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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졌다.

<만사형통>이라는 책 전체의 제목과는 다르게

한 편, 한 편의 글마다 느껴지는 것은 처절한 망가짐이었다.

가장 안타깝고 안 돼, 안 돼를 마음 속으로 부르짖으며 고되게 느릿느릿 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샤텐민 선생의 <한 쌍의 큰 양> 이었다.

류 부전원이 덕산 노인을 방문했던 그 순간부터 이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 순간부터 이야기가 마칠 때까지 샤텐민이라는 얼굴도 모르는 작가에게 제발 그만! 제발 그만해요! 라고 애원하게 되어버렸다.

류 부전원이 덕산 노인의 집을 방문해 흘린 눈물, 열악한 생활환경을 보고 느꼈던 아픈 감정을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무리 순간적일지라도 감정은 언제나 진실하다. 하지만 그것을 '해결'해주기 위한 방법은 무책임했다. 덕산 노인의 생활환경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선 물한 <한 쌍의 큰 양>은 마치 7-8짜리 원룸에 살고 있는 나에게 방의 2/3를 차지하는 멋진 장식 조각상을 선물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과 다른 사람을 도운 성과로 자신의 성공을 담보하고 싶은 잘못된 이기심에서 시작한 선물은 무책임하고 성급한 판단이고 결과로 보자면 잔인하기까지 하다. 또한 자기가 평생 가져보지 못했던 부와 명예에 대한 갈망, 자신이 대단한 사람과 먼 친척이 되었기 때문에 자신 또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이라는 허영, '나라'로부터 받은 선물을 자신의 처지와는 관계없이 잘 관리하고 살려내야만 한다는 두려움 섞인 충성심은 덕산노인을 삶을 파탄의 길로 몰아넣었다. 이미 중반부에 이르기 전부터 누군가가 죽음으로써 이 참담한 이야기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것은 짐작되었지만, 죽은 사람은 의외의 사람이었다.

예미 선생의 <허물을 벗고 날아오르다>를 읽으면서는 화자가 이야기하는 동생의 모습에서 일면 동질감을 느꼈다. 화자가 그리는 자신의 동생은 이미 낡아서 그것 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옛날의 가치들을 고수하고 현실적인 어려움과 한계는 전혀 생각지 않은 채 자신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부잣집 도련님이다. 동생은 경제적 생존과는 동떨어진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관계 속에서 발견하고자 하지만 계속해서 실패했고 결국에는 자신이 혐오하고 섞일 수 없었던 '아버지의 세계'에서 날개를 편다. 화자는 동생의 누나인데, 혈육이라는 관계 상 화자는 동생에 대해서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미워하지 않는 어투로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지만 그 내용은 전체적으로 동생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동생이 결국 성공적인 사업가로 거듭나게 된 것이 화자에게 있어서는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결말이며, 그 전의 과정은 그러기 위한 시행착오일 뿐이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나에게는 다소 힘든 일인데, 내가 제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동생처럼 혼자만의 세계에서 고결함을 유지하면서 인간의 선함이라는 둥 여러 가지 붙잡고 있기는 하지만 나의 오만함이 아닌지.. 사실 누구보다도 속물이면서도 그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방향성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톄닝 <도망> (2003)

