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 나이를 언제인지 훌쩍 지나 이제 마흔을 바라보고 있다.

나도 그런적이 있다.

스무살이 되면, 서른이 되면, 새천년이 되면...

특별한 숫자에 특별한 일이 일어날거라 믿고 일어나리라 기대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특별한 일을 찾아 나서지 않은 내겐 결코 특별한 일 따위는 없었다.

그저 여느때와 다름없는 평범함이였다.

그러면 그렇지..하며.

이책을 보면서 세상이 이렇게 많이 변했는데 난 아직도 고랫적 케케묵은 생각으로 살고 있었구나 싶어 창피하고 당황스러웠다.

난 신혼여행도 제주도를 다녀왔다. 우리나라도 다 가보지 못했는데 무슨 외국이며, 그것이 곧 애국이라는 남편의 지론을 따랐고 무엇보다 해외라는곳은 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순종적인 아내의 모습으로 포장하며 이의를 달지 않았었다.

이책의 생소한 지명, 생소한 단어들을 이해하기 위해 수없이 인터넷상의 블로그들을 찾아보며 해외여행은 내가 생각한 것 만큼 특별한 사람만이 가는것도 아니였다.

예전에 서울 한번 가보면 대단하게 보였던 것처럼 난 해외여행 한번 갔다오면 대단한 사람처럼 우러러 보고 있었다.

아직도 그게 일반적이라고 믿었는데 이젠 서울한번 못 가본 사람이 이상한것처럼 해외여행 한번 가보지 않은 내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였다.

그녀의 여행기를 쫓아 가면서 처음으로 인도, 네팔, 태국, 캄보디아를 나도 여행한 기분이였다.

그녀가 인도에서 느낀 환멸감은 내게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또다시 인도가 그립다고 한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나로선 그 부분까지 공유할 수 없어 아쉽다.

그녀의 여행기를 보면 집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딱인데 .... 그래도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때로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여행을 하는걸 보면서 한번도 온전히 여행을 목적으로 떠나 본적이 없는 나로선 이해하기 어렵다.

멀리서 보는 아름답던 풍경이 발아래에선 현실이고 고통이 될 수 있다는걸 가슴으로 느끼기보다 머리로 먼저 알아채고 현실도피하는 내 모습이 당당하지 못한것 같아 용기가 부러웠다.

무한한 자유 앞에서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놓는 것이 그렇게 힘들다는걸 나도 한번 경험해보고 싶고 모든 소음을 떠나 자연이 주는 소리가 즐겁게 들리는 그 경험이 부러웠다.

책을 덮고 나니 이제서야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책을 볼때마다 마주하던 표지속 모습. 하지만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았고 또 봐도 무엇인지 몰라 그저 잘 찍은 엽서의 한장면처럼 멋있다 하며 흘려 버렸던 그 모습이 이젠 그날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온도도, 소리도 바람도 느껴지는것 같다.

보려 하지 않으면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는 그 말이 생각난다.

이책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해주는 탁트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