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과 같은 산문시대에도 수묵화만큼은 여전히 '畵中有時', 시같은 그림이다. 송나라때 화원을 뽑는 시험은 참으로 흥미롭다. 뭐뭐를 그려보라는 주문없이 아예 시를 지어 출제했다. 이런 문제도 있었다. '꽃을 밟고 달려온 말발굽의 향기.' 시험에서 꽃이나 말을 그린 사람은 죄다 떨어졌다. 입선작은 흙 바람을 따라 날아오르는 한 무리의 나비를 그린 작품이었다. 꽃 향기가 날리는 곳에 어찌 나비가 없을까보냐는 참으로 시적인 발상이다.  조금 긴 문제로 '한적한 산골에 강 건너는 사람 하나 없고 외로운 나룻배 종일토록 떠 있네'라는 것도 있다. 그림 속에 물결이니 계곡이니 나무니 하는 따위를 집어넣은 응시자들은 말짱 헛것이었다. 뱃머리에 다리를 괴고 누워 피리 부는 노인을 그린 사람이 장원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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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손철주, 수묵화, 창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