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의 영문과 교수로 있는 조지의 아침부터 밤까지의 하루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의 주인공

조지의 내면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에 시달리고 있는 내면적 측면과

그 사랑하는 사람이 동성인, 즉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소수집단에 속해 있음으로 사회와 대면해야 하는

사회적/외면적 측면이다.

 

사랑하는 사람, 생의 동반자로 여겼던 사람을 잃는 상실감..

세상이 이 책의 표지처럼 잿빛으로 변하고,

이 것을 해도, 저 것을 해도 의미가 없다.

그저 살기 위해 살 뿐, 흔한 말로 '사는게 사는게 아닌' 채 그저 꾸역꾸역 살아갈 뿐이다.

세상의 밝고 어두운 많은 사람들의 표정이 와닿지 않으며

그저 다른 세상에서 그들끼리 살아가는 세상에 혼자 유리되어 타인으로서 존재만 하고 있는 듯한 느낌.

다시금 그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그것이 '배신'이 아닐까 다시 고민하며 망설이게 된다..

요즈음 참 공감이 되는 감정이기에 이입이 많이 되었던..

 

또한 조지는 자신의 동성애자 임을 속 깊이 자각하며 그 아이덴티티를 끊임없이 투영한다.

1960년대는 아직 지금과 같이 동성애자의 인권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기 전으로,

밝은 느낌의 게이(gay)라는 단어보다 어둡고 불쾌한 느낌의 퀴어 (queer)로 쓰이고 있던 시기.

당연히 몇몇 지인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동성애자 임을 숨기며 살아가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주변인의 시선은

경멸, 무시, 동정 등 여러 가지로 다가오는데

조지는 소수 집단에 속해 있다는 것은 일단 그런 소수 집단의 일원임을 자각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며

선을 긋는 것 부터가 아이덴티티의 자각이며 필연적으로 공격성을 띄게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면 아예 자각이 안될 뿐이고,

공격적이지 않으면 소수 집단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희석될 뿐이라는 것..

 

세상에 편히 속하며 살아가고 싶은 소망과 함께,

또한 자신의 소수성을 언제나 날카롭게 인식하고 동류를 찾거나 이류를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는 필연성을

가지고 이중적으로 살고 있는 조지의 역설은,

결국 책의 종반부 케니와의 대화와 행동들에서 여러 가지를 다시 이야기한다.

 

전체적으로 짧지만 쉽지 않은 글이었다.

많은 부분을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의 문장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요즘 또 힘들기에..

10년 뒤에 다시 만나 보아야 할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