은 이미 낙타주인이 되어 있었더군요. 어른인 저는 첸이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낙타주인이 되긴 힘들것 같아서 안타까웠는데, 아이의 맑은 눈에선 첸이 낙타 옆에서 관광객들을 태우고 돈을 벌면서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모습이 그려졌나 봅니다. 사막이란 척박한 곳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첸의 모습에서 너무나 여유롭게 사는 우리를 반성하게 하네요. "가난이 꼭 불행을 뜻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가난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어린이에게서 행복을 엿보기도 하니깐요. 이 책의 주인공 첸이 주는 감동은 우리가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입니다. 너무도 빠르게 우리에게서 잊혀진 것들이니까요."라는 작가의 말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