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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에게 쓴다 / 천양희 >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인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노을이 없는 나라가 있고 연애소설이 없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뭐? 하며 놀란 적이 있다. 노을이 없는 나라에 노을에 대한 시가 많고 연애소설이 없는 나라에 성性에 대한 갈등도 없다는 것을 알고 또 한번 놀랐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해가 지면 곧 어두워지기 때문에 노을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노을에싀 그리움 때문인지 노을에 대한 시가 가장 많고, 스웨덴에서는 성이 개방적이고 자유스럽기 때문에 성에 대한 결핍과 갈등이 없어 연애소설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문학이란 실물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실감이 나도록 하는 것이며, 실재에 대한 결핍이 시를 쓰게 하는 요인이 된다. 어떤 작가는 고독과 싸우는 인간의 의지에 매혹되어 문학을 했다고 하고, 어떤 시인은 말이 하기 싫어서 시를 썼다고 하지만, 모든 훌륭한 시는 강력한 감정이 저절로 넘쳐 흐르는 것이라던 워즈워드의 말이, 시의 참 감동은 무엇인가 하는 해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P 8
시인이란 누군가의 아픔을 대신 앓아 주는 환자가 되고 , 시는 그 투병기가 되어야 한다면 너무 과한 말이 될까. 시인은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차서 가장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살아가도록 운명지어진 사람이라고 시인이 백석이 말했다. P 9
사막을 걷는 일로 일생을 보낸 태오도르 모노는 사막이야말로 진정한 생략하기이 삶이 무엇인가를 가르친다고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을 그 안에 감추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없는 듯한 단순함이 사막의 철학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시는 철학 이상의 그 무엇이 아닐까. 시 쓰는 일로 일생을 보낸 이 책 속의 시인들은 시야말로 고통하기의 삶으로 진정한 희망찾기의 삶이 무엇인가를 가르친다고 말하고 있다. P11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받고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것... 아름다움을 헤아릴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 < 무엇이 성공인가 >
안개속을 걸어가는 것은 신기합니다. 숲마다 바위마다 호젓합니다. ...나의 생활이 밝았을 때는 이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습니다. 이제 안개가 내리니 한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참으로 어둠을 모르는 사람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어둠은 자기를 어찌할 도리없이 모든 것에서 가만히 떼어놓습니다. ...인생은 고독합니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모릅니다. 모두가 혼자입니다. P20
진정한 사랑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혁명 같은 것이라면
우정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상의 혈맹 같은 것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4세때 부터 시를 쓴 독일의 천재 서정시인이자, 탁월한 소설가 이며, 철두철미한 자유인이었던 헤세는, 나치 정권이 들어서자 독일을 떠나 스위스로 귀화해 버린 방랑자이기도 했다.
"새는 알을 까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삭스다"라는 구절은 너무나도 널리 회자되는 유명한 문장이다.
헤세가 남긴 수많은 작품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애송되는 시는 < 안개 속을>을 이고 가장 사랑 받은 소설은 < 데미안> 일 것이다. <데미안>은 세계의 4대 성장소설에 꼽히기도 하는 완성도 높은 소설이다. < 데미안> 외에, 괴테의 <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 플로베르의 < 감성교육>,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 등이 4대 성장소설에 꼽히고 있다. P24
헤세에게 있어서 인간의 목표는 참된 자기를 발견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는 특히 동양사상에 매료되기도 했는데, 독일어로번역된 도연명(陶淵明) 의 시작품을 애독했으며, 35세에 < 싯다르타>와 같은 빛나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헤세처럼 문학적인 측면과 인간적인 측면에서 두루 훌륭한 성과를 이룬사람은 드물것이다. P 25
간혹, 인생을 너무 낭비 한것 같아 후회 막심할 때, 자신의 생을 너무 의미 없이 살았다고 자책할 때, 고통의 집을 보지 못한 사람은 우주의 절반 밖에 못 본 사람이라는 애머슨의 시 < 무엇이 성공인가>를 떠올려 본다면 한결 삶이 따뜻해지리라. 위대한 시는 이처럼 삶을 언제나 어루만지고 위안한다. P27
애머슨 그는 36세 때 '지금은 도깨비의 시대'라고 탄식하며, 초월주의 운동의 잡지 < 다이얼>의 편집을 맡아 사회 개혁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기 시작했다. 그는 또 자신이 스스로 '저축은행'이라고 부를 정도로 평생동안 일기를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그는 늘 생각하고 배우면서 바르고 치열하게 살다 간 시인었다.
