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이금이'입니다. 이 시대 최고의 아동청소년문학 작가로 꼽히는 '이금이'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작가죠.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너도 하늘말나리야,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밤티 마을 영미네 집, 밤티 마을 봄이네 집, 유진과 유진, 우리반 인터넷 소설가, 소희의 방" 등이 있습니다. 아동뿐만 아니라 청소년까지 아우르는 작품을 쓰는 이금이의 이번 신작은 <사료를 드립니다>입니다.

공부 못하는 자신의 아이를 창피해하던 친구와 아파트 계단에 엎드려 학습지를 풀던 어떤 아이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첫번째 이야기, 조폭 마누라. 안구 건조증에 걸렸던 경험에서 비롯된 두번째 이야기, 건조 주의보. 항아리에 무엇이든 넣으면 같은 것이 계속 나온다는 옛날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세번째 이야기, 몰래카메라. 오래전 버스에서 보았던 한 청년에 대한 기억으로 쓰게 된 네번째 이야기, 이상한 숙제. 문단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다 소재를 얻게 된 다섯번째 이야기, 사료를 드립니다. 이렇게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린 책이예요. 제목부터 특색있어서 어떤 이야기를 먼저 읽을까 고민를 했지요. 그래서 얻은 결론, 순서대로 읽자였어요. 첫번째 이야기는 정말 우리 주위의 이야기같았답니다. 학습지 선생님인 엄마를 둔 주인공 민지는 같은 반 친구 영민이를 좋아해요. 하지만 부끄러워서 말을 못 붙이고 있는데, 영민이가 엄마의 학습지 회원인 것을 알게 되어서 엄마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을 접었어요. 그런 순간, 또다른 반전이 일어나게 됩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미운털 박힌 청개구리 같은 주인공 건우의 마음을 잘 풀어낸 작품입니다. 집에서 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하고, 공부 잘하는 누나에게 주눅 든 건우, 그런 건우에게 매일 잔소리하는 짝 윤서. 윤서는 왜 매일 건우에게 잔소리를 할까요? 세번째 이야기는 유나가 겪은 이상한 사건이예요. 주인공 유나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고 싶은 남자가 있어요. 하지만 그 남자는 인기가 많아서 같은 반 유나를 기억도 못할 것 같아요. 기억에 남기 위해선 근사한 선물을 줘야 하는데 친구들보다 용돈을 적게 받는 유나에게 500원이 전재산이죠. 이걸로는 뭘 살 수도 없는 돈인데, 무거운 짐을 든 할머니가 나타납니다. 유나는 도와줄까 망설이다가 엄마가 착한 일 했다고 용돈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짐을 대신 듭니다. 그 할머니는 고맙다며 복주머니를 유나에게 주죠. 그 주머니 때문에 생긴 이상한 일입니다. 네번째 이야기는 선생님께서 한달동안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을 찾으라는 숙제를 주신 데에서 시작돼요. 주인공 혜빈이는 주위에서 열심히 찾을려고 노력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대요. 이제 날짜도 다 되어서 신문에서 찾을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 버스타고 가던 중, 이상한 오빠를 만나게 되죠. 그 사람이 선생님이 말한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일까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면서 다섯번째 이야기는 주인공 장우가 캐나다로 유학가면서 10년간 키우던 시베리안 허스키 장군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장우는 장군이가 걱정되어서 혼자 한국에 남은 아빠에게 장군이를 찾아가보라고 말하지만 아빠는 너무 바빠서 그럴 짬이 없대요. 그런데 위독하다는 외할머니의 전화를 받은 엄마가 급히 한국으로 오면서 장우도 함께 오게 되었지요. 그 참에 장우는 장군이를 한번 만나볼 요량으로 지금 장군이를 기르고 있는 집으로 찾아갑니다.

다섯 편 이야기가 모두 재미있고,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 잘 드러냈어요. 그래서 읽는 동안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답니다. 사람들의 심리를 잘 묘사했고, 주위에서 본 사람들의 일상 같은 이야기를 적어서 더욱 실감났어요.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민이 있네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작가가 잘 드러내고, 어루만져 주었듯이, 내 아이의 고민을 저도 잘 알아채고, 어루만져 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