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 전집을 사놓고 모셔두기만 해서 한권을 뽑아서 읽기 시작한 것이 바로 대머리 여가수 이다. 처음으로 이런 형태의 글을 접했기 때문에 지금도 완벽히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쉽고 빠르게 읽었지만 그 내용의 진면을 간파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거릴 것 같다. 처음 대머리 여가수는 반연극 형태로 스미스와 스미스부인, 하녀, 소방대장, 마틴, 마틴 부인이 나온다. 거의 대화하는 것인데 했던 말을 반복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소방대장이 등장해서 이야기 한때는 거의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어느 부분에서 웃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마지막에 소방대장이 대머리 여가수는? 이라고 했을 때 스미스 부인이 늘 같은 머리 스타일이죠 했을 때 한 번 웃을 수 있었다. 다음 이야기 수업은 희극적 드라마로 교수와 하녀와 학생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학생과 교수가 수업을 하는데 학생이 18살인데도 더하기를 잘했다고 칭찬하는 부분에서 희극적인 건가 아님 그 시대에 정말 이 정도면 잘하는 것인가 의문이 생겼다. 읽으면서 처음에는 학생이 당돌했지만 나중에는 조심스러워지고 이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교수는 이를 묵살하고 계속 강의하다가 학생을 살해하고 만다. 여기서 교수가 학생에게 식칼을 들이밀어 살해하는데 식칼이 남성을 가리켜서 성행위로 표현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 학생 전에 교수는 많은 학생을 살해했으며 이후 다시 처음과 같은 장면이 연출되면서 새로운 학생을 받는 것에서 끝난다. 매우 충격적이며 희극적인 각본이었다. 다음 의자에서는 비극적 소극으로 늙은 두 노인과 노파가 바다 위에서 둘이 사는데 공상의 사람들 초대하면서 공중에 대고 이야기 하는 형식이다. 노인은 노파를 엄마라고 부르면서 퇴행한 행동을 보인다. 어쩌면 고착된 행동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두 노파는 황제도 초대하고 여러 친구들과 귀부인을 초대해 상상의 사람들과 이야기 하게 된다. 점점 상황에 대한 설명과 등장인물의 행동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쓰여 있어 이해하기가 쉬웠다.

내가 이 작품을 이해하기 힘든 것 중 하나는 집단적 믿음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구권은 보상이 따른다는 합리적 자본주의가 동구권은 만민의 평등과 재화의 공유를 기초로 하는 공상주의 이념이기 때문이다. 서구권이세는 몽환과 상상, 무의식의 세계로까지 현실의 영역을 확장해가며, 근본적으로 현실을 지배하는 것은 절대적이고 안정된 질서가 아니라 혼돈과 부조리임을 지적하는 연극이 출현했다고 한다. 이오네스코가 집착한 것은 인간 언어의 부조리함이라고 한다.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해서 인간의 언어생활은 원초적으로 소통이 불가능한 오해의 연속이라고 했다. 대머리 여가수는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의 불가능을 강조하고, 수업은 교수와 학생의 불합리한 의사소통에 의해 결국 살인에까지 이르는 언어의 폭력성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의자들은 언어의 허구성과 공허함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뒤에 해설을 보고 그제야 작품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왜 그렇게 말이 안 되고 반복되게 말했는지, 왜 상상의 인물들과 대화했는지, 교수와 학생이 왜 언어의 부조리함 때문에 살인까지 이르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