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핑크머니 경제학 / 이리에 아쓰히코 지음 / 스펙트럼북스 출판 )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는 미리 숙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가 내내 읽으면서도 '이 사람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지?' 싶었지만 완독을 했을때에야  작가 소개란 뒤적여 본 무심한 독자다.  저자 '이리에 아쓰히코' 는 일본인이며 디자인을 전공했고 현재는 영국에서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는 게이다.  ^^  글을 너무나도 재치있게 잘 써서 읽는 내내 경제학 책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읽었었다. 진지한 정치와 경제분야에도 적당한 농담을 섞을줄 알며, 적나라한 표현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문맥 또한 전혀 어설프지 않아서 글솜씨에 감탄했다.  저자의 다른 작품으로는 <교토 사람만이 알고 있다> 시리즈 외 다수가 있는데 그 책들도 재미가 있을까 싶어 호기심이 인다.

 

'핑크머니'는 게이나 레즈비언, 또는 트랜스젠더들이 소비하는 막대한 돈을 일컫는 말로 이 책에서 처음 접하는 경제용어다. 그들의 소비력은 실로 엄청난 우리돈으로 180조원 이라고 한다. 동성결혼을 처음으로 합법화하기 시작한 유럽의 나라들엔 게이커플이나 레즈비언커플들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영국은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360만명(1998년기준)이 넘는다고 한다.   대단하다.   그들인구의 6%라고 하는데 전체인구의 6%면 영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숫자와 맞먹는다고.   1998년 기준이니 10년이 넘은 현재는 더욱 늘었을것이다.

 

더욱 의외였던 것은  그들은 이성애자들보다 평균적으로 많이 벌고 대단히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여러 통계에서 나타났다.  동성애자들은 예전부터 무시당하고 손가락질 당했던 트라우마가 강했기에 일반적인 회사에 매여있기보다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고, CEO들도 꽤 된다. (이거 게이인 작가의 생각이지만 충분히 그럴듯하다)  더욱이 영국민들이 평균적으로 집을 갖게 되는 나이는 36세인데 반해 동성애자들은 평균 30세가 되면 자신의 집을 소유한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결속력이 매우 강하고 문화와 소비와 경제적인 측면에서 특이한 그들만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작은 욕구들만 충족시켜준다면 그 막대한 핑크머니들을 아낌없이 쓴다고 한다.  또한 영국 동성애자들의 학위취득률은 42% 이지만 일반인들의 학위취득률은 17%에 불과하다.  그만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정치나 경제 문화계에서 그들의 능력을 인정한 경우들은 많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들도 많고.

 

이 책은 그들의 구매력과 경제력만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전세계 많은 국가에서, (때론 미국인일지라도) 동성애자들을 상종할수 없는 환자로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이 많은게 현실인데 그런 소수자들을 차별하고 선입견으로만 대할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는데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을수가 있다. 소수자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또한 그들의 숨겨진 능력을 끌어내기 위함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듯 싶다.

 

(  책이 너무 이쁘다.  책 표지도 그렇지만 책 속도 핑크색 일색이다. 내용만큼 이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