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만 해도 사랑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는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로 심지어 어떤 이는 '반대성명'을 공식적으로 내기도 하였다. 반대파들은 '사랑이 과학에 의한 것일리 없다'고 믿고 '사랑은 감성의 분야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십년이 지난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인 우리도 그들과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이성(머리)보단 감성(가슴)에 의해 사랑하고 통계와 같은 과학보다는 사랑점, 타로점과 같은 미신에 의해 사랑을 하는 걸 보면. 역시 사랑 연구 반대파의 의견대로 '사랑은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없는 것'인걸까.

그러나 1970년대 '사랑의 삼각형' 이론으로 유명한 Strenberg와 같은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런 사회적 반대를 무릎쓰고 사랑에 대해 연구하고 책을 내었다. 덕분에 사랑에 대한 연구는 2000년대인 지금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가족, 진화, 성격, 인지, 심리치료 분야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연구들은 학계에 논문으로만 남을뿐 대중들에게는 소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재미난 책으로 혹은 티비 프로그램으로 소개되어 대중들과 함께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고 오직 학자들끼리만 논의할 뿐이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논문을 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학술적 내용을 어려운 통계 용어로 쓰다보니 설사 논문을 찾아 읽는다 한들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 할지라도 사랑은 감성적 미신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럴때 '서론, 연애할까? 결혼할까?'와 같은 반가운 책을 발견했다. '인어공주는 왜 결혼하지 못했을까'로 유명해진 저자는 이번엔 과학적인 심리실험을 근거로한 연애학 레시피를 썼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학술적인 책 같기도 했다. 책 안에는 표와 그림이 가득했고 각종 심리학 이론들이 나열되어 있어 어려워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소개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몰랐던 연애에 관한 재미나고 유용한 심리학 실험과 이론들을 편하게 써내려간 책이었다. 바로 내가 바라던 책! 대중들이 원하던 책!! 비록 요즘 심리학을 주제로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가판대에 많지만 연애를 과학적으로 풀어낸 이런 책은 없었다.
 
저자 피오나는 '연애는 심리가 아니라 과학이다'라고 주창하며 심리학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으로 책을 시작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생기는 징크스와 미신을 과학적으로 정리하여 그 남자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는 이유를 간단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2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결혼 조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돈, 외모, 성격, 나이. 모든 조건이 다 좋다면야 더 바랄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여자냐 남자냐 또 이 중에서 어떤 조건을 우선시 여기느냐에 따라 내 결혼 가능성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통계로 보여주고 있다. 그외에도 미인에 대한 여러가지 고정관념, 실제 연애상황에서 발생하는 인지부조화 이론 등을 이야기할 뿐 아니라 그렇기때문에 우리가 연애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구체적인 지침도 제공하고 있다.

3장에서는 남녀의 차이를 보다 분명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우리는 머리로는 남녀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는' 있다. 그러나 현실을 살아갈때는 그것을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걸 상대방도 좋아하겠지 지레 짐작하고 행동해버린다. 로맨틱한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여자나 노트북과 같은 최첨단 IT기기를 선물하는 남자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대게 남자는 분위기보단 맛을 중요시 여기고 여자는 IT기기보단 반짝이는 쥬얼리 선물을 더 선호하는데도 말이다. 이 장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남녀는 다른 스킬이 필요하다는 부분이었다. 아주 구체적인 스킬이 표로 잘 정리되었으니 궁금한 사람은 어서 책을 펼쳐보자!

4장에서는 연애가 연애로 끝나지 않고 결혼에 이르러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이야기한다. 우리는 알고있다. 만난다고 다 연애하는게 아니고 연애한다고 다 결혼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나이를 먹음에 따라 더 신중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연애를 하고 사랑에 빠져들면 상대방과 결혼한다는 전제를 자꾸 하고있다. 아무래도 부정적인 전망보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싶은게 인간 심리일 것이다. 4장을 읽어보면 아마도 결혼 가능성이 가늠될 것이다. 그리고 결혼하면 좋은지 과연 뭐가 좋은지 또한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지금까지 사랑은 마음 가는대로, 심장이 시키는대로 하는 거라고 믿어왔던 과거들이 부끄러워졌다. 심장이 시키는대로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표현일뿐 결국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은 고려치않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사랑이기주의였던 것이다. 

우리 인간은 다 다르지만 한편 보편적인 공통점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하는 행동중에 하나인 사랑 또한 당연히 과학적으로 규명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 사실을 옛날엔 알지 못했고 알수 없었다. 이제는 '서른, 연애할까 결혼할까'에 나온 과학적인 사랑 레시피를 참고해 내 사랑을 가꾸어나간다면 내 인생도 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