"인생의 목적은 자신을 아는 데 있으며, 글 쓰는 목표는 글 속에 햇빛을 반짝이게 하는 데 있다. " 그의 빛나는 말은, 칼라일을 감동시켜 다음과 같은 찬사의 편지를 쓰게 했다. "이 세상에서 오직 인간의 목소리를 나에게 전해주는 것은 오직 당신 뿐이오." P 28
그의 사상은 대학생 때 쓴 일기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일기는 그의 일생동안 지속된 사색의 기록이었다. 그 기록은 훗날 그가 시와 에세이를 쓸 때 훌륭한 자료가 되기도 했다.
그가 21세 때 쓴 "물질적 아름다움은 결국 멸하거나 시들어진다. 지적인 아름다움은 계절과 나이에 따라 감탄이 제한되고 기쁨의 밀물과 썰물이 있다. 그러나 도덕적 미는 사랑스럽고 멸망하지 않으며 완전하다." 는 일기에서 '계절과 나이에 따라 감탄이 제한되고 '라는 표현되고 '라는 표현과 '기쁨의 밀물과 썰물'이라는 표현은 읽을 때 마다 나는 감탄을 자아냈다. P30
*** 네루다의 詩와 숨결
"나더러 어디 있었냐고 물으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뒤에 두고 온 바다뿐, 오, 울고 있는 누이여... 어째서 하루는 다른 하루와 합해지는 것일까? 어째서 검은 밤은 입속에 쌓여 있는 것일까? ...나더러 어디 있었냐고 물으면 나는 저 부서진 것들... 그리고 내 무거운 영혼부터 애기할 수 밖에 없다... 만나고 엇갈리는 게 기억이 아니라 망각 속에 잠든 노란 비둘기, 눈물 젖은 얼굴... 그리고 잎새에서 떨어지는 그런 것이다. 흘러간 날의 어둠 우리의 슬픈 피를 먹고 자란 날의 어둠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것 시간과 달가움이 어슬렁거리 마음 쓴 연하장에서 ..그러나 우리는 ...침묵이 쌓이는 껍질들을 더 이상 씹지 말자. 왜냐하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니까... 내가 잊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 망각은 없다 / 네루다> P 34
" 이 밝음 속에서 소박한 거문고 하나를 놓아두면 가을의 아름다움을 견디다 못해 거문고는 조용히 울기 시작하겠지요" 라는 구절이 다시 떠올랐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생각하곤 하는데 지친 마음을 그림자 속에 묻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죽는 것 보다 사는 일이 더 힘들다는 러시아 시인 마야코프스키가 떠오른다. 사는 일이 곧 사랑하는 일이란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의 시 < 척추피리> 를 읽으며 한 여자를 평생 사랑하다 자살해 버린 사랑과 죽음의 시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이 시는 그가 사랑한 여인 릴리에게 바친 시다. 마야코프스키는 사랑은 의지의 행동이 아니라 우리 삶의 조건이라 했다.
나 만약 황제로 태어날 수 있다면
나의 백성에게 이렇게 명하리,
햇빛처럼 반짝이는 금빛 주화위에
그대의 어여쁜 얼굴을
새겨 넣으라고!
그리고
이 셰계가 툰드라로 변하고,
강물이 북풍과 사귀는 곳,
거기에서도 나는 족쇄 위에 릴리의 이름을 새기리
그리고는 음울한 중노동 속에서도 자꾸만 자꾸만 입맞추라....
나의 가슴을 훔쳐간 그대
가슴속에 모든 것을 빼앗아간 그대.
나의 재능을 거두어 가오
어쩌면 난 결코 다른 어떤 창조도 못할 테니....P43
철저히 시인의 길을 걷기로 했지만 혁명이라는 단어로부터 마야코프스키가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17년 2월 혁명이 일어났을 때 , ' 낯설기 하기' 란 용어로 러시아 형식주의 성립에 큰 공헌을 한 슈클로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마치 자기 집,에 들어가듯이 혁명속으로 들어갔다. " 그러나 마야코프스키는 정치가 예술의 약점을 이용해선 안된다며, "예술이여 , 정치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워라" 라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 바지 입은 구름 / 마야코프스키>
" 전에 난 / 책들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라고 믿었다 / 시인이 오고 / 영감을 받았다는 그 바보가 / 경망스런 입술을 열면 / 노래가 터진다고... 그대가 원한다면 / 더할 나위없이 부드러워지겠소 나는 사람이 아닌 바지 입은 구름......"
