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은 녹기 전에 먹어야 한다" ...어떤 소재는 너무 오래 묵혀두면 쓸모를 잃고 기억밖으로 사라진다. 그것이 증발하기전에 집필. 즉 붓을 잡고 시간을 들여 구체적인 문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P55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에선 "명의名醫가 되려면 명화名畵를 감상해야한다"는 말이 있다. 이 대학의 어윈 브레이버먼 교수는 미술 교육을 받은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환자를 진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그림 감상수업을 통해 관찰력이 높아지면 환자의 상태를종합적으로 진단하는 능력도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P61

<뉴로맨서> ,<카운트 제로>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우리곁에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고 했다.  ...글감도 우리곁에 와있다...P64

줄리언 반스의 소설을 읽다가 "회한remorse 이란 말은 어원적으로 한 번 더 깨무는 행위를 뜻한다."라는 문장에서 한참 머문적이 있다.

우린 종종 지난날을 후회하며 탄식한다. 회한에 젖고 또 젖으면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삼킨다. 회한이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과거를 되씹으며 살아간다. P76

* 영화 <메멘토>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이야기....P79

* 프랑스의 수필가 도미니크 로로는 <심플하게 산다>라는 책에서 "우리는 공간을 채우느라 공간을 잃는다"라고 했다...우린 종종 문장을 채우느라 문장을 잃는다...P104

* 김훈 작가의 책상에는 '필일오必日五'라고 적힌 종이가 큼직막하게 붙어있다. 날마다 200자 원고지 다섯장 분량을 쓰고야 말겠다는 작가의 다짐이다.P114

* 박상룡의 소설 <죽음의 한 연구> P143

* 화살은 곧게 비행하지 않고 좌우로 흔들리며 날아간다. 시위를 놓는 순간 화살 뒤쪽에 강한 힘이 실리는데, 이때 무게 중심이 있는 앞부분을 가벼운 뒷부분이 앞서 나가려고 해서 힘의 충돌이 일어나는 탓이다. 이를 '궁사의 패러독스'라고 한다.

전통 활의 경우 이 휘청거림을 줄이기 위해 맹금류의 깃털로 만든 '깃'을 화살 끝에 꽂는다.

한 편의 글과 이를 지탱하는 주제는 화살과 깃의 관계와 비슷하다. 주제는 글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P 164

* 시칠리아 암소 이야기 P 186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시를 쓰는 사람의 고통과 형틀에 갇힌 사람이 겪는 고초가 비슷하다고 여겼다 시인이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삶의 비애와 아픔이 손과 입술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면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음악으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P187

* '글쓰기 감옥'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라이터스 블록writer's  block'이라 부르기도 하는 이 상태에 빠지면 글쓰기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들고 작가로서 회의감이 밀려든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정도로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다. ...P 188

*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시간의 개념을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로 구분했다. 둘은 흐르는 방향에서 차이가 있다.

크로노스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물리적인 시간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듯 크로노스는 우리 곁을 자연스럽게 스쳐간다.탄생에서 죽음으로, 시작에서 끝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뻗어간다.

카이로스는 한 개인이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의미를 부여하는주관적인 시간 개념이다. 시간의 주인인 '나'를 향해서만 흐른다.   P195

* 미국 작가 메튜 퀵의 <용서해줘, 레너드 피콕> 이라는 소설...그림을 바라보며 "이런건 나도 그리겠네"하고 빈정거린다. 그러자 옆에 있던 교사가 대꾸한다. " 그래? 하지만 안 했잖아!" 레너드 피콕은 제꺽 입을 다물어 버린다....

생각이 행동을 끌고 나가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 머릿속에서 태어나는 생각의 상당수는 행동 뒤에 몸을 숨긴채 꿈쩍도 하지 않다가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다. P 200

*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P231

*퇴고는 수학으로 치면 덧셈보다 뺄셈에 가깝다....스티븐 킹이 "나는 '수정본= 원본- 10%라는 공식에 따라 소설을 쓴다..P 241

* "명창정궤明窓淨机!" 라고 ..서구의 미니멀리즘과도 닿아있는 이 말은 "햇빛이 잘 비치는 창가에 놓여있는 깨끗한 책상"이라는 뜻으로 예부터 문인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서재의 모습이다....어디 서재뿐이랴, 퇴고를 거진 문장이야말로 정갈해야 한다. P 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