샤텐민 <한 쌍의 큰 양>

궈원빈 <만사형통>

판샹리 <맹물 야채국>

모옌 <먹는 일에 관한 이야기 둘>

츠쯔젠 <안개의 달, 외양간 울타리>

스수칭 <맑은 물속의 칼>

류싱룽 <봉황 거문고>

예미 <허물을 벗고 날아오르다>

아청 <착한 창기>

둥리보 <미향>

홍커 <허풍>

판샤오칭 <가계부>

<허물을 벗고 날아오르다>

(364) 내 말은 동생이 당초 한 개인으로서 건강한 마음을 갖고 정상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금 귀고리 사건은 그 아이의 심리로 보아서는 처음으로 이기적인 욕망을 충족한 것이었고, 그의 행동은 인류 사회가 사유제 사회로 접어든 뒤로 나타난 사업 행위, 즉 교환에 맞닿아 있었다. 동생은 그 한쪽 귀고리를 계속 간직했다. 언젠가 한 번 그 귀고리에 대해 나에게 이야기하던 동생의 말투에서는 큰버들부락의 넉넉한 인심에 대한 감동과 회한이 함께 느껴졌다. 동생은 그 뒤에도 변함없이 사물의 본질은 회피하였다(그는 아예 이 본질은 부정했다. 그것이 추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본질은 한 덩이 돌처럼 깊은 물속에 던져둔 채, 동생은 자신의 수면 위에서 아름다운 연꽃을 피우고자 했다.

(369) 지식인 청년 웨 씨는 다시 한 번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는 마음의 부담을 다 털어냈는지 십 분 후에 떠났다. 식구들은 모두 동요하지 않았지만, 동생만은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몇 해가 지난 뒤였지만 그 아이는 아버지가 감옥에 갔던 것을 치욕으로 여기고 그 일에 대해 절대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제 동생은 이 사건을 해석할 열쇠를 찾아 마음속 응어리를 풀고 자기 안의 수면 위로 새로운 연꽃을 피울 수 있게 되었다. 그 사건은 동화처럼 아름답게 각색되었다. 아버지는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을 도와주다가 재수가 없어 어려운 일을 겪게 된 것이고, 십여 년이 지난 뒤 아버지가 보호해 주었던 그 사람은 아버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식이었다. 여기에는 고상함, 믿음, 어려움에 처한 자의 답답함, 악연이 결국은 좋게 마무리되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내가 보기에 웨 씨가 오 분간 무릎을 꿇은 것은 굉장히 부조리한 것이었고, 아버지와 웨 씨 사이의 일을 전체적으로 생각하면 실로 우스웠으며, 우스웠기 때문에 그들이 당초 행했던 모든 구체적인 일들이 아둔해 보였다. 그러나 동생은 이런 식으로 그 사건을 이용하여 자기 내면의 세계로 젖어 들어갔다. 동생의 이야기에는 살면서 겪어야 하는 실제적인 어려움들은 없었고, 오 분 간의 꿇어앉음이 갖는 얇은 아름다움을 제외한 모든 것은 일시적이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384) 문화대혁명 기간에 종 선생은 고깔모자를 쓰고 비판을 받았던 반면, 우리 어머니는 누구에게도 꿀릴 것 없는 좋은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성질 내 봤자지. 공산당은 이제 당신들 같은 사람들을 처리할 것이거든.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건지. 조상 3대가 다 냄새나는 지식인 주제에."

얼마 지나지 않아 가을바람이 쓸쓸하게 불던 어느 날, 우리는 전 가족이 시골로 하방되었다가 한참 만에야 신문지로 벽지를 바른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두 집안이 모두 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갖은 고생을 겪었지만 둘 사이의 불화는 개선되지 않았다. 다만 나이를 먹었으므로 쌍방 모두 더 이상 격하게 공격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들은 모두 역경을 겪으며 인생의 부침에 적응했다. 모두 강인하고 삶에 대한 믿음을 가진 이들이었다.

* 문화대혁명 : 문화대혁명은 1966년 5월부터 1976년 12월까지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벌어졌던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격동으로, 공식 명칭은 <무산계급 문화 대혁명>이며, 약칭으로 문혁(文革)이라고 한다. 이 운동은 이 기간 동안 전국적인 혁명의 기운과 혼돈 및 경제적 침체, 기존 유교적 질서의 붕괴를 일으켰다.