마야코프스키는 타협을 모르는 것이 특징이었고, 자신감과 배짱이 대단해 아무런 격려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 반면에 그는 평생토록 103이란 숫자를 싫어했고 쉼표와 마침표를 찍는 것을 싫어했으며 혼자 있는 것을 싫어했다. P 47
< 소울음처럼 소박하게 >라는 제목으로 1916년 가을에 시집을 출판했다. 여성 화가 토냐 구밀리나는 마야코프스키의 시를 자신의 그림 주제로 삼았으나, 그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한 나머지 투신 자살했다고 한다. 마야코프스키는 관심이 없는 여자에 대해서는 그토록 냉정하고 이기적이었다.
그는 애정 편력이 많았지만, 여자가 자기에게 베푸는 즐거움 보다는 그가 여자가에게 사랑을 추구하는 쪽을 더 즐겼다. 앞에서도 말 한 것처럼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은 릴리 브릭이었으며 그가 가장 신뢰했던 친구는 그녀의 남편인 오십 브릭이었다.
마야코프스키는 또 영화광이기도 했다. ...P 49
예세닌의 < 안녕 내친구야 > 의 마지막 구절 " 이 세상에서 죽는다는 것은 새로울 게 없네. 하지만 살아가는 것도 새로울 게 없네" 를 " 이 세상에서 죽는다는 것은 어렵지 않네 / 살아내는 것이 더 어렵다네 " 로 이어받아 마무리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도 예세닌이 죽고 난 5년 뒤에 그를 따라갔다.
그는 죽기 전에 '릴리 , 날 사랑해 주오'라는 한 장의 편지를 남겨 놓았다. 유서에는 자신의 모든 원고를 브릭 부부에게 넘긴다고 적혀 있었다. P 59
아름답고도 애절하게 뻐꾸기가 우는 것은 남의 둥지인 암초휘파람새의 둥지에서 자라고 있는 제 새끼를 향해, "너는 내 새끼다. 이 어미의 목소리를 잘 듣고 익혀라"하고 소리쳐 대는 것이라고 한다.
< 네거리 순이 / 임화 >
네가 지금 간다면 어디를 간단 말이냐?... 눈 바람 찬 불쌍한 도시 종로 복판에 순이야! 너와 나는 지나간 꽃피는 봄에 사랑하는 한 어머니를 눈물 나는 가난 속에서 여의었지!... 겨울날 찬 눈보라가 유리창에 우는 아픈 시절 기계 소리에 말려 흩어지는 우리들의 참새 너들의 콧노래와 언 눈길을 걷든 발자국 소리와 더불어 가슴으로 스며드는 ... 우리들의 청춘은 참말로 꽃다웠고 ... 비할 데 없는 괴로움 가운데도 얼마나 큰 즐거움이 우리의 머리 위에 빛났더냐? ...
순이야 누이야 ... 젊은 날은 ... 그 여윈 손가락으로 지금은 굳은 벽돌담에다 달력을 그리겠구나.. 오오 눈보라는 트럭처럼 길거리를 휘몰아 간다... 바로 종로 네거리가 아니냐! 어서 너와 나는 번개처럼 두 손을 잡고 내일을 위하여 저 골목으로 들어가자... 이것이 너와 나의 행복한 청춘이 아니냐 P 56
" 포도에 씨가 있는 것처럼 / 내 가슴에 슬픔이 있다./ 푸른 포도가 술이 되는 것처럼 / 나의 슬픔이여 기쁨이 되어다오 ." - 다카미 준 일본시인 -
그럴 땐 불 속에 잎을 넣으면 잎이 터지면서 꽝꽝 소리를 내는 꽝꽝나무를 생각하게 된다. 그때마다 우리들 생生은 슬픔을 영양으로 취한다는 말과, 슬픔을 거쳐 충만으로 나아간다는 말이 꽝꽝 소리를 내며 마음에 와 박힌다. 그 때문인지 슬픔도 때로 힘이 될 때가 있다. 프랑스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의 시 < 슬픔>을 읽어보자
이 시는 어떤 한계에 부딪힌 시인의 비통한 심정을 고백한 것이다.
