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와 우연히라도 홍상수 영화를 보는 일은 삼가야 한다. 연애에 해롭다. 내가 써먹을 수 있는 온갖 찌질한 작업멘트들이 다 완비돼 있다. 어떠한 창의력을 발휘해도
그 범주를 넘어서지 못한다. 조낸 자괴스럽고 열등감 돋는다. 이미 그 영화를 본 여자에게 자칫 어설픈 멘트를 날렸다간 그 당장에 아류 찌질이로 인이 쳐져 휴거되기 십상이다 . 모처럼 여자 하나 꼬셔서 영화관에 가면서 하필 홍상수 영화를 보려가는 가련 충만한 사내들을 보면 울고 싶다. 영화 끝ㄴ고 나면 더 이상 빌려다 쓸 대사가 없다. P71
시집이란게 괴상한 생명력을 가져서 어제 안 온 시가 오늘 오기도 하고, 그제 안 온 시가 내일 올 숟 있고, 하필이면 오늘 울고 있을 때 손수건이 되어주기도 한다. 심지어는 고려의 시가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고, 폴란드의 시가 우리의 정치를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 시라는 게 본디 무당의 장르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P76
꼬마야, 눈물이 짜지 않고 달면 넌 그거 먹으려고 하루 종일 울거아냐, 그래서 하느님이 조그만 먹으라고 짜게 만드신 거야. 아 , 순간 나는 치통마저 잊은 채 그 간호사에게 달려가 뽀뽀해주고 싶었다. 연애 결고 싶었다. 눈물이 짠것은 조그만 먹으라는 것이다. ...P 215
콘텐츠보다 이름만 조낸 유명할 것 같은 버나드 쇼가 말하길 '비참한 사람이란 자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를 생각할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자. '여유가 있는 사람' 이다. 오독과 문맹이 횡행하는 시절이어서 나는 요즘 이러한A/S 까지 감행하여야 한다. 쇼의 이 말은, 이도 저도 아닌 시간과 상태의 지리멸멸과 , 불필요한 생각과 시간의 과잉을 동시에 야유하는 뜻으로 읽힌다. 정말이지 자신의 처지와 생각이 어떤 것인지 규명할 수 없는 상태란 얼마나 비참한 것인가, 역설적으로 , 그 상태에 주저앉아 그것만을 붙들고 생각 하고 할수 있는 여유란 또 얼마나 비참한 것인가.
P240 | 
같은책 다른리뷰 | 이 책에 대한 다른 리뷰도 읽어보세요.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류근
이전글 :