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신라시대의 부자간의 정을 담았다는 부분에 끌려서 책을 잡았다.

요즘 많이 바쁜 아빠와 아이들 사이가 좀 서먹해진 듯 하여 어떤 공통된 이야기꺼리를 만들어주면 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좀 나누지 않을까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이제 방학하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이 있는데 아빠는 늘 바빠서 출장이 잦으니 걱정이다.

꽃길은 토기장이 부자의 이야기이다.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토기를 만들어 생활하는 만오는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아들 수창은 그렇지 않다.

아버지가 만든 그릇에 밥을 먹고 싶어하고 아버지가 좀 더 다정했으면 좋겠다고 투정을 부린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많이 나오는데 요즘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모두 이해할 수 있을 지 살짝 걱정도 된다.

신라시대 백성들의 애환을 담은 꽃길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려온다.

엄마 없이 살림을 사는 수창이와 토기만 만드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살아간다.

비가 많이 쏟아 내리던 어느 날 수창이는 돌림병에 걸려 사경을 헤멘다.

속정 깊은 만오는 아들을 위해 해준 것이 없다며 껴묻거리를 아들 무덤에 같이 넣어달라고 부탁한다.

만오는 촌주에게 서라벌 고위관리에게 바칠려고 했던 껴묻거리를 아들 무덤에 넣었다는 이유로 심한 고초를 당하고 돌아온다.

수창이가 좋아하던 쑥부쟁이 꽃을 한아름 안고 무덤 앞에 선다.

우리들은 그냥 옛사람들이 만든 그릇이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꽃길’을 만나면서 이제 평범한 토기에게 토기장이들의 장인정신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우리 집 네 남자에게 모두 읽으라고 하고 막내에게는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가족 간의 끈끈한 정과 우리 문화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꽃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