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음악 그리고 남과 여

 

‘커피’, ‘음악’ 하면 누구나 쉽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이미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요소들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라. 이런 주제로 이야기 한다면 어색함도 줄어들고 이야기 또한 자연스럽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의 깊이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많이 아는 사람과 적당히 아는 사람, 그리고 잘 모르는 사람.

 

<작업 인문학>에서는 “아는 만큼 꼬신다”라는 부제로 커피와 음악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는 남녀 관계와 연애, 사랑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는 독자들이 적당히는 아는 사람이 되어 여러 대화 상황에서 어색해지지 않기를, 다양한 관계 속에서 멀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일 것이다. 교양서적이 그 내용을 전문적 영역만큼 깊게 다루기엔 한정적일 수밖에 없지만 커피와 음악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된다. 그렇기에 단순한 ‘척’ 보다는 깊이에 대한 ‘접근’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싶다.

 

이러한 인문학적 접근은 현대사회의 틀 속에 지친 사람들이 세속적 욕망과 물질적인 것들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시간을 제공한다.

 

“세속적 조건을 뛰어넘어 가치에 눈뜨게 해주는 세계가 독일어로 빌둥(Bildung), 교양이라는 깊이의 세계다.”

- p. 20

 

책을 읽으며, 여행을 다니며, 운동을 즐기며 힐링하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세속적인 것들과는 거리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생활하는 것. 그 속에 가치가 있다. 저자는 괜찮은 이성을 잡는 방법 중에 하나로 ‘자신만의 가치를 찾는 것’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 기초에 ‘책’이 있음을 밝힌다. 자신이 깊숙이 파고들만한 주제를 찾아 관련 책들을 많이 읽으면 된다는 것. 재미삼아 아무거나 읽는 ‘남독(濫讀)’이 독서의 기본이라면, 한 분야를 깊게 파는 독서는 그 범위의 확장이자 교양의 실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으로부터 보다 근사하게 보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방법이 바로 독서다.

 

독서를 바탕으로 쉽게 다룰 수 있는 주제, 커피와 음악. <작업인문학>에서는 커피와 관련된 기구부터 맛의 종류에 이르는 기초적인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쓰고 있다. 특히 커피 잔은 바깥 쪽에 예술적인 그림이 있고, 안쪽은 눈부시게 하얀 잔이 좋다고 추천한다. 탄산음료를 머그컵에 마시면 그 맛이 이상하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어떤 잔을 쓰느냐에 따라서 그 맛과 분위기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커피에 심취한 저자는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 일종의 브레이크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니까 모든 것에 브레이크(break), 그리고 생각의 출발. 이것을 절차가 복잡한 커피 내리는 과정에 하는 것이다. (중략) 드리핑이 무엇이든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생각을 하다가 커피가 완성되면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그 생각을 매듭짓는 것이다.”

- P. 54

음악 파트에서는 교양 클래식, 대중음악에 관해 다룬다. 책에서는 클래식에서 가장 기본이 되야할 것으로 ‘콘텍스트’를 꼽는다. 음악가의 생애, 작품의 배경 및 시대상황 등 그 전후맥락을 알고 들을 때 공감이 생긴다는 것. 대표적인 음악가 차이콥스키, 슈베르트 등에 관해 알아보고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정말 그 말이 딱 맞아 보인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외 대중음악(블루스, 재즈, R&B, 팝, 컨트리 등)의 발전과정도 쉽게 이해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지식들을 통해 살펴보는 남녀 간의 관계. 연애가 목적이 될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이해로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처럼 남자와 여자는 함께 공존하지만 또 다른 별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편향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아닌, 서로 간의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할 때. 관계의 싹은 더욱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인문학, 커피, 클래식, 음악,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