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공히 밀리언셀러클럽의 에이스라고 할만한 데니스 루헤인. 그의 단편집이다.

단편 다섯 편과 극본 1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살인자들의 섬>과 <미스틱 리버>, 켄지&제나로 시리즈 들을 거치며

처음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할아버지 영화의 원작자로만 알고 있던 이 작가의

소설 세계에 흠뻑 빠질 수 밖에 없었는데,

처음 만나는 그의 단편들이 매우 궁금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장르 문학이라기 보다 순수 문학에 가까운 느낌이다.

장르 문학과 순수 문학을 구별하는 것은 바보짓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단편들에 나오는 살인과 같은 소재로 루헤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장르 문학에서 흔히 그러하듯이 스릴이나 긴장감 등을 주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뭔가 다른 것에 포커스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고자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이다.

 

<들개 사냥>은 어긋난 사랑과 광기와 살인이 주제이다.

어긋난 사랑으로 미쳐버리는 친구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그려지는데,

표면적인 이야기의 흐름보다 짧지만 개성적으로 이야기 속에서 자리 매김하고 있는

많은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매우 흥미로운 작품으로 읽힌다.

 

<ICU>는 어느 날 갑자기 도망자가 되어 숨어 지내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이 역시 쫓고 쫓기는 자의 긴장감있는 추격전이 아니라,

숨어 지내게 되면서 자신의 생과 타인의 생과 죽음을 바라보게 되며

점차로 내면과 외면이 합일되는 듯 보이면서도 혼돈적인 주인공의 심리를 볼 수 있던 작품이었고..

 

<코퍼스 가는 길>은 통제 안되는 분노의 감정이 하나의 계기를 통하여 가라앉으면서

어찌 보면 성장 소설로 읽힐 수도 있을 만큼 주인공의 성정이 변화함을 그린 짧은 소설.

 

<독버섯>은 끊임없는 복수의 체인 끝에서 방금 살인을 저지른 아이들의 이야기.

역시 살인의 스릴감보다 강한 듯 약한 인간의 심리를 문제아의 간단한 행동 표출로 그려내었다.

 

마지막 단편은 <그웬을 만나기 전> 이라는 작품인데

<코로나도>라는 이 단편집의 표제작 극본의 모태가 되는 작품으로 연이어 실려 있다.

과연 표제작이 될 만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으며

신파가 아닌 사랑과 또 사랑의 결핍, 탐욕과 복수, 살인 등이 어우러진 소재로

역시 장르적 속성 보다 그러한 상황들이 결국 죽음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의 흐름을 묘사했다.

 

전체적으로

루헤인의 이러한 단편 시도들은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하층민 혹은 거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폭력적인 삶 속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불안감, 혹은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내적 성장,

사랑의 결핍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상실감 내지 폭력성..

이런 것들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 않나 싶으며

그의 필력으로 인해 소재와 플롯이 잘 어우러져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다만, 장르 문학의 폭력적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고 읽는 독자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난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