이 운동은 1966년 5월 16일 중국 공산당의 중앙위원회 주석이었던 마오쩌둥의 제창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부르주아 계급의 자본주의와 봉건주의, 관료주의 요소가 공산당과 중국 사회 곳곳을 지배하고 있으니 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중국의 젊은이들이 사상과 행동을 규합해 공산당의 인민민주 독재의 "민중민주" 노선을 더욱 확고히 실현시키기 위해 진일보 투철한 프롤레타리아 "혁명 후의 영구적 계급 투쟁"을 통해 이런 것들을 분쇄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 홍위병의 움직임으로 구체화되었다.

마오가 문혁을 제창하기 된 동기는 소련의 잘못된 수정주의가 중국에서도 재연되는 것을 방지하고 중국에서 이상적인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천명하였다. 한편, 마오쩌둥 자신이 시도한 대약진운동에서 파멸적인 결과를 빚어 당에 대한 권력과 영향력이 덩샤오핑과 류샤오치에게 넘어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도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1969년 마오는 공식적으로 문혁이 끝났다고 선언하였으나, 사실상 1976년 마오쩌둥의 죽음과 사인방의 체포까지 벌어졌던 여러 혼돈과 변혁을 통틀어 문혁기간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에서는 이 기간을 십년동란(十年動亂)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혁은 대개의 중국인들이나 외부인 심지어는 중국 공산당 내에서도 국가적 재난이라고 간주되고 있다. 문혁의 공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1981년에 이를 마오의 과오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그리고 린뱌오와 사인방도 주요 책임자로 지목되었다. (위키피디아)

* 하방운동(下方運動) 줄여서 하방은 중화인민공화궁에서 1957년 이후 상급 간부들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서 실시한 운동이다. 중국 공산당 당원 및 국가 공무원들은 벽지 농촌이나 공장에 보내 노동에 실제로 종사시키는 일이다. 또 도시의 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들을 변경 지방에 정착시킴으로써 정신 노동자와 육체 노동자 간의 거리를 없앨 수 있도록 하고, 낙후된 농촌 산간 지역을 근대화시키는 목적에서 실시되었다. 특히 문화대혁명기에 성행하였다. (위키피디아)

(394) 그들은 내 동생이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모르지 않았지만 전혀 상관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은 거침없이 다 뱉어 냈다. 그 사이에서 동생은 이방인처럼 초라했다. 동생은 화가 나기도 했고 당황스럽게도 했다. 쌀 속에 자갈을 섞는 일 등에 찬성할 열정이 그 아이에겐 없었고 사업을 하는 여러 가지 수단들도 싫어하고 반대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멍하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의 이야기 속에 끼어들려고도 했지만 그 애가 하는 말은 자기가 생각해도 재미가 없었다. 친구들이 '생존 경험'을 나누는 동안 동생은 자신이 예전에 회사를 경험하며 경험했던 약자의 처지를 고통스럽게 인정해야만 했다. 지난 스물여덟 해 동안의 삶을 아무리 돌아보아도 그는 피해자일 뿐이었다.

동생은 명확하지 않은 어떤 바람을 품고 아버지와 한 차례 긴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설득하여 다시 한 번 회사 경영진으로 들어갔다. 전과 다름없이 동생은 자신에게 최종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지 못했다. 아버지 회사로 다시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동생은 다시 사업계의 여러 떳떳하지 못한 관행들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하루 종일 목표도 없이 멍하니 있었다. 장사에 열중하는 친구들도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 친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목에 무엇인가가 걸린 것 같았다. 과거 그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순수한 친구들도 변한 것이다.

(398) 내가 보이게 동생은 유통기간이 지나 쓸모가 없어진 물건 같은 정직과 심오함이라는 옛 시대의 가치들을 끌어안고 있었다. 이것들은 비록 낡았지만, 오랫동안 모으면 나름의 광택을 낼 수도 있었고 그것들을 가진 사람에게는 옛 시절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요즘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짧은 머무름, 계속되는 변화를 필요로했고 거센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미래는 끝을 알 수 없는 블랙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