< 슬픔 / 알프레드 드 뮈세 >
나는 힘과 생기를 잃었다
친구와 기쁨도 잃었다
나의 천재를 믿게 하던 자존심도 잃었다
내가 진리에 눈떴을 때
그것이 나의 벗이라 믿었다
내가 진리를 이해하고 느꼈을 때
이미 그것이 싫어졌다
그러나 진리는 영원하고
진리를 모르고 산 사람들은
세상에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 셈이다
신이 말씀하시니
우리는 답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내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이다
뮈세가, 상드와의 사랑 이야기를 쓴 자전적 소설 < 세기아의 고백>은 19세기 프랑스 문단의 화제가 되었고 논란의 대상이 될 정도로 픈 물의를 일으켰다. P 63
재단에 불을 켜는 것은 사제가 아니라 어둠이며 아무리 슬퍼도 고뇌가 없는 슬픔은 슬픔이 아니라고 한다. 누구도 고통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점에서 고통은 위대하다는 말을 뮈세의 < 슬픔>과 함께 곱씹어 본다. 과연 누가 고통을 경멸할 수 있겠는가. P 65
" 오늘 나무들이 다 폭풍에 쓰러지는 것은 아닙니다. / 모든 씨앗들이 다 뿌리 내릴 토양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 모든 진실한 마음들이 다 인심人心의 사막에 유실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의 여성 시인 수팅의 시 < 이 또한 모든 것입니다 > 의 몇구절만 읽어도 마음의 위안을 받고 한숨 돌리게 된다. P 66
수팅의 '모든 꿈들이 다 기꺼이 날개가 꺾이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 한 구절을 읽고 나면 삶이 아무리 무겁게 느껴질 때라도 , 다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꿈이라는 생각에 하루를 거뜬히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수팅은 납땜공 염색공 등으로 일하면서 공장을 전전했고, 여러 직업을 가지면서도 책 읽는 일은 쉬지 않았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고된 일을 하면서도 세계명작을 탐독하면서 시인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를 두고 나는 '고통을 소화한 시인'이라 말하고 싶다. 직접 경험한 것만이 영감을 자극하고 상상력에 자유를 준다. P 69
사랑한다는 말은 조선 중기부터 쓰던 말로 그땐 '생각하다'였다고 한다. 아무리 바쁜 세상이라도 생각을 좀하고 산다면, 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면, 제자리는 쉽게 잃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해 제 스스로를 갖게 되는 힘이 없는 사람들은 보들레르의 시 < 음악>을 읽으면 시보다 먼저 마음이 바다에가 닿을 것만 같다.
음악은 때때로 바다처럼 나를 사로잡는다
나는 출발한다
창백한 별을 향해 자욱한 안개 밑으로
때로는 끝없는 창공 속으로
돛대처럼 부푼 가슴
앞으로 내밀고
밤에 묻혀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나는 탄당
나는 느낀다
신음하는 배의
온갖 정열이 진동함을
순풍과 폭우가 그리고 그 진동이
나를 흔든당
광막한 바다위에서
음악은 때로는 고요한 바다
내 절망의 거대한 거울
보들레드에게는 위대한 시인들 대부분이 그런 것 처럼 혹독한 시련의 시기도 있었다. 원 제목이 '지옥의 변방'이었다고 전해지는 <악의 꽃>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1857년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보들레드의 <악의 꽃>이 함께 소송에 걸린 법정사건은 , 그 당시 프랑스 문단을 떠들썩하게 할 정도로 유명했다. < 악의 꽃>이 소송에 걸린 것은 "추잡하고 부도덕한 구절과 표현을 담고 있을 뿐 만 아니라 공중의 도덕과 미풍양속을 침해했다." 는 이유 때문이었다. P 76
여름의 끝을 생각하다 문득 며칠 전에 받은 어떤 젊은 여성의 편지 한 구절이 생각났다. 전에는 지나가는 것이 물이나 바람 구름이나 세월같은 것인 줄만 알았는데 사람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사랑을 잃고 난 뒤에야 겨우 깨달았다는 것이다. 삶은 잠이고 사랑은 그 꿈이란 말을 믿지 않았는데 인생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겨우 믿게 되었다고 했다.
