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여행기를 만나다..

 

예전엔 걷는 것을 참 좋아했다.

왠만한 버스 몇 정거장 정도 거리는 항상 걸어다녔고,

열심히 걸어서 걸음도 빠른 편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편한 것 만을 자꾸 좇다 보니

가까운 거리도 항상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게 되어 버린 상황..

그와 더불어 내 뱃살도 같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어느 한 경우만은 열심히 걸어다니는 때가 있으니

바로 여행을 떠났을 때 이다.

걸어 다니는 여행을 할 경우는 차를 타고 있을 때 보지 못하는 참으로 많은 것을 소소히 볼 수 있기에

여행을 갔을 때는 되도록 많은 거리를 걸어 보려고 하고,

걷기 힘든 정도의 거리나, 아니면 별로 보고 싶은 것이 없어서

빨리 이동하고 싶을 때에만 차를 탄다..

아내는 다행히 나의 이런 여행 방식을 좋아해주고 잘 따라온다.

단지 어느 순간 힘에 부치는 경우가 생기긴 한다..

여행인지 극기훈련인지 모를 경우도 발생하는 걸 보니

아직 초보 걷기 여행자인 것이다.

 

보통 '도보 여행'이라 할 때는 보다 전문적인 것을 말할 것이다.

몸으로 하는 여행이니 만큼 몸이 상하지 않게 잘 준비하여

계획대로, 혹은 계획도 없이 (계획이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조금은 긴 거리를 이동하며 하는 여행..

 

외국의 유명한 도보 여행가들의 책이 국내에도 점점 많이 소개되고 있으며

이제는 그 종류도 다양해서 사막을 건넌다던가, 전세계를 걷고 있다던가 하는 보다 세분화된

책들도 종종 보인다.

이 책의 저자인 김준희도 이러한 책을 보면서 도보 여행의 꿈을 꾸었다는 구절이 어딘가에 있다..

 

그가 택한 길은 실크로드의 끝자락, 중앙 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이다.

구소련 연방의 한 나라로 우리 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자밀라라는 연예인과 최근 늘어난 외국인 노동자들이 오는 한 나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조금 역사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티무르 제국을 들어봤을 지도 모르고..

 

사막 가운데 이슬람 문화가 꽃 핀 나라..

그 나라로 저자는 떠났고.. 1200킬로미터를 걸었다.

4년 전쯤에 나 역시 우즈베키스탄으로 갈 수도 있었을지 모르는 기회가 있었으나,

아쉽게 성사가 안 되었었는데..

저자를 따라 나도 같이 떠났다.

 

이름조차 너무나도 낯설은 카라칼팍 자치공화국, 키질쿰 사막을 건너

이름만은 들어본 사마르칸드와 타쉬켄트까지의 여정을 통해

저자와 함께 만난 우즈베키스탄의 풍광은 황량하지만 정감있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다정하고 순박하다.

거의 매일밤을 식사 대접을 받으며 잠잘 곳을 얻어잘 수 있지 않았던가.

마치 수십 년전 우리 나라의 농촌을 보는 듯.

이제는 우리 나라에서는 농촌에서도 쉽게 낯선 이를 반기지는 아니하지 않는가.

 

실크로드 하면 주로 떠올리는 중국의 비단길.

나 역시 그러했고 언젠가, 라고 하면서 항상 그리던 실크로드를 넘는 내 미래의 여정에

중앙 아시아 부분은 들어있지 않았으나 이제는 넣어야 겠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 목록에 또 한 나라 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