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철학을 담아놓은 ‘책의 꼴’에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흔히 철학책이라고 하면, 표지부터 하품을 나오게 만들기 마련이다. 디자인적 감각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만큼 딱딱한 책제목(주로 철학사조)과 지은이의 이름이 박혀 있다. 마치 ‘나는 위대한 책’이라는 것을 광고하는 것 마냥 표지에서 한껏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던 모습이 책을 펼쳐보게 될 때면 더욱 가관이다. 삽화 한 장 들어가지 않은 채 작은 글씨로 수백쪽에 달하는 텍스트로만 구성되어 있어 숨이 턱 막히게 만든다. 철학을 담아놓은 책의 모양새가 이 모양이니 누가 철학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겠는가.

 

무릇 책이라는 것은 공부를 하기 위해 보는 것인데, 이미 공부한 사람만 볼 수 있는 책이라면 과연 그것이 책으로서 의미가 있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 <청소년을 위한 날아다니는 철학>은 표지에서부터 가벼워서 좋다. 동서고금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캐리커처를 모아놓은 표지는 독자가 쉽게 손이 가게 만든다. 물론 목차를 보게 되면 다소 머리가 아플지도 모른다. 공자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제우스와 예수, 마호메트를 지나 데카르트와 로크, 마르크스와 니체, 노자, 사르트르, 석가모니를 거쳐 홍익인간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우리가 익히 단어로 들은 바 있는 대부분의 철학사상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지닌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이처럼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만한 철학적 주제들을 소설의 내러티브 속에 자연스럽게 흡수시켜 독자로 하여금 접근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어준다는데 있다. 누군가 얘기했던 ‘문학은 당의정이어야한다’는 점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데카르트의 이성’이나 ‘사르트르의 실존하는 인간’처럼 대학 강의에서나 나올법한 테마들이 이야기를 타고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책이 지닌 기본적인 스토리는 ‘딸을 구하러 가는 아버지’에 있지만, 독자들의 만나게 되는 것은 인류문명이 낳은 철학적 담론들일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책에 대해 두려움과 철학에 대한 따분함을 선입견으로 지니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제목에서 청소년이라는 특정연령대의 독자층을 지향하고 있지만 철학입문서로서 나이가 적고 많음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철학을 접하기에 좋은 책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