사람은 역경을 거치면서 현명해지고 후회한 뒤에야 깨닫는다고 하지만 희망없는 반복은 왜 여자만의 일일까 생각되었다. 밖으로 풀려나가고 싶어 아우성 치는 마음과 자신을 통제 하려고 애쓰는 힘이 그의 편지에서 느껴져 내 마음도 함께 쓰렸다.
그때, 사랑이란 죽은 이도 소생시킬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던 미국의 여성 시인 애밀리 디킨슨의 <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이란 시가 생각났다. 내가 그 여성에게 줄 수 있는 것이란 이 시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것이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리
24세부터 '무슨 큰일이 생기지 않는 한 절대로 집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에밀리 디킨슨. 그는 평생을 고향 마을에서 독신으로 , 은둔자처럼 살다간 고독한 시인이었다. 그는 일찍이 이 우주가 얼마나 넓은 가를 가르쳐 주는 것은 지독한 고독뿐이란 걸 알아 버린 것일까.
살아 있는 동안 겨우 7편의 시만을 발표한 그였지만 1700여 편이나 되는 시를 남겨놓고 죽은 놀라운 시인이였다. 그는 죽은 뒤 에도 다시 살아난 강한 여성 시인이었다.
특히 그의 시 중에서 < 실연 失戀의 시> 들은 모두 날짜가 쓰여 있고 빠른 필적으로 쓰여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 실연은 날짜까지도 잊어버릴 수 없는 상처였고 죽음 같은 것이었으며, 글자를 빠르게 쓸 정도로 비명을 지르고 싶은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가 만일 '씹다 뱉는 희망보다 / 상처 받을 수 있다는 건 / 얼마나 큰 선물인가'라는 한국 시인의 시를 읽었다면 어땠을까 . 시인이 꽃을 노래 하는것은 자신의 몸속에 있는 생명을 노래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연에 대해 쓰는 것은 자신이 영혼속에 죽음을 노래하기 위한 것이다. 시인에게 있어서 사랑이 멈춘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살아있을때 한권의 시집도 남겨놓지 않은 그였지만 사후에는 영국 시인 테드휴즈의 도움으로 세 권의 시집이 발간되었다. 그 시집으로 디킨슨은 미국의 위대한 시인으로 재조명 되기도 했다. P 84
언젠가 시인이 되고 싶다는 한 학생이 내게 물었다. '신이 인간세상에 제일 처음 준 꽃이 코스모스라는데, 향기 나는 라일락이나 국화꽃을 주시지 왜 하필 향기 없는 코스모스를 주었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학생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 그게 코스모스의 운명이겠지....코스모스의 본 뜻이 우주 또는 세계라는 뜻이잖아...그 자체 속에 질서와 조화를 지니고 있으니까.
예세닌은 1923년 덩컨과 헤어진 2년뒤에 자살했고 덩컨은 목에 두른 스카프가 차바퀴에 빨려들어가 급사했다. 예세닌이 죽은 2년 뒤였다. 그들은 죽음으로서 사랑을 완성했다.
죽음을 예견한 듯, 죽기 얼마 전 예세닌은 < 안녕 내 친구> 라는 시를 남겼다.
잘 있거라 내 친구야
소중한 자네를 내 가슴속에 간직하려네
이별은 이미 정해진 것
저승에서 만남을 약속하는 것
나로 인해 슬퍼하지 말고 잘 있거라
악수나 조사 따위는 아껴두게
이 세상에서 죽음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건만
삶 또한 새로운 것이 아니라네
예세닌이 쓴 시의 마지막 절구를 이어받아 마야코스프키가 마무리 했다.
" 이 세상에서 죽는다는 것은 어렵지 않네 / 살아내는 것이 더 어렵다네 ." P93
다섯 살 난 딸아이가 느닷없이 " 엄마 고뇌하는 거야 ?" 라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온 '고뇌'라는 말에 놀라 " 고뇌가 뭔데" 라고 물었더니 " 마음이 깨어지는 거야 " 라고 대답하더란다. 믿기지 않는 아이의 말에 엄마는 왠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고 그 엄마의 말을 들은 나도 어안이 벙벙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에 내 마음도 깨어지는 듯 아팠다. P 95
문명은 직선이지만 자연은 곡선이듯이 인생의 길도 곡선이다.
