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의 <암리타>를 좋아한다.

생각해보면 얼토당토 않은 몽환적인 이야기.

하지만

끈적거리지 않는, 너무 달지도 쓰지도 않은

산뜻한 문장과 서술이여서 그런지

가끔 찾아읽게 된다. 그런 쿨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그녀에 대하여>도 <암리타>와 비슷한 느낌이다. 

삶에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뭐, 어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진행되는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주말아침에 

향기 좋은 원두커피를 내려서 손에 들고

식탁에 앉아 있는것 같은 그런 느낌.

물론 기본적으로 같은 작가니까 분위기나 내용이 비슷한 것도 당연하지만

그래도 일본어를 한국어로 바꾸면서 느낌도 약간 달라지게 마련이니까

두 책이 비슷한 느낌을 주는것은 

둘 모두 같은 번역가 김난주씨가 옮긴 영향도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암리타>와 비슷한, 젊고 산뜻하지만 역시나 몽환적인 이야기.

그리고 슬픈 이야기.

흑마술 따위, 믿지 않지만

가족에 대한 서술은 크게 남는다.

15페이지

'이모의 상냥함은 절대 마음이 너그러워서가 아니라, 세상의 신산을 다 겪은 후에 무언가를 깨닫고서 차분해진 사람 특유의 여유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렇다는 것을 입도 뻥끗하지 않는 기품있는 사람이지만, 비유해서 말하자면, 불량소녀였던 시절도 있으니 언제든 나쁘고 무서운 짓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에, 애써 그러지 않는 사람같은 대단함이, 말 않고 있어도 전해졌다. " 

148 페이지

"토대란게 뭐죠?"

"유미코 씨나 다카하시 씨가 갖고 있는것, 그리고 나 역시 갖고 있었던 것이죠."

구마 씨가 말했다.

"바로 이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힘이에요. 누군가의 품에 꼭 안겨본 경험, 귀염받고 자란 기억. 비 오고 바람 불고 맑게 갠, 그런 날들에 있었던 갖가지 좋은 추억, 부모가 맛있는 음식을 차려 주었던 일, 생각난 것을 얘기하고 받았던 칭찬, 의심의 여지 없이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것, 따뜻한 이불 속에서 푸근하게 잤던 잠, 자신이 있어도 좋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면서 이 세상에 존재했던 일,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으면 새로운 사건과 부딪칠 때마다 그것들이 되살아 나고, 또 그 위에 좋은 것들이 더해지고 쌓이고 하니까 곤경에 쳐해도 살아 갈 수 있어요. 토대니까, 어디까지나 그 위에서 무언가를 키워가기 위해 있는 거니까."

..

사소하지만, 행복한 순간들

그에 대한 기억이란거

정말 중요하다고 나 역시 생각한다. 

그런것을 많이 많이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