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는 황제가 다스리고, 황제는 여인이 지배한다.

찬란한 태양 아래 드러난 중국의 역사는 모두 은밀한 달빛 속에서 만들어졌다!

 

표지에 실린 위의 문구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독자도 여자인지라 중국의 황제를 지배한여인들의 비법(?)과 비책(?)이 궁금하기도 하였고 중국의 역사를 나름 쉽게 알아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저자가 중국 황실역사 전문가 이어서 그런지 많은 정보를 세세한 구성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중국황실의 은밀하고도 치명적인 쾌락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글을 읽으면서 욕망과 권력을 향한 여인네들의 무서운 암투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중국의 황실은 어린 황태자에게 성년이 되기도 전에 성교육을 시키고 접하게 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13살 미만 어린 황태자들도 남녀의 합방하는 방법을 궁녀 또는 자신을 길러준 유모를 통해 직접 경험하게 한다는 것에 놀라움을 그치지 못했다. 또한 이를 이용해 황제의 여인이 되고자 치열한 암투와 온갖 권모술수를 쓰는 여인들이 한 두 명이 아니었음을 저자는 말한다.

 

황제의 여인이 되고자 하는 여인들의 욕망이 황제의 애욕에 불을 지피고 쾌락을 일깨워 황제를 지배하고 천하를 거머쥐었던 밤의 역사는 짧지만은 않았다. 대부분의 중국의 황제들이 그러했고, 여황제 또한 무수한 남자들을 연인으로 거느리며 색욕에 빠져 살다가 결국은 비참한 최후를 보내기도 한다.

 

밤의 역사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다 존재하겠지만 중국의 역사에 등장하는 여인네들만큼은 독하지는 못할 것 같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자식까지 서슴없이 죽일 수 있는 여황제 무측천을 보면서 무섭다 못해 징그럽기까지 했다. 그에 뒤질세라 태자비였던 가남풍 또한 잔인하기 끝이 없는 여자였다. 임신한 궁녀의 배를 창으로 찔러 죽이는가 하면 화풀이로 사람들을 죽이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모습에 공포감이 저절로 생겼다.

 

과연 이 여인들에게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진정으로 사랑하여 자신의 전부를 주고 자연히 따라오는 권력을 얻은 것이 아닌 미모와 여색, 권모술수로 천하를 다스리는 황제를 지배하고 권력을 꽤 차고 스스로가 천하를 다스리기를 원했던 여인들이기에 진정한 사랑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독자가 알고자 했던 황제를 지배했던 비법과 비책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미색을 겸비하고 권모술수를 잘 쓰는 여인으로 황제의 눈에 잘 뛰면 짧은 시간이 될지도 모르지만 권력을 쥘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로 눈에 뛰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이겠지만 말이다.

 

밤을 통해 본 중국 황제들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만나보게 되었고, 역사 속 인물들로 이름만 알고 있었던 여인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비록 독자가 궁금해 했던 비법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였지만 역사 속 중국의 여인들이 권력에 대한 욕망이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는 사실을 엿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