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좋아해서 늘 찍고, 찍히면서도 몇년 째 똑딱이 카메라로 버텨왔다. 대학 시절 구입했던 똑딱이 카메라는 어느덧 수명이 다했고, 작년 말 세미DSLR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한 대 구입했다. 막상 카메라를 구입하고 보니 잘 찍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사진 구도와 편집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여행 때문이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내 추억을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담아두고 싶은데, 생각만큼 원하는 사진이 나오지 않는거였다. 틈틈이 인터넷 서핑을 통해 설정값 조절하는 법을 공부하고, 가끔 서점에 들러 사진 구도 책을 뒤적여 보았다. 그러나 구도와 편집 만큼은 쉽사리 익혀지지 않는 작업 이었고, 아직은 어려운 영역이다. 

그렇게 사진 구도 책만 뒤적이며 다른 사진 작가의 느낌을 익히는 것으로 몇 주를 보냈다. 그러던 중 운이 좋겠도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소개하는 ASIAN POINT 매거진을 알게 되었다. 내년 초. 아시아의 한 지역을 여행하기로 마음먹은 터였는데 매거진에 소개된 로컬 작가의 시각을 빌어서 현지의 느낌들을 미리 접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항상 들르는 곳이 로컬미술관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평소 미술관을 자주 가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여행지에서는 로컬미술관을 고집하고 다닌다. 뛰어난 예술적 혜안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여행지에서 미술관을 혼자 걸으며 생각하는 시간이 좋았다. 그리고 현지인의 삶의 모습을 로컬 예술가들의 시각을 빌어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작품의 가치를 떠나 그들만의 해석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느낌이 좋았다. 그 느낌을 간칙한 채 여행지를 거닐다가 작품에서 보았던 광경이 데자뷰처럼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장면일 수도 있고 느낌일 수도 있다. 아시아 예술가들의 시각을 모아둔 ASIAN POINT 매거진은 로컬미술관의 그 느낌과 같았다. 작가들의 인터뷰를 함께 실어 그들이 담고자 했던 본질의 의미를 파악할 수도 있었다. Bui Cong Khanh의 베트남의 '달러맨'이나, Michael Lee의 싱가포르의 '도시에게 바치는 피에타'로 해석된 그들만의 시각은 잠시 들러서 그곳을 느끼고 싶은 여행객에겐 더할 나위없는 최고의 가이드가 될 것이다.

좋은, 살인 - 13p

좋은 총은, 그것이 아무리 좋은 것이더라도 살인을 전제로 태어난다.

좋은 총은, 사람을 잘 죽이는 총이다.

좋은 폭격기는, 그것이 아무리 좋은 것이더라도 대량살상을 전제로 태어난다.

좋은 폭격기는, 사람을 잘 죽이는 폭격기다.

한나 아렌트의 단언이 없다 하더라도, 폭력의 유전자는 '수단'이다.

수단은, 폭력의 입장을 대변한다.

# YongGeun Jang 도시채집 - 125p.

저는 그동안 도시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내 삶에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도시에서 살아갈 것 같습니다. 이런 도시는 제게 미래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추억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오늘 날, 도시 이외의 장소를 경험하는 것은 돈을 지불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고, 우리는 일생 중 대부분의 시간을 도시에서 머무를 것입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자 또 우리의 내면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는 도시. 그래서 도시는 자연스럽게 제 작업으로 이어고 있습니다.

- Singapore Biennale 2011 (13 March - 15 May, 2011)

- Sharjah Biennial 10 (16 March - 16 May, 2011)

- Art Beiging 2011 (29 April - 2 May, 2011)

Publishing Department of The Center of Visual Art Boda

The Center of Visual Art Boda,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