끝이 빤히 보이는 직선이라면 무슨 살아갈 맛이 날까? 곡선의 안쪽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따뜻한 것이 스며 있을 것 같다. 삶은 앞을 모르는 길이기 때문에 , 우리들이 가늠 할수 없는 먼 것이 있기 때문에 살 마나한 것이라 했을 것이다. 누구나 확실하지 않은 자기 삶을 의심하지 않기 위해 ,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푸슈킨은 "지나간 것은 언제나 그리워지는 것이다" 라는 한 구절로도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 잡은 말의 거부巨富다. P98
지금은 황혼
나는 문간에 앉아
일하는 마지막 순간을 비추는
하루의 나머지를 찬미합니다
남루한 옷을 입은 한 노인이
미래의 수확을 한줌 가득 뿌리는 것을
밤 이슬에 젖은 이땅에서
마음 흐뭇하게 쳐다봅니다
그의 높은 그림자가
이 넓은 밤을 가득 채우니
그가 세월의 소중함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우리는 알겠습니다
농부는 넓은 들판에
오고 가며 멀리 씨를 뿌리며
별나라에까지 멀리
씨 뿌리는 이의
장엄한 그림자를 드리워 줍니다 P 103
나 자신 때문에 울고 싶을때, 눈물겨운 기쁨을 느끼고 싶을 때, 흑인 시인 랭스턴 휴즈의 <할렘 강 환상곡>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려도 좋으리라.
< 할렘 강 환상곡 / 랭스턴 휴즈>
새벽 두시 홀로
강으로 내려가 본 일이 있는가
강가에 앉아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일이 있는가
어머니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이미 작고하신 어머니 신이여 축복하소서
연인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그 여자 태어나지 말았었기를 바란 일이 있는가
할렘 강으로의 나들이
새벽 두 시 한밤중
나 홀로
하느님 나, 죽고만 싶어
하지만 나 죽은들 누가 서울해 할까 P 113
** 역경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흑인 시인 랭스턴 휴즈, 일년 중 달(月)이 가장 큰 달이 4월이라는데, 흑인으로 세계적 시인이 될수 있었던 그가 4월의 달처럼 크게 보인다.
** 무지에서 비롯된 두려움이 독재의 토양이다' - 스피노자 -
*** 고통의 집을 보지 못한 사람은 우주의 절반밖에 보지 못한 사람이다. - 에머슨 -
***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 아흐마코바-
*** '요람과 무덤사이에은 고통이 있었다. ' < 숙명 /케스트너>
*** 케스트너가 남긴 처방시들은 독자들의 방황하는 마음, 삶의 폭력에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 주는 언어의 묘약이었다.
'인생처방전'으로 잘 알려진 <마주보기>란 그의 시집이 나왔을 때 이 시집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케스트너는 그 시집으로 독일의 대표적 문학상인 게오르규 뷰히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집 < 마주보기 >는 '이별의 아픔은 절반. 이별의 기쁨은 두배'라는 반어적 시법으로, 가슴앓이를 원인별로 규명하고 처방한 시집으로 유명하다.
인생은 실패할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 할 때 끝나는 것이라고 경고하며, '무엇인든지 해보는 수밖에 길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그의 시편들은 현대인의 정신적 방황을 치유하는 묘약같은 힘을 갖고 있다.
** 시는 모두들 따뜻하니 가난한 세계이 것이다'
**이용악 시인의 시를 읽을때 마다 웬일인지 '파도는 바다의 일부'라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작은 파도가 말했다. "울니ㅡㄴ 모두 부서져 다 없어져 버린단 말이야. 정말 끔찍하지 않니? 그러자 다른 파도가 말했어. 아냐, 넌 날 잘 모르는구나. 우리는 그냥 파도가 아냐. 우리는 바다의 일부라구."
***이용악의 시 < 오랑캐꽃>은 서정주의 < 귀촉도>와 더불어 , 시단의 화제를 모았던 것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시느 ㄴ곧 그의 치열한 정신이 흘린 땀이었다. 1988년 7월에 월북 작가들이 해금되면서, 이용악의 시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시란 목숨에 대한 반성문이란 것을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인상동 한 카페 벽에 김지하 시인이 써놓은 이용악의 다른 시 < 그리움 >을 읽는 사람들은 지금도 그를 그리워하리라.
