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 엄청나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생각했다.

전율이란 건 이런 것이구나, 머리에 소름이 돋는다는 느낌.

 

이 책은 꼭 사두고 다시 보아야겠다.

 

3권까지 다 읽고 책을 덮으며 바로 북카트에 넣었다.

 

단순히 반전이라거나 수수께끼가 풀리는 과정에 초점을 둔

그런 과정에 대한 감탄은 아니었다.

 

유괴와 살인 사건을 둘러싼 당사자들과 가족, 이해집단 등의 역동과 내면 사정에 대한 치밀한 묘사.

동일한 사건을 각자의 위치에서 겪어내는 과정과 그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한계.

사건에 대해서 연구하고 탐색하는 사람으로써 어디까지가 옳고 그른 것인지에 대한 도덕적 판단 앞에 설 때도 있었다.

 

기이한 이야기나 맏물 이야기, 스텝파더 스텝에서 읽는 것과 같은

판타지가 가미된, 3자로써 가볍게 '이런 이야기도 있을 법 하지.' '이건 말도 안 돼. 하지만 상상해보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공간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고

지금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으며

실제로 소설 속의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깜짝 놀라고 두렵겠지만 언젠가는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어, 라고 생각할 법한.

그래서 나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에 무서운, 그런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부탁으로 잡지나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 적이 있었다. 사무원이 하면 실수가 많다고 아버지는 딸에게 그 일을 시켰다. 그리고 그 보수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주었다. 기시다 아케미에게 노동이란 그런 것이었다.

스크랩하는 기사는 오로지 경제지나 부동산 신문의 기사들이었다. 그녀는 내용은 고사하고 제목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구리하시가 쏟아내는 말 속에는 그 때 언뜻 보았던 말들이 마구 섞여 있었다. 최근의 뉴스에서 아나운서가 심각한 표정으로 떠들어대는 그런 말들.

기시다 아케미가 조금이라도 현실감각을 가진 여자였다면, 여기서 그의 연설을 듣는 것만으로 구리하시 히로미라는 남자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뭐야 이 사람, 제법 폼 잡고 있지만 사실은 신문이나 잡지 같은 데 나오는 말을 늘어놓는 것 뿐이잖아, 하고.

그러나 그녀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저울로는 구리하시 히로미의 텅 빈 알맹이를, 허풍을 떠는 그의 가벼운 속을 정확히 꿰뚫어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