< 그리움 /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두산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내리는가
** 아름다운 걸 많이 봐서 눈이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독자의 편지르 ㄹ받고 감동한 적이 있다. 자신의 삶이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삶인 것 같아 더욱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문득, 내 친구집의 가훈이기도한 '생활은 낮게 생각은 깊게'라는 워즈워스의 말이 생각났다. 독자인 그도 분명 단순한 생활에 깊은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일 것만 같았다.
****<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이 흰바람벽에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세상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이 시를 읽을 때 마다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난 시인의 운명을 생각하게되고, 그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은 언제나 넘치는 살아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든 신을 생각하게 된다.
상처받지 않아서 용감할 수 있었던 시절, 시인에게 상처가 없다면 그는 가장 가난한 시인일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시인은 영혼의 유목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백석 시인을 좋아했던 윤동주 시인을 떠올렸다. 윤동주 역시 백석 시인 못지않게 염결성을 가지고 있는 시인이었다.
그는 "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진다는 것은 /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하며 쉽게 씌어지는 시를 경계했다. 그는 평소 백석의 시를 좋아해 백석의 첫 시집 < 사슴>을 세번이나 필사했다고 전해진다. 그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도 "너가 시인이 되려면 백석을 모르고 시인이 될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백석시인을 흠모했던것 같다.
*** 얼마 있지 않으면 , 젊음이 제멋대로 왔다가 조금씩 물러나는 것처럼 매미소리도 잦아질것이다. 자연은 스르로 그러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박인환의 <전원>을 일게 된다면 무더운 7월이지만 마음은 한결 서늘할 것이다.
"홀로 저무는 밤이었다...시간이 갈수록 바람은 모여들고..
나의 몸은 점점 무거워진다. ...발마소리를 사랑하다 창을 부수는 듯 별들이 보였다. ..비 내리면 떠난 친구의 목소리가 강물보다도 내 귀에 서늘하게 들리고 ..타오르는 연기는 마을을 덮는다."
"부서진 추억을 안고 염소처럼 나는 울었다"는 구절이 타오르는 연기보다 더 마음을 덮는 것 같다. 이 절창의 한 구절은 언제 읽어도 나를 울릴것이다. 염소처럼 운다는 것. 그것은 진정한 슬픔의 힘으로 운다는 것이다.
약관 20세의 나이에 "나의 시간에 스코올과 같은 슬픔이 있따"로 시작되는 <거리>라는 시로 시인이 된 박인환, 중학생때 부터 영화광이었던 그는 시인인 동시에 한국 최초로 '영화 평론가협회'를 발족한 영화 평론가이며 번역가이기도 했다. P 156
시인들 중에 으뜸 멋쟁이였떤 그는 그만큼 별명도 많았따. '명동 백작' '명동의 연인' '명동의 슬픈 삐에로'라는 그의 별명에서 나타나듯 그는 명동을 무척 사랑했다. 그가 얼마나 시인으로서 멋쟁이엿냐 하면 외상 술을 마실때에도 '꽃피기 전에 갚을게'란 말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의 일화 중에서 아직도 시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일화는 술집 '경상도집'에서 박인환이 즉흥적으로 슨 <세월이 가면>이 라는 시에 이진섭이 곡을 부쳐 나애심이 노래를 불렀따는 사실이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로 시작되는 <세월이 가면 >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애창곡이 되고 있다.
" 착한 마음씨 보다 더 뛰어난 인간의 장점을 나는 알지 못한다"던 베토벤의 말이 문득 생각나다. 우리는 왜 시간이 흘러도 거두는 것에 이토록 가난한가. 평소에 " 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라는 말을 많이 하던 그가 " 아, 답답해"란 마지막 말을 남긴 채 31세에 세상을 떠났다. 떠나기 전에 그가 친구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돈만 있으면 쌀부터 사두라"는 뼈아픈 조언이었다고 한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 같은 오늘 아침. 무엇보다 맑은 가난이 그립다. P158
산문 < 생활의 8가지 행복>이란 생복론을 써서 모든 생활인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었던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일생 동안 행복했던 시간은 겨우 17시간 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몇 년전 어느 책에서 그 고백을 읽고 나는 무척 충격을 받았었다. 독일 문학의 거장이며 세계 4대 시성詩聖의 한 사람이기도 한 괴테가 평생을 통틀어 17시간 밖에 행복하지 못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떤 것이다. 그때 나는 "불행은 노력하지 않아도 오는데 행복은 노력해도 잘 오지 않는다"는 말을 몇번이나 곱씹어 보았다. p 160
어일때 부터 어른들로부터 격언을 듣는 것을 무척 좋아했던 괴테의 시에는 군데군데 격언 같은 구절들이 들어있다. 그중에서도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마라"는 구절과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는 이끈다"는 구절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괴테의 작품들은 정치가들도 좋아 했는데 특히 레닌은 "이론은 잿빛이다. 그러나 생명의 나무는 영원한 초록빛이다"라는 말을 자신의 책 <전술에 관한 편지>에 인용할 정도로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72세에 청춘에 작별을 고했다는 열정적인 괴테는 문학 뿐 아니라 과학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인간의 상악골 사이에 발육부진의 뼈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 사실은 다윈의 진화설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P 163
다방면으로 천재성을 나타냈던 괴테도 생활의 여덟가지 행복조건을 내세우면서도 일생 동안 행복했던 시간은 겨우 17시간이었다고 하니, 행복이란 알고도 가지지 못하는 것이며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괴테의 <생활의 8가지 행복>은 즐겁게 일할 수 있늘 정도의 건강과 기본적인 생활 조건을 충족시킬 만한 경제적 여유와 어려움을 이겨낼수 있을 만한 힘과, 좋은 결과가 나올때까지 노력하는 인내력과 이웃을 돕는 자비심, 장래에 대한 불안을 이겨낼 만한 희망 행복이다.
행복을 잡는 법을 알아두면 행복은 언제나 곁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괴테, 그러나 그 행복도 "눈물과 함께 방을 먹어본 적이 없는 자 / 근심에 싸인 수많은 밤을/ 잠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 울며 지새본 적이 없는자 / 천국의 힘을 알지 못하나니... "
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러 방면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준 그의 치열한 정신은
오늘날 정신의 위기에 빠져 있는 우리들에게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게 마련이다"라는 말로 어떤 경고보다 더 정신을 차리게 해준다. P 164
꽃에서 아름다움을 느낄때, 저 꽃들은 누굴 위해 피는가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때마다 웬일로 사랑에 집착하는 여성들이 떠오른다. 사랑에 빠지면 여자가 남자보다 아홉배나 더 사랑하며, 남자보다 다섯배나 더 운다고 한다.
여성 에너지는 사랑을 통해 명상에 이르고 , 남성 에너지는 명상을 통해 사랑에 이른다. 그래서 여성은 사랑을 통해 성숙에 이르는 것이라고 했을 것이다.
마음으로 그를 아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은 잔인한 경험이라는 심비아 플라스의 시 < 느릅나무>를 들려주고 싶다.
<느릅나무 / 심비아 플라스>
당신이 내안에서 듣는 것은 바다입니까?
아니면 당신의 광기였던 무無의 목소리인가요?
사랑은 그림자랍니다.
사랑이 끝난 후 당신은 얼마나 거짓말을 하고 우는 가요.
들어보세요
이런 것들은 사랑의 발굽이랍니다.
사랑은 말처럼 멀리 가버렸어요.
온 밤을 나는 이렇게 맹렬히
당신 머리가 돌이 되고 당신 베개가 잔디가 될 때까지,
메아리를 울리며, 울리며
내 속엔 언제나 비명이 살고 있어요
밤마다 비명은 울부짖으며
내 속에서 잠자고 있는 이 어두운 것이
구름이 지나가고 흩어집니다.
저런 것들이 사랑의 얼굴인가요.
저렇게 창백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
플라스의 일화를 떠올리며 나는 내가 감격해 본 적이 언제였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때 문득 생택쥐베리의 말이 생각났다.
"우리가 죽은자를 계속 기억한다면 그는 산 자보다 더 강하다. " 플라스는 평소에 일기를 즐겨 썼는데 그의 일기장에는 제임스 조이스의 글도 적혀 있었다. " 이 순간 이곳을 단단히 붙들어라. 미래는 남김없이 이곳을 지나쳐 과거로 몸을 던지니!"
그러나 그녀는 삶을 단단히 붙들지 못하고 31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천부적인 재능을 크게 펼치지도 못하고 자살했지만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 오래도록 살아 있다. 플라스의 시를 읽을 때마다 내 속의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아 뮈세의 시 한 구절을 그의 시 옆에 나란히 놓아본다.
" 이 세상에서 나에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어